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이 그 중요한 [가정] 싸움에 마속을 썼다가 사마의가 이끄는 위나라 군대에 참패하고 군사들을 많이 잃었다.
마속 때문에 가정 싸움에서 패해 퇴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던 제갈량은 친히 5,000군사를 거느리고 [서성(서현)]으로 가서 군량미를 옮기고 있었다.
장졸들을 시켜 군량미와 말먹이 풀을 한창 실어내고 있는데 사마의가 15만 대군을 이끌고 들이닥쳤다.
그때 공명 곁에 쓸 만한 장수는 하나도 없고 5,000군사 중 절반은 군량미를 싣고 성을 나가서 기껏 2,500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사마의가 15만 대군을 이끌고 들이닥쳤으니 모두 놀라 얼굴이 하얗게 된 상황이었다.
"성문을 활짝 열고 문마다 백성들로 꾸며 물을 뿌리고 비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라. 위병이 가까이 오더라도 결코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제갈량은 거문고를 든 아이 둘만 데리고 성벽 위에 올라가서 눈에 잘 띄는 적루에 자리 잡고 앉아 거문고를 뜯었다.
그 뜻밖의 광경에 어리둥절한 사마의는 제갈량이 무슨 꿍꿍이 속으로 저러는지 잔뜩 의심이 일었다.
꾀가 많은 제갈량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몰라 성안으로 쳐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마의의 둘째 아들 사마소가
"아버지, 제갈량이 거느린 군사가 없어 일부러 저러는 거니 당장 칩시다"하고 제안했다.
시마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제갈량은 모험을 하지 않는다.
저 거문고 소리 들어봐라.
선율이 얼마나 평화롭냐?
성문을 열어둔 것은 매복이 있다는 뜻이다."
사마의는 그렇게 아들의 입을 막고 군사를 모두 거두어 물러가 버렸다.
며칠 후 사마의가 다시 대군을 이끌고 서현에 왔을 때는 성이 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장수는 없고 군사들은 문관 2,000명 정도 뿐이었다는 소릴 듣는다.
사마의가 쓴웃음을 지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묘(妙), 묘(妙), 묘(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