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 소견 담은 담론
‘유익한 종’ ‘무익한 종’ 나뉘는 바이러스
‘정유라‧유동규’ 외부자극 앞 주민들 판단은
필자는 몇 년 주기로 어쩌다 찾아오는 고뿔(감기)에 걸려 어제 퇴근 후부터 휴무인 오늘까지 요양 중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고뿔을 때려잡는 편이다. 목이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해지면 오히려 밖에 나가 찬바람을 가득 쐬고 들어와 약 먹고 땀 빼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어제보다 몸이 많이 좋아졌다. 물론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 체질에 맞는 민간요법이니 다른 분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으므로 권장하지는 않는다.
바이러스는 세균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세균은 단독으로 유전정보 복제 및 번식이 가능한 생명체다. 반면 바이러스는 무기물(無機物)과 유기물(有機物) 사이 어디쯤에 있는 미지의 물체다. 평소에는 죽은 듯 가사(假死)상태 비슷하게 있지만 숙주가 되는 세포를 만나면 비로소 살아 꿈틀거리며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세균에 비해 크기도 대단히 작으며 내부구조도 매우 간단하다.
바이러스의 실재(實在)가 입증된 건 20세기 초다. 앞서 세균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생몰연도 1822~1895)는 광견병(狂犬病)의 병원체를 찾을 수 없자 또다른 무언가의 존재를 예측했다. 1884년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찰스 챔버랜드(Charles Chamberland)는 박테리아보다 더 작은 크기의 구멍을 가진 필터를 발명했다. 1892년 러시아의 생물학자 드미트리 이바놉스키(Dmitri Ivanovskii)는 이 필터를 활용해 ‘무언가’를 탐색했으나 찾지 못했다.
1898년 네덜란드의 미생물학자 마루티누스 베이제린크(Martinus Beijerinck)는 이바놉스키와 똑같은 실험을 실시해 필터 처리된 용액에서 새로운 형태의 감염체를 발견했다. 1935년 미국의 생화학자 웬들 메러디스 스탠리(Wendell Meredith Stanley)는 최초로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TMV)’ 추출에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으나 바이러스의 정체‧기원(起源)은 지금도 미스터리라고 한다.
아주 머나먼 태곳적 지구상에 생명체가 첫 발현했을 무렵 무기물에서 유기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형태의 물체가 바이러스 아닌가 하는 추측이 처음엔 제기됐다. 그러나 이 학설은 곧장 사장(死藏)됐고 바이러스가 세포의 부산물이라는 주장 등이 잇달아 쏟아졌다. 필자도 바이러스의 정체를 알 턱이 없다. 그걸 알고 있으면 지금 안방에 앉아 글 쓰는 대신 노벨상 수상하러 턱시도 입고 노르웨이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감기는 50%가량이 리노 바이러스(Rhino Virus)가 원인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바이러스가 그렇지만 감기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워낙 많아 100% 박멸이 절대 불가능하다고 한다. 즉 예방‧치료약을 만들더라도 순식간에 면역을 가진 감기 바이러스가 등장한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상술했듯 생명체가 아니기에 항생제(抗生劑)도 무용지물이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2022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를 발표한 질병관리청은 “항생제는 세균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약으로서 세균 감염질환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감기‧독감(인플루엔자)과 같은 바이러스 감염질환에는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감기에 따른 2차 세균감염 예방 차원에서 항생제를 주사한다고는 한다. 따라서 환자가 슬기롭게 판단하도록 하자.
이와 같은 특성상 감기 치료는 사실상 감염자 개개인의 체내 면역 시스템에 의존해야 한다. 결국에는 면역만이 해답이었던 코로나19 사태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다행히 우리들 몸속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외부의 여러 침입자들을 용맹무쌍히 격퇴 중인 백혈구(白血球) 친구들이 있다. 두 발로 아장아장 걷는 귀여운 모습으로 널리 알려진 운동단백질 키네신(Kinesin) 등도 인체건강을 책임지는 어벤져스다. 누런 콧물은 감기 바이러스와 투닥투닥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백혈구들 사체라고 한다. 이들의 희생 덕에 감기는 대체로 1~2주 안에 자연 치료된다. 감기 걸리신 분들은 혹 노란 콧물이 나오게 되면 백혈구 전우들의 명복(冥福)을 빌어주도록 하자.
바이러스라고 해서 감기처럼 악당들만 있는 건 아니다. 외계인‧꼴뚜기 혹은 나노머신 같은 외모로 유명한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차세대 항생제로 연구되고 있다. 항생제에 면역이 생긴 ‘슈퍼 박테리아’들에 이 박테리오파지를 기생시켜 일격에 파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달 초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에리카 하트만(Erika Hartman) 교수팀은 미국 미생물학회(ASM) 학술지 미생물학 스펙트럼(Microbiology Spectrum)에서 “박테리아에 박테리오파지 DNA(유전자)를 투입해 내부로부터 세균을 죽이는 기술을 개발했다”며 “그 효과를 치명적인 병원균의 하나인 녹농균(PA)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녹농균은 낭포성 섬유증 환자의 폐는 물론 화상이나 수술 환자 상처에 감염을 일으키는 가장 치명적인 5대 병원균 중 하나다.
총선을 앞두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기 오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인천 계양을 등에 ‘어벤져스’들이 출동하고 있다. 오산에는 정유라 씨가, 계양을에는 유동규 씨가 각각 자객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최서원(최순실) 재산 300조원’ 주장 의혹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 등 각종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반면 두 사람이 지역구‧정당 활동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안 의원이 오산에서 내리 5선을 하고 이 대표가 무(無)연고에도 불구하고 계양을에서 단번에 당선된 건 이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바이러스는 유익(有益)한 종도 있지만 무익(無益)한 종도 있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내부 면역 체계가 가장 확실한 제압 수단이다. 안 의원, 이 대표를 감기로 보고서 격퇴할지 아니면 박테리오파지로 여기고서 쌍수로 끌어안을지는 전적으로 오산‧계양을 주민들 판단에 달려 있다. ‘정유라‧유동규 어벤져스’라는 외부 자극들이 현지 면역체계를 일깨우는데 성공할지 실패할지 주목된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