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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포복절도 개그신당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아수라도 이런 아수라가 있을 수 없다

 

유장(劉璋‧생몰연도 ?~서기 219)은 후한(後漢) 말 익주(益州‧파촉)의 우두머리로 추대된 인물이다. 그러나 허명만 가득했을 뿐 성정이 잔악하고 리더십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어 측근들에게 줄배신 당한 끝에 몰락한 필부(匹夫)다.

 

유장은 익주목(益州牧) 유언(劉焉)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두 형이 사망하고 유언마저 급사(急死)하자 조위(趙韙)라는 인물 등 익주의 명사(名士)들은 유언의 여러 아들 중 유장을 후계자로 옹립했다.

 

그러나 익주의 새 주인이 된 유장은 천하에 둘도 없는 무능을 뽐냈다. 유장과 동시대의 학자 왕찬(王粲)이 저술한 영웅기(英雄記) 등에 의하면 유장은 방희(龐羲)라는 자를 측근으로 부렸다. 방희는 권세만 믿고 모든 사람에게 방자하게 굴었다. 유장이 외지인들을 모아 창설한 동주병(東州兵)도 안하무인으로 원주민에게 행패를 부렸다. 그러나 유장은 이를 능히 제어하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심미(沈彌)‧누발(婁發) 등의 인사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심지어 유장을 추대한 조위도 반기를 들었다. 조위가 거사에 착수하자 촉군(蜀郡)‧광한군(廣漢郡)‧건위군(犍爲郡) 등의 지역이 모두 호응했다. 나중에는 방희도 유장에게 오만불손하게 굴면서 두 마음을 먹기 직전까지 갔다.

 

영웅기 등은 “유장의 성품은 유순했다” 평가했으나 기록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에게 걸림돌이 된다 싶은 상대에게는 인간 이하 행위 자행도 서슴지 않았다.

 

실례로 한 때 수하였던 오두미도(五斗米道)의 3대 장천사(張天師) 장로(張魯)가 말을 듣지 않자 유장은 장로의 노모(老母)‧동생 등을 모조리 학살했다. 당대에도 아무 죄 없는(물론 죄가 있다면 얘긴 다르지만) 적의 가족을 해치는 건 천하의 망나니짓이었다. 후한 말로부터 약 400년 전인 초한전쟁(楚漢戰爭) 시기에만 해도 한고조(漢高祖)의 부친을 삶아 죽이려 했던 항우(項羽)가 인심을 잃어 패가망신한 바 있다.

 

결국 익주에는 내부로부터 사달이 벌어졌다. 참다못한 장송(張松)‧법정(翼侯) 두 사람은 형주(荆州)의 유비(劉備)를 찾아가 촉 땅의 지도를 바치고 합병해 달라 호소했다. 참고로 법정은 실제 역사에서 유비 진영의 최고 지략가였다. 연의(演義)에 묘사된 제갈량(諸葛亮)의 책사 이미지는 실제로는 법정의 것이었다.

 

아무튼 못이긴 척 익주로 향한 유비는 황충(黃忠)‧위연(魏延) 두 장수의 용맹과 참모 방통(龐統)의 두뇌, 항장(降將) 마초(馬超)의 군세에 힘입어 촉 땅을 가볍게 점령했다. 꾀주머니니 뭐니 입만 살아 떠들며 무능의 극치를 자랑했던 유장은 정작 유비의 대군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재깍 항복했다. 수중에 3만 정병(精兵)이 있었음에도 유장은 책임감이라고는 개미 소변만큼도 없이 “아몰랑 머리 아파, 나 대표 안 해” 외쳤다.

 

유장은 그래도 쥐꼬리만한 양심은 있었던지 유비의 사자 간옹(簡雍)에게 “우리 부자(父子)가 20여년 동안 이 주(州)에 있으면서 백성에게 베푼 은덕이 없다” 인정했다. 물론 돌아가신 제 아버지까지도 ‘덕이 없다’ 욕한 패륜은 둘째 치고 말이다.

 

유장은 관우(關羽)가 지키는 형주로 이송돼 사실상 유폐됐다가 후일 손권(孫權)이 쳐들어오자 다시 항복해 쓸쓸이 세상을 떴다. 손권이 유비를 흔들 심산으로 이름뿐인 익주목에 재차 임명하는 등 유장은 정략(政略) 도구 따위로나 활용됐다.

 

개혁신당 내홍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사령탑의 권위‧영(令)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이 활발하다.

 

김종인 상임고문은 사령탑에 대해 대놓고 “공부 안 했다” “입씨름만 했다”는 취지로 언론 인터뷰에서 신랄히 혹평했다. 양향자 원내대표는 총선 후 당명(黨名)을 바꿀 것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사령탑과의 상의 없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시사했다. 류호정 전 의원은 “제3지대 정치는 실패했다”며 역시 사령탑과의 상의 없이 총선 지역구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 외에도 ‘내 맘대로’ 사퇴‧탈당 및 단일화 시도 등이 여기저기서 이뤄지고 있다. 사령탑은 친정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만 할 뿐 이 아라리 난장을 수습하려는 적극적인 모습도 의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선권 안 순번으로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한 모 인사가 ‘우리는 비례정당이 아니다’며 지역구 불출마 인사들을 꾸짖는 코미디도 관전 포인트다.

 

사령탑의 자질이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심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아수라장은 애초에 예정됐었다는 목소리가 정계에서 나온다. 익주는 장송‧법정이라는 유장 측 이탈파에 의해 험한 모양새로 유비에게 합병됐다. 이제 개그 그만하고 자진해 친정으로 돌아와 진심으로 자숙하는 게 순천자(順天者)의 자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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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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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
    2024.03.27

    옳은 말씀입니다.. 개그신당 딱 맞는 표현입니다 ^^

  • 나훈아
    오주한
    작성자
    2024.03.27
    @나훈아 님에게 보내는 답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