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예정대로 발표하자 이에 맞선 의료계가 강경투쟁을 시사하고 나섰다. '윤 정권 퇴진운동'을 비롯해 '정치권 연대' 가능성까지 내다 본 의협 측의 거센 반발로 의료대란 장기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전공의 집단사직을 교사한 혐의로 고발당한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과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은 소환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주 홍보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26분께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 청사에 들어서면서 취재진에게 "오늘부터 14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정치 집단과의 연대 등도 고려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주 위원장은 "김택우 비대위원장 등이 집회에서 회원들을 격려했다는 메시지를 근거로 (정부는) 의사에겐 생명과도 같은 면허 정지처분을 내렸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본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가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상부의 지시든 복지부의 과잉충성이든 무리한 고발에 의한 의료계 지도부들에 대한 수사가 14일째"라며 "수사당국은 우리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재차 정부를 비판했다.
뒤이어 오전 9시 43분께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박 위원장도 정부를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박 위원장은 "정상적인 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검찰청 특수부를 상대하는 것 같다"며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범죄자로 만들며 (정부는) 불리해지니까 앞에선 대화한다면서 뒤에선 현장의 의견을 뭉개는 일방 통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녀사냥식 개혁은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개혁의 방법은 합리적이고 정당하며 또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집을 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나, 집이 불에 타는 데는 몇 시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정부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는 총선 때문"이라며 "지방 의대 정원을 집중 배치하면 지방에 계신 국민들이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는 얄팍한 속셈 때문"이라고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은 받은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선 "대형 로펌과 의논하고 있다"며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동시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4일 2차 조사 당시 수사관 기피 신청을 냈던 박 위원장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껌을 씹는 모습으로 태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당시 '대화할 때 당연히 껌은 뱉어야 하는 것 아니냐', '오히려 경찰이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란 비난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어제 경찰이 보조수사관 기피 신청을 각하한다고 통보했다"면서도 "경찰이 공정 수사를 위해 수사관을 교체한다고 하니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수사관 기피 신청에 대해 피의자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보면서도 수사를 지연시키는 의도일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형사소송법상 나와 있는 권리에 대해 과하다 혹은 적은지에 대해 논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피 신청은 할 수 있지만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비대위원장과 주 언론홍보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도록 교사·방조하고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에는 김 비대위원장과 박 조직강화위원장에게 3개월 의사면허 정지를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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