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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정을 내리면,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 111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거나 물러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의회독재' 정국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야당의 폭주를 넘어선 '폭거' 상태를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려면 '개헌(改憲)' 논의와 정치적 개혁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도 이미 탄핵 심판 최종 변론을 통해 "잔여 임기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며 "개헌과 정치 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 한다"고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도 지금껏 드러난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정쟁 속 국정 마비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방법은 윤 대통령이 기각 또는 각하를 통해 하루빨리 복귀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전이 시작되고 차기 대통령에 개헌을 맡겨야 하는데 새로 시작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면서 개헌을 하려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놓고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1987년 이후 변화한 정국과 현실, 민심을 반영해 개헌 논의의 중심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 국힘 "尹 직무복귀시 서둘러 개헌 추진"…87체제는 '제왕적 의회 헌법'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내일(4일)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직무 복귀가 결정되면 우리 당도 서둘러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민의 뜻을 모아 시대 정신에 맞는 헌법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시대에 맞지 않는 87체제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생각했던 우리 헌법이 의회 독재를 견제할 최소한의 수단조차 사실상 전무한 제왕적 의회 헌법이란 사실도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비대위원장은 "행정·입법·사법부 어떤 곳도 특정 개인이나 상황에 장악되지 않고 다양화·다원화된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내는 더 큰 헌법을 만들겠다"며 "이번 위기를 디딤돌로 대한민국 개혁과 대변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내일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87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개헌 이후 대통령 3명이 탄핵소추…인사권도 떠밀려
1987년 개정된 헌법 체제는 대통령의 제왕적 통치를 가능하게 하던 규정을 삭제해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히 약화시켰다. 실제 1987년 개헌 이후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8명인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부터 대통령이 입법부와 검찰을 포함한 사법부를 통제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노 대통령이 집권 당시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못 해 먹겠다"고 한 말은 더이상 대통령의 권한이 제왕적이지 않음을 방증한다. 이때부터 정권을 잡은 역대 대통령 5명 중 3명이 탄핵소추됐고 그 가운데 1명이 탄핵을 당해 옥고를 치른 것이 그 증거다.
오히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임기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3분의 반론권 요청조차 무시당한 전례를 보면 지금의 대통령제가 사법부를 통제할 만큼 제왕적인 상황도 아니다.
심지어 대통령이 행정부 내 수많은 자리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려 해도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어떻게든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를 앉혔다. 대법원장이나 헌법재판관 등 국회 추천 몫을 통해 사법부를 장악한 것도 마찬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을 '영장쇼핑'을 통해 체포·구속한 오동운 공수처장이다. 그는 과거 좌파 성향의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로, 경찰 고위직 부패 범죄를 변호한 것과 '배우자 법무법인 운전기사 채용' 등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여야 모두 반대하던 인사였지만 지난해 4월 22대 총선 패배로 민주당에 떠밀려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
◆30회 탄핵남발한 제왕적 의회…한국만 직무정지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입법부는 말 그대로 제왕적 힘을 갖는다. 현 정부 들어 민주당이 30회에 걸쳐 탄핵소추를 거듭할 수 있었던 것도 다수당에 주어진 제왕적 권력 덕분이다.
특히 한국의 국회의원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보좌관을 둘 수 있으며 세계 유일의 국정감사권을 갖고 있다. 법률 제정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제한이 없다.
심지어 대통령과 공직자 등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어도 탄핵소추만으로 직무정지된다. '탄핵 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이 정지된다'는 헌법 65조 3항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를 악용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공직자를 일정 기간 '직무 정지'시키는 용도로 활용했다. 소추부터 심판까지 직무 정지 기간은 한덕수 권한대행이 87일로 짧았고, 이재명 대표 수사를 담당하던 이정섭 검사가 복귀하기까지는 270일이나 걸렸다.
또 탄핵 직무 정지로 방통위를 무력화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원장 이동관, 김홍일, 이진숙 3명 모두에, 이상인 직무대행까지 탄핵안을 발의했다. 방통위가 친야 MBC 지휘부를 교체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서였다.
미 하원에서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후 상원에서 기각된 클린턴, 트럼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적이 없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탄핵심판 중에도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
◆87체제는 '맞지 않는 옷'…개헌 통해 국민소환제도 도입
탄핵으로 대통령이 파면됐을 때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68조도 극단적 정치 충돌을 부추긴다. 대통령이 쫓겨났다는 후폭풍 속에서 두 달 만에 치르는 대선에선 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마련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사망이나 탄핵으로 궐위될 때 부통령부터 헌법이 정한 순서에 따라 대통령직을 승계한다. 이를테면 포드 대통령은 애그뉴 부통령이 부패 혐의로 사임하자 후임 부통령으로 임명됐다가 닉슨 대통령 사임에 따라 승계했다.
심지어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마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돼 버렸다. 최근 선관위 고위직 자녀들의 불법 채용 비리가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는데 더 놀라운 것은 부정부패가 심각한 선관위를 상대로 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헌법을 침해한다고 '위헌'으로 판단한 헌재의 권한쟁의 결정이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이기에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헌재 결정의 요지다.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력으로 합리화시켜 준 것이다.
이는 선관위의 최고책임자인 위원장을 법관들이 맡다보니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금 헌법재판관 6인이 지역선관위원장을 재임한 적이 있으나 스스로 회피하거나 제척되지 않고 선관위 사건을 판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헌법재판관들 역시 국민을 위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함에도 자신의 임명권자와 동료 법관을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 법관은 선거로 인한 통제도 받지 않고 독일처럼 법모독죄로 처벌받는 일도 없기 때문에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따로 없다.
이 때문에 개헌을 통해 국민발안제 도입, 국민투표 대상 확대, 국회의원의 권한 남용과 헌재 결정, 대법원 판결까지 포함한 국민소환 대상 확대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3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87체제는 국민의 정치적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한국 사회가 억지로 입고 있는 '맞지 않는 옷'으로 전락했다"면서 "하루빨리 윤 대통령이 복귀해 국회를 상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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