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 달 만에 지지율 30%대
인사 기준·시스템 모두 바꾸고
제 2부속실도 곧바로 설치해야
약식회견에는 정제된 언어 필요
취임 두 달을 갓 넘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대선 득표율이 48.5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 일부까지 이탈한 셈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두 달 만에 이처럼 주저앉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면 어김없이 위기가 찾아왔다는 점에서 임기 초반 지지율 급락은 심각한 문제다.
윤 대통령은 “별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고 했지만, 실제로 지지율에 초연할 수 있는 대통령은 없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기자들에게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과거 정부 청와대 사람들도 뒤돌아서서는 대책 회의를 하곤 했다. 지지율은 국정 수행의 근본 동력이다. 더구나 지금 국회는 여소야대다. 국민이 정권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공직사회는 물론 여당에도 대통령 말이 먹히지 않는다.
11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각별히 주목되는 대목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을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를 철회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다. 보수 진영에서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분리해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핵심 지지층이 이탈하면 지지율 반등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지지율 추락의 근본 원인은 집권 세력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지만,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인사 난맥이다. 윤 정부 출범 이후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까지 장관급 인사 4명이 줄줄이 낙마했다. 이들 모두 만취 음주운전, 성희롱 발언 등 도덕성에 흠결이 적지 않은데도 윤 대통령은 “전 정권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는 식으로 이들을 감쌌다.
윤 대통령은 인사의 최우선 기준으로 전문성과 역량을 꼽고 있다. 최고의 학벌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인사들을 발탁했다. 그러나 고위공직 인사에서는 전문성·역량 못지않게 도덕성도 중요하다. 성별·지역·학교 등의 안배도 필요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빼어난 인재를 기용하려면 오래전의 도덕적 흠결은 묻고 넘어가자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러면 부실 검증에 따른 인사 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김 여사가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과반일 만큼 김건희 여사의 행보도 국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잇단 ‘사적 수행’ 논란은 공사 구분이 흐릿하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대통령 부인의 활동에 사적 친분이 반복해 개입하면 ‘비선 시비’로도 이어진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아내가) 비서팀이 없어 혼자 다닐 수 없다”며 김 여사를 두둔했다. 인사와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아무도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지 않다면 부실 인사와 김 여사 사적 수행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 비서실에서 그렇게 허술하게 대응했을 리가 없다.
김 여사와 관련해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약속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조용한 내조’와 ‘제 2부속실 폐지’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부풀린 학력을 사과하며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공언했고, 윤 대통령은 제 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다. 그러나 김 여사는 이제 대한민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공적 활동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게 됐다. 김 여사는 이미 공적인 존재로 지내고 있다. 지금같이 공적 활동을 해 나갈 생각이면 그를 제대로 보좌할 제 2부속실이라도 즉각 설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빚어진 잦은 실언에도 우려의 시선이 많다. “대통령 처음 해봐서” “법조인이 폭넓게 정·관계에 진출하는 게 법치국가” 등등 윤 대통령의 발언은 치명적이었다. 중단 하루 만에 재개한 도어스테핑이 국정 수반과 국민이 직접 소통하는 신선한 관행으로 자리 잡으려면 윤 대통령이 철저한 사전 준비로 신중하고 정제된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인사 시스템과 김 여사, 도어스테핑 문제 모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풀 수가 없다. 윤 대통령이 변해야 이 정부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박창억 / 세계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