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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담] ‘조삼모사’ 마냥 비웃을 게 아니다

오주한

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의 담론

이재명發 현금 살포와 프레이밍 효과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열자(列子) 황제편(黃帝篇) 등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원숭이를 너무 좋아하던 그는 집 안팎을 가득 채울 정도로 원숭이를 길렀다. 허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자 고민 끝에 먹이의 양을 줄이기로 했다.

 

원숭이들 앞에 선 저공은 “여기 도토리가 있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줄게” 말했다. ‘아침에 3개’란 말에 원숭이들은 분노하며 저공을 집단구타했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된 저공은 널브러졌다가 일어나 다시 말했다. “알았다.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줄게” ‘아침에 4개’란 말에 원숭이들은 입맛을 다시며 하이파이브했다.

 

아침에 3개든 4개든 결국엔 하루에 똑같은 7개이거늘 원숭이들은 그저 눈앞의 당장의 이익만 보고 좋아했다. 그런데 사람은 예외일까. 놀랍게도 조삼모사는 경제학적으로도 입증된다고 한다.

 

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의 2021년 11월25일자 조선일보 기고문 ‘조삼모사 원숭이 비웃는 분들, 한번 읽어보시라’에 의하면 한국소비자학회(KSCS) 발간 학술지 소비자학연구 2021년 2월호에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가 실렸다.

 

마트에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법으로 프로모션을 한다고 가정하자. △과자 100개가 든 큰 상자를 사면 똑같은 상자를 하나 더 준다(1+1) △과자 100개가 든 큰 상자 하나를 사면 과자 50개가 든 작은 상자 두 개를 더 준다(1+2) △과자 50개가 든 작은 상자 2개를 사면 과자 100개가 든 큰 상자 하나를 더 준다(2+1) △과자 50개가 든 작은 상자 2개를 사면 똑같은 상자 2개를 더 준다(2+2)

 

결국에는 네 가지 방법 모두 과자 200개를 주게 된다. 윤세정 외 연구팀이 네 가지 프로모션에 동원된 과자들 가격이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하고서 효과를 살펴본 결과 가장 큰 소비자 호응을 얻은 건 ‘1+2’였다. 그 뒤를 이은 ‘1+1’과 ‘2+2’는 별 차이가 없었다. 사람들은 같은 양이라도 당장 뭔가 많아 보이고 만족감이 높은 방식을 택한 것이었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습성을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선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칭한다고 한다. 어떠한 사실을 전달할 때 어떤 틀 안에 넣느냐에 따라 전달 받는 이의 생각‧행동이 달라진다는 게 프레이밍 효과의 요지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영수회담(領袖會談) 의제(議題)로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제안했다고 한다. 당정(黨政)은 “이후 세대가 짊어질 빚을 생각하자”며 반대하지만 유권자들의 적극적 공감대 도출에는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오랜 기간 ‘묻지마 대민(對民) 현금살포’를 주장해온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압승한 게 이러한 밑바닥 민심을 보여준다.

 

때문에 당정은 ‘국민에게 베풀려는 야당과 이를 막아서는 여권’ 프레임에 갇힌 꼴이 됐다. 민생지원금에 찬성할 시 대통령실은 걷잡을 수 없는 재정난을 맞닥뜨리게 되고 당정은 기존 지지층의 비판을 사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 반대만 한다면 민주당의 프레이밍 효과 만끽을 감수해야 한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비록 이번 총선에서 상당수 지역에서의 여야 표차가 매우 근소했다곤 하나 0.1%p차로 이기더라도 이기는 건 이기는 거다. 다음 선거에서도 이러한 여당의 초박빙 패배가 재현되지 말란 법 없다. 필자도 이번 총선과정에서 보수 강세지역이라는 필자 집 근처에서 파란색의 물결을 목격한 바 있다.

 

필자도 곳간 축내는 보편적 묻지마 현금살포는 반대한다. 국민으로선 결국엔 내가 낸 세금을 일부만 내가 돌려받는 꼴이다. 게다가 납세자(納稅者)와 면세자(免稅者) 대립 등 형태로 안 그래도 찢어진 국론(國論)을 한층 분열시킬 소지도 다분하다.

 

그렇다면 누구나 납득할만한 방식으로 25만원보다 훨씬 더 많은 풍요를 국민에게 안기면서도 마이너스 재정을 막을 일석이조(一石二鳥) 아이디어는 없을까. 일자리 등 생각나는 게 몇몇 있지만 필자로선 정부가 처한 현실을 모르기에 함부로 말할 순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성즉군왕 패즉역적(成則君王 敗則逆賊)이라는 점이다. 양당 균형의 완전한 붕괴를 바라는 이는 없다. 당정은 조삼모사의 진리를 잊지 말고 플러스 재정과 민심 획득을 모두 도모할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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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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