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 담은 담론
찬밥신세되자 옛 주인에게 이빨 드러낸 이숙
野 핵심인사‧탈당인사의 이전투구 흥미진진
“이익으로 뭉친 집단은 관계가 끝나면 남남이 되거나 심지어 원수지간이 되지만 대의(大義)로 뭉친 집단은 관계가 끝나더라도 남는 그 무언가가 있다” 대문호 이문열 작가의 평역(評譯) 삼국지(三國志)에는 이러한 취지의 내용이 나온다. 전자(前者)의 사례 중 하나는 동탁(董卓)과 그의 졸개 이숙(李肅‧생몰연도 ?~서기 192)이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기준으로 이숙은 병주(幷州) 오원군(五原郡) 출신으로서 여포(呂布)와 동향(同鄕)이었다. 일찍부터 동탁 밑으로 들어간 이숙은 오야봉을 위해 갖은 악행을 저질렀다. 병주자사(幷州刺史) 정원(丁原)의 수하였던 여포를 찾아가 정원의 목을 베도록 부추긴 게 대표적 사례다.
이렇듯 ‘친똥(친 동탁)’이었던 이숙은 그러나 ‘찐똥(진짜 친 동탁)’ 세력이 새롭게 부상하자 개집에서 내쫓긴 똥개 신세가 됐다. 찐똥들은 “차금우보다 미남이십니다” 헥헥거리며 동탁에게 꼬리쳤다. 그러면서 “이숙은 동작 그만” 급제동 걸고 이숙의 안방에 들어앉았다. 이들이 폼 나게 개껌 씹는 사이에 이숙은 먹다 남은 뼈다귀나 핥는 신세가 됐다.
사천(私薦) 남발하는 동탁과의 이익관계가 파투나자 이숙은 언제 친똥이었냐는 듯 ‘변똥(변절한 친 동탁‧식사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자꾸 응가를 언급해서 죄송하다)’으로 재탄생했다. 그리고는 동탁 제거에 팔 걷어붙였다.
역적을 처단하려는 조정원로 왕윤(王允)에게로 환승한 이숙은 동탁 유인 임무를 자청했다. 어느 날 동탁을 찾아간 이숙은 “천자(天子)께서 상국(相國‧동탁)께 제위(帝位)를 넘기려 하십니다” 거짓으로 고했다. 애초부터 황제를 꿈꾸던 동탁은 “드디어 한(漢)나라가 확 찢어지는구나” 기뻐하며 먹던 초밥 내던지고서 출렁출렁 이숙을 따라나섰다.
이숙은 완벽한 살처분을 위해 치밀하게 행동했다. 우선 “수행원들이 많으면 이동속도가 느려져서 그만큼 양위(讓位)가 늦어집니다”며 찐똥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가던 도중 동탁의 마차 수레바퀴가 부서지는 불길한 징조가 있었으나 “헌 것을 버리고 새 것을 타라는 하늘의 계시입니다”는 환상의 이빨털기로 동탁의 의심을 잠재웠다.
이숙은 우연히 마주친 똥딸(동탁 강성지지층)들이 “천리초(千里艸) 푸르고 푸르지만 열흘이 되면(十日卜) 살지 못한다”는 노래를 부르자 “(황가인) 유씨(劉氏)가 망하고 동씨(董氏)가 흥한다는 뜻입니다” 둘러대 동탁을 겨우 안심시키기도 했다. 천리초 십일복(千里艸 十日卜)은 동탁(董卓)의 파자(破字)로서 “동탁이 곧 죽는다”는 뜻이었다. 희망이 사라진 똥딸들은 문자폭탄‧쌍욕전화를 일삼았다. 이숙은 “동탁 주변 사람들이 왜 극단선택을 하는지 알겠다” 혀를 찼다.
한바탕 소란 끝에 동탁은 황궁(皇宮)에 입궁(入宮)했다. 동탁은 거드름 피우며 황제를 찾았으나 본색 드러낸 이숙은 “황위 넘긴다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흑현동 판결 보니까 뻔해” 외치며 불법 정치자금 등 찐똥계의 비위 의혹을 낭독했다. 그리고는 흉기를 꺼내 동탁을 베었다. 조복(朝服) 안의 두터운 갑옷 덕에 겨우 치명상을 피한 동탁은 다급히 여포를 불렀다. 애초에 탈똥(친똥‧찐똥에서 벗어남)했던 여포는 한 창을 내질러 동탁의 목숨을 거뒀다. 동탁의 금의환향(錦衣還鄕) 기다리던 찐똥계도 모조리 몰살됐다.
이숙은 이후 친왕계(친 왕윤)가 되어 부귀(富貴)를 꿈꿨다.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는 군사를 몰고 온 동탁의 사위 우보(牛輔)에게 한 번 패했다는 이유만으로 고향친구 여포에 의해 허망하게 처형됐다. 우보도 여포에게 두들겨 맞고 달아나다가 낙마(落馬)해 부상 입은 상태로 최측근 복호적아(攴胡赤兒)에 의해 목과 어깨가 분리됐다. 그렇게 동탁도, 이숙도, 친똥도, 찐똥도 모두 알아서 사이좋게 손잡고 공멸(共滅)했다.
계파갈등에서 촉발됐던 야당 내홍이 폭로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탈당한 모 의원은 옛 주군(主君)을 향해 입에 모터라도 달린 듯 갖은 의혹을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동탁과 이숙의 사례가 재현될지 자못 흥미로울 뿐이다.
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여의도 117배 크기 군사보호구역 해제' 금일 이런 제목의 기사가 너희버에 제 바이라인(이름) 달고 나갔습니다만.. 주제 자체는 용산 시책을 무미건조하게 언론인으로서 그대로 옮기는 거니 크게 이의 없습니다만.. 아무튼 제가 쓴 게 아닙니다. 제 기사체 문체와 비교해보시면.. 제가 쓴 게 아니라는 게 한 눈에 들어오실겁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