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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리스크의 족쇄를 벗어던진 이 대표의 대선 행보에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다.
다만 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한 이 대표의 여러 혐의 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다소 경미한 처벌이 예상됐던 사안이었기 때문에 사법리스크를 온전히 해결했다고는 볼 수 없다.
게다가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 만큼 다시 뒤집힐 수도 있다. 국가 중대사를 가르는 판결이니만큼 원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도 이 대표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평가나 의견 표명으로 해석한 것은 법적으로도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 결론을 내려놓고 꿰어 맞춘 아주 전형적인 판결이란 비판이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하는 것보다, 2심 결과를 전원 합의체로 파기한뒤 스스로 판결을 다시 내리는 '파기 자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통해 2개월 안에 이재명에 대한 단죄를 해서 사법부의 신뢰를 찾고 '법의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法 "'김문기 몰랐다' 짧고 명확하게 말한 것에 불과"…이 대표에 '면죄부'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이 대표의 '김문기 몰랐다' 발언을 처벌 할 수 없다고 봤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발언은 인식에 관한 것을 짧고 명확하게 말한 거라 교유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인정할 정도의 여지가 없다"며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했다'는 취지로 기소된 발언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뒤집었다. 골프 발언은 '김문기 몰랐다'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보조적인 논거에 불과하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조상규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이 대표가 '김문기를 몰랐다'고 말한 것은 명백한 사실관계 진술이지 어떻게 그게 의견 표현이라는 말이냐" 반문하며 "이는 기존 허위사실 공표 판례에 비춰도 부끄러운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판결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대법원이 신속히 파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을 뜨고 싶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비한 사람은 처벌받는데 로비받은 측은 '무죄'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이 대표의 '성남 백현동 식품연구원 땅의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서도 처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3차례 공문은 법률상 근거 명시와 독촉 취지로 볼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발언을 허위로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국토부, 한국식품연구원, 성남시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친 뒤 국토부의 협박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용도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이다.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이마저도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은 이 대표가 2014~2018년 민간업자인 부동산개발업체 아시아디벨로퍼 측에 특혜를 몰아줘 이익을 얻게 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식품연구원은 2014년 1월 아시아디벨로퍼와 부지 매수 양해각서(MOU)를 맺고 성남시에 여러 차례 부지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성남시는 해당 부지를 두 단계(자연·보전녹지지역→2종일반주거지역) 높여 달라는 요청을 두 차례 반려했다. 그러다 네 단계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검찰은 민간업자가 아파트 건설 목적의 용도지역 상향, 임대아파트 비율 축소 등의 특혜를 받았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브로커 김인섭씨가 이 과정에서 용도변경 등의 청탁을 성남시에 전달했느냐 여부다.
김씨는 이 대표를 '형'이라고 부를 정도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김씨는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지난 8월 항소심에서 용도변경과 관련한 로비 명목으로 70여억원 등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징역 5년과 추징금 63억57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누가봐도 특혜를 줬다는 판단이 든다. 하지만 성남시가 국토부의 협박으로 아시아디벨로퍼 측이 요구한 두 단계 종상향이 아닌 네 단계 종상향을 시켜줬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무죄 선고한 형사6부…'우리법연구회' 소속 판사도 포함
이런 이유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담당한 항소심 재판부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부패·선거 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로, 고법판사 3명이 대등한 위치에서 심리하고 합의하는 대등재판부다. 세 명의 판사가 사건별로 재판장을 나눠 맡고 있다.
이 대표 공직선거법 항소심 재판장을 맡은 최은정 부장판사(53)는 경북 포항 출생으로 대구 송현여고와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 사법연수원을 30기로 수료한 그는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부산지법 판사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냈다. 2016년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서울고법과 부산고법에도 몸담았다.
이예슬 부장판사(48)는 전남 순천 출생으로 서울 신목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이 부장판사는 1999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2년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했다. 이후 수원지법,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서울행정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지냈다.
정재오 부장판사(56)는 광주 출생으로 광주 살레시오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그는 1993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6년 사법연수원을 25기로 수료했으며, 이후 군 법무관과 서울지법, 전주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 등으로 근무했다. 진보 학술 단체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는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은 선거·부패 사건의 항소심 절차를 주로 진행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6부는 지난해 6월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아들이 실제 인턴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1심과 같은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내 주변 대부분의 법조인이 이번 판결을 두고 '정신 나간 판결'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판사가 탄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면 도저히 저렇게 판결할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이 대표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평가나 의견 표명으로 해석한 것은 법적으로도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며 "이번 판결은 일반적인 법조계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재원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은 해석이 안 된다"며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 '허위가 아니다' '거짓말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려놓고 꿰어 맞춘 아주 전형적인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 '파기환송' 아닌 '파기자판'해야 문제는 '억지 논리'로 이재명 대표에게 면죄부를 준 이번 판결을 어떻게 제자리로 돌려 놓느냐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기각돼 직무에 복귀하면 이번 판결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공직선거법보다 훨씬 범죄 행위가 중대한 대장동과 대북송금, 위증교사 등 여러 재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돼 대선이 치러질 경우 이 대표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하더라도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 대권을 움켜쥘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미 '헌법 84조'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자신의 재판이 모조리 중단된다고 선언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막으려면 대법원이 적어도 2개월 안에 결과를 바꿔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파기환송이 아닌, 대법원이 스스로 다시 판단해 판결 내용을 뒤바꿔야 한다. 이른바 '파기자판' 이 반드시 필요한 까닭이다.
파기자판은 상급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는 대신, 항소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는 파기환송을 하지 않고, 사건을 직접 재판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는 경우는 소송기록과 1심 및 2심 법원에서 조사한 증거에 의해 판결하기 충분하다고 인정하는 때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서정욱 변호사는 "대법원에서는 중요한 사건은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로 바로 회부할 수가 있다"며 "부에서 이재명 대표 상고심을 진행하면 재판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파기자판으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사건을 파기해도 고법으로 환송하면 늦는다"며 "2심 판결을 파기한뒤 전원합의체로 가서 파기자판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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