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외압' 연루자 낙선운동 했지만... 1명은 '금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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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피 출국'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3월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국민의힘 참패'로 끝난 4.10 총선에서 이른바 '런종섭 사건'이 여당 참패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런종섭 사건'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아 출국금지됐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받고 출국한 것을 말합니다.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로 출국한 지 11일 만에 귀국하는 등 정부·여당은 나름 수습을 하려 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는 "수사 중인 인물을 도피시켰다"면서 공세를 폈습니다. 결국 '윤석열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피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의혹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은 이종섭 전 장관이 전부가 아닙니다. 연루 의혹자 중엔 이번 총선에 공천을 받고 출마한 인사도 있습니다. 바로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입니다. 한 사람은 낙선을, 한 사람은 배지를 달게 됐습니다.
채 상병 사건 때문일까?...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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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30일 충남 천안종합터미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천안갑 후보 유세 현장에서 해병대 예비역들이 '신범철 낙선 윤석열 심판'이라고 적힌 피켓을 한 글자씩 들고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 정원철 |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은 이종섭 전 장관과 함께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에 고발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국민의힘은 신 전 차관을 천안갑 후보로 단수공천했습니다.
신 전 차관은 지난 총선에도 천안갑에 출마했다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42%p, 1328표 차이로 패배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선거 국면 초반에는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는 여론조사도 나왔습니다.그러나 3월 10일 이종섭 전 장관이 출국하면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신 전 차관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해병대 예비역들은 천안 지역구에서 "신범철 낙선 윤석열 심판"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문진석 민주당 후보 지지유세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연루 의혹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 수치로 알 수 있는 데이터는 없지만, 신 전 차관은 문진석 후보와의 재대결에서 패해 낙선했습니다. 21대 총선에 비해 문진석 후보와의 격차는 3.43%p(4384표)로 더 벌어졌습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당선... TV토론에선 '정치적 공세'라고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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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임종득 후보가 TV토론에서 발언하는 모습 |
ⓒ 안동MBC 유튜브 갈무리 |
또다른 연루 의혹 대상,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경북 영주·영양·봉화 지역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단수공천됐습니다. 임 전 차장도 신범철 전 차관과 함께 공수처에 고발당했습니다.
지난 3월 25일 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해 8월 2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북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한 직후 임종득 당시 안보실 2차장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두 차례 통화를 했고 결국 당일 오후 7시 20분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모두 회수해 가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면서 임 전 차장에 대한 국민의힘 공천 취소와 진상 규명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5일 영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한 안동MBC TV토론에서 박규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구만큼이나 무거운 우리 젊은이의 목숨이 한낱 별들의 소모품으로 취급됐다"면서 "채 상병, 그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마저 권력으로 짓밟았다"라고 임 후보를 겨냥했습니다.
그러나 임종득 후보는 "근거 없이 상대를 비난하고 정치 공세에 올린 후보가 누구인지, 근거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후보가 누군지, 유권자 여러분께서 판단해 달라"면서 "저는 출국금지된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경북 영주·영양·봉화에도 해병대 예비역들이 나섰었습니다. 지난 3월 30일 예비역들이 "임종득 낙선"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나서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이라 당락에 영향을 끼치진 못한 듯합니다. 임 후보는 73.71%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돼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습니다.
연루 의혹 대상이 국회에 입성한다고 해서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의혹이 끝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총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민주당 등 야권에선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철수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찬성"(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라고 밝힐 만큼 여권의 분위기도 총선 전과 사뭇 달라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