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금지된' 장기 집권 시나리오 … "혼란 부추겨 레임덕 방지 목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헌법으로 금지된 '3선 출마'가 잇달아 거론되자 현지 언론에서 '우회' 가능한 시나리오가 나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은 4년 단임인 만큼 조기 레임덕을 우려한 '여론몰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3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임기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1951년 채택된 수정헌법 22조는 "누구도 두 차례 이상(no more than twice) 대통령으로 선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46년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의원들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민주당 대통령이 4선한 것을 의식해 마련한 것이다. 공화당 발의에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동조해 헌법 개정이 가능했다.

루스벨트 대통령 전후로 8년 이상 재임한 대통령은 없으며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3선에 출마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하원 모두 3분의 2 다수결로 채택돼야 하고 이후에도 미국 모든 주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공화당은 현재 상·하원은 물론, 주의회에서도 헌법 개정을 통과시킬 만한 슈퍼 의석을 확보한 곳이 없다.

그러나 선거 없이 대통령에 오르려면 방법이 없지 않다. WSJ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밝혔다.

우선 부통령으로 출마하는 방법이다. 2028년 대통령선거에 J.D. 밴스가 대통령으로, 자신은 부통령으로 출마해 당선한 뒤 밴스가 사임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헌법에 "대통령직에 부적격한 사람은 부통령직에도 부적격"이라고 규정된 것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부통령 출마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가능하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두 번째 방법은 다른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트럼프 대통령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뒤 대통령과 부통령이 함께 사임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방법이다.

대통령 승계 순서를 정한 연방법은 대통령직에 부적격한 내각 인사를 승계에서 제외하지만, 의회가 헌법 개정 없이 일반 입법을 통해 이 제한을 완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3선 출마가 자주 언급되는 것은 레임덕이 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선 출마가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이상 출마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지속해서 거론하고 있다.

30일에는 N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3선 도전은 농담이 아니다. 그렇게 할 방법들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우회방안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3선을 추진한다는 징후도 전혀 없다.

실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3선 출마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나는 모르겠다"며 "전혀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NYT는 계속되는 3선 발언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팅 앱 '시그널'에서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돌리고 차기 지도자로 주목받을 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차기 인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두려워하는 레임덕 상황으로 이어진다.

앤디 오글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1월 트럼프 대통령의 3선 출마를 허용하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31일 공화당 지도부가 개헌안을 부결시키면서 대통령의 3선 출마 발언에 대해 농담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람들 관심을 끌려는 의도"라고 말했고, 백악관 당국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한 발언일 뿐이라면서 유의미한 의미부여를 경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3선에 대해 계속 묻고 대통령은 웃으며 답한다. 그런데도 모두가 흥분한다"며 "앞으로 4년의 시간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데이브 카니 공화당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람들을 혼란시키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좌파 진영을 크게 자극하는 한편, 다른 사람들에게도 트럼프가 정치 무대에 오래 남아있을 것으로 믿게 만든다. 트럼프는 사람들을 흔드는데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는 법을 어긴 적이 없으며 어기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며 "다만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말함으로써 상대방을 격분시킨다. 그가 제일 잘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된다면 좋을 것(That would be good)"이라고 답하면서 3선 출마 가능성을 재차 열어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두 번의 대통령직 임기를 수행한 뒤 퇴임했으며 재출마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