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경찰관들의 탈선 러시에 곳곳에서 '기강 해이'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 수뇌부의 불호령에도 아랑곳없이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관들의 비위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선량한 시민과 주먹다짐을 하는가 하면 성매매와 범죄조직과 결탁까지 비위 종류도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개인 일탈'로만 치부하기에는 너무 엄중한 상황이다. 속 썩이는 자식을 일컫는 '금쪽이'에 빗댄 '경쪽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겨날 정도다.
어쩌다 경찰은 '동네북'을 자처하게 됐을까.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관들의 비위에서 비롯한 국민의 불신, 불신에서 비롯한 사기 저하, 사기 저하에서 비롯한 경찰관들의 사명감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문가들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만 궁극적으로 경찰관들의 탈선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한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청장으로서 참 송구스럽고 시민을 볼 면목이 없다"며 머리를 숙였다.
이는 수뇌부의 강력한 경고 메시지와 초강수 대처에도 불구하 일선 경찰의 비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6일 서울청 기동단 소속 한 경장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고 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 같은 달 15일과 16일에는 기동단 소속 직원들의 음주폭행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에 조 청장은 같은 달 16일 직접 서울청 기동본부를 찾아 기강 바로 세우기를 당부했으나 불과 7일 후인 같은 달 23일 기동단 소속 경사가 또다시 음주폭행 시비에 휘말렸다. 엿새 뒤 강북경찰서 지구대 소속 경사는 불법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일선의 탈선'이 계속되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오는 4월11일까지 비위행위를 한 경찰관을 가중처벌하겠다며 '특별경보' 조치를 발령했고, 조 청장은 서울 전(全) 경찰서에 '음주 자제령'까지 내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7일 서울 강동경찰서의 한 지구대 소속 순경은 술에 취해 노상에서 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해 체포됐고, 지난 9일 서울청 기동단 소속 한 경위는 술에 취해 시비가 붙은 행인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꿎은 지휘부의 속만 타 들어가는 실정이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소속 직원이 문제를 일으키면 연대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퇴근 후 일과를 일일이 간섭할 수도 없고 매우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일선에서는 경찰이 14만 거대 조직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통제가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조직원이 많기 때문에 비위 발생 건수도 많을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다. 중간관리자급인 한 경찰관은 "최근 경찰관들의 비위가 대거 적발된 것은 사실이나 전체 인원이 많다 보니 비위 발생 건수가 더 많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한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수가 아닌 비율로 보더라도 경찰관들의 범죄율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2022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76만3681명 중 4262명이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 중에서도 경찰공무원의 경우 13만8491명 중 1730명이 범죄를 저질렀다. 전체 공무원 범죄 비율 0.6%보다 2배 많은 1.2%에 달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경찰관들의 기강 잡기도 중요하지만 직무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인구가 약 14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일탈 가능성이 높은 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주취자나 범죄자를 대하는 직무 특성상 스트레스가 높은 점도 경찰관들의 비위와 연관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임 교수는 "직업 특성상 엄격한 직업윤리가 요구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범죄를 저지른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단호히 징계를 내리되 평상시 직업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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