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국회의원 총선거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자리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문책성 견해가 쏟아졌다. 공천 실패 등 총선의 책임자 명단을 만들어 당 제명 처리를 비롯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학계 대표로 참석한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백서 최종 페이지에 이번 총선의 책임자 리스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TF는 법률적 책임을 묻는 곳은 아니지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곳이어야 한다"며 "누구 때문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는 언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박 교수는 2016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총선 패배 후 당에서 제명 당한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이 전 위원장의 사례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청년 대표로 참석한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당의 중도 확장 실패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중도와 2030 세대를 잡겠다고 했는데 중도와 2030이 싫어하는 것만 하지 않았나"라며 "홍범도 흉상 이전,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586 청산, 이런 것들에 2030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여옥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패인으로 공천 및 당 정통 지지층의 결집 실패에 주목했다.
전 전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개인 블로그에 "국민의힘에는 힘이 없다, 사망 유희 같은 공천을 했다, 당원들에게 리뷰도 없는 상품을 사 달라는 식의 공천이었다, 당원들의 열의를 무시했다"라며 "당원 모독 총선, 집토끼가 깡총깡총 가출했다, 보수라는 말을 쓰기 꺼려한 보수 참칭 정당이 국민의힘이었다"고 회의에서 지적한 내용들을 열거했다.
전 전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을 겨냥 "후보를 당선시키는 총선인데 대선후보 맛보기 쇼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정훈 TF 위원장을 만나 "당을 해체하는 이야기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고 적었다.
이 밖에도 TF 회의에서는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 대통령실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 면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조 위원장은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가장 뼈 아팠던 얘기는 '이 상태로 아무 것도 안 하면 만년 2등 정당이 될 것'이라는 말"이라며 "모두가 크게 공감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박 교수의 '책임자 리스트'에 대해서는 "(박 교수)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또 총선 백서가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견해에 대해서도 거리를 뒀다.
앞서 TF는 지난주부터 당 소속 후보, 당직자, 보좌진,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문항에는 '한동훈 원톱 체제, 이조 심판론의 효용성' 등이 담겨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상황이다.
이에 조 위원장은 "누구 한 명을 저격하기 위해 백서를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왜 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백서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정 전 위원장, 대통령실 관계자 등 면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총선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분들을 만나 뵙고 어떤 이야기를,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아가는 건 백서에 맡겨진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며 "일부는 벌써 면담을 진행했고 대통령실에 어떻게 면담을 진행하면 좋을지 소통을 시작했다. 조만간 심층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5/07/20240507002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