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만고 끝에 임종윤·종훈 형제가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지분 경쟁에서 승리해 앞으로 한미약품그룹 경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소액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 송영숙·임주현 모녀의 특수관계인이었지만 정기주총을 앞두고 형제 지지로 돌아선 친인척들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이제 정기주총은 끝났고 임종윤·종훈 형제는 승리의 단꿈에 젖기보다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과제를 이행해야 할 일이 남았다. 물론 올 1월부터 정기주총 직전까지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이면서 공언한 약속들이 청구서처럼 다가오는 것도 염두해 둬야 한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의 단초가 된 상속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신약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자금을 어디서 확보할 것이냐 등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달 21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와 관련해 “상속세 납부가 부담돼 회사에 영향을 끼칠 정도라면 회사를 운영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면서 “우리가(임종윤·임종훈 형제) 돈이 없다고 인신공격당하고 있는데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종윤 사장은 당장 이달에만 730억원어치(123만8950주), 임종훈 사장은 145억원가량(73만5000주)의 주식담보대출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보유한 주식 중 1854만932주(한미사이언스 지분 26.5%)에 이처럼 주식담보대출이 설정돼 있어 현금화하기도 쉽지 않다.
여기에 여동생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임종윤 사장에 빌려준 266억원의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혀 자금 사정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상속세를 완납할 때까지 이는 잠재적인 시한폭탄으로서 한미약품그룹의 오너리스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임종윤·종훈 형제를 포함해 송영숙·임주현 모녀까지 2020년 고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이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5400억원인데 아직 절반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여기에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제조하고 CDO(위탁개발), CRO(위탁연구) 사업을 중심으로 해 5년 안에 한미약품그룹 순이익 1조원 및 시가총액 50조원, 장기적으로 시가총액 2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화된 청사진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던 1조원 투자 유치 성과도 가시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선에만 급급해 공약(公約, 실행할 것을 약속)이 아닌 공약(空約, 헛된 약속)만 남발한 정치인과 다를 바 없다.
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코리그룹·DX&VX와 한미약품그룹 간 시너지 제고 방안도 내놔야 한다.
임종윤 사장은 지난 1월 1조2000억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코리그룹과 한미약품이 현대차와 기아차 같은 모델로 발전해 애보트, 존슨앤드존슨처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코리그룹과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한 바 있다.
임종윤 사장이 2021년 인수한 DX&VX(옛 캔서롭)의 경우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오히려 부실해진 상황이어서 한미약품그룹과 시너지를 얼마나 낼 수 있을 지 물음표가 붙는다.
DX&VX는 2021년 매출 75억원,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했는데 2022년 매출 322억원, 영업이익 2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2023년 매출 467억원, 영업손실 121억원으로 다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적자규모도 2021년의 3배 이상 확대됐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달 28일 정기주총 승리 후 “이런 주총은 마지막이며 앞으로는 주총이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날 보인 미소를 다시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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