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하며 대여공세 수위를 끌어올리자 "국정 혼란을 부추기고 정권을 흔들기 위한 탄핵 주장을 멈춰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아무런 협의도 없이 수사 기간도 오래 걸리는 특검을 거부했다고 탄핵까지 거론하는 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표는 탄핵을 암시하고 지도부는 탄핵을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 헌법상 권한인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단 이유로 탄핵을 운운하고 국회 밖으로 나가 막무가내로 장외 집회를 여는 게 과연 민주당이 원하는 정치인가"라며 "한 최고위원이 공개회의에서 '탄핵열차가 시동을 걸고 있다'고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는데 이 대표와 야당은 정녕 채 상병 사건을 빌미로 탄핵의 길을 가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열차가 시동을 걸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국회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정부는 그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채 상병 특검법이 의결 과정이나 특검 추천 방식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밝혀왔다. 아울러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검찰의 추가 수사가 개시되기도 전에 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제도의 '보충성·예외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수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채 상병과 관련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초동수사와 수사기관의 이첩 과정에서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1일 채 상병 특검법이 헌법상 3권 분립 원칙에 위배되며,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에 민심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을 앞두고 주말인 25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방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나아가 공수처가 민주당 주도로 설립된 기관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자신이 만든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는 '자가당착'에 빠져 정쟁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날치기로 만든 공수처가 이제 정상화된 만큼 민주당도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수순"이라며 "공수처 수사도 믿지 못하겠다고 (민주당이) 특검을 주장하는 건 공수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공수처 고발 이틀 만에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는 공수처 수사를 지켜볼 마음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채 상병 사건 진상을 진정으로 규명하려면 단독으로 공수처 고발도 하지 않았을 것이며 특검을 강행 처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정쟁으로 몰고 가려고 채 상병 사건을 이용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이탈표를 방지하기 위해 당 지도부가 의원들 설득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안철수·김웅·유의동 의원 등 3명이다.
헌법 제53조 4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으로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구속 상태인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의 현역 의원이 전원 출석할 경우 197명이 찬성해야 특검법이 통과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80석을 차지하고 있어 국민의힘 내에서 17명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채 상병 특검법은 가결된다. 찬성표가 197표에 미치지 못하면 특검법은 폐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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