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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을 지켜본 헌법·형사법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헌법재판소의 절차적 정당성에 심각한 하자가 있다"며 탄핵 심판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17일 오후 서울 교원투어빌딩 대강당에서 열린 '탄핵 정치로부터 헌정 수호를 위한 법학자 토론회'에서 법학 교수들은 "헌재가 막판에 결론을 지연하거나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으면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 "절차적 정당성 흔들린 심판으로 국민 설득할 수 있나"…'공든 탑' 무너지는 헌재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절차 운영은 편향성을 노출해 향후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국민 다수를 설득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 교수는 구체적으로 △탄핵심판의 증인신문 방식 △형사소송법 규정 준용 문제 △'내란죄' 사유 급변 △헌법재판관 일부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 등에 관해 문제가 노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먼저 "증인 신문을 하루에 3~4명씩 몰아서 진행하고 시간제한도 매우 엄격히 적용해 반대신문권이 사실상 무력화된 점"을 꼬집었다. 이어 "형사재판에서도 보기 힘든 속전속결 심리를 헌재가 시도하면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제대로 반박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피의자신문조서(피신조서)가 형사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으려면 당사자가 내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 측이 부인하는 검사 작성 피신조서를 헌재가 무리하게 증거로 채택하는 모양새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내란죄' 부분에 대한 심판 사유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차 교수는 "국회 소추 의결서에는 내란죄가 포함돼 있었는데 이후 헌재 변론준비기일에서 소추대리인단이 갑자기 철회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헌재와 소추대리인단 간 '누가 먼저 권유했느냐'를 놓고 진술이 달라지면서 헌재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탄핵심판을 최대한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려는 기조가 지나쳐 오히려 윤 대통령 측이 변론 준비에 시간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는 "노무현·박근혜 대통령의 사례에서도 '대통령직의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명분 아래 신속 절차를 강조했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에는 형사재판까지 동시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변론기일을 빽빽하게 잡아버리니 결국 방어권 보장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차 교수는 "헌재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절반은 반대하고 분노할 국민들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불신과 의혹이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태"라며 "결과적으로 '왜 헌재가 이 결론을 냈는가'를 납득시키는 과정이 생략된다면 더 큰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헌재, 속전속결 진행한 후 선고는 지연…직권남용 비판도 면치 못할 것"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대해 "처음엔 속전속결이더니 갑자기 '멈춤' 상태가 된 것은 일관성을 크게 해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63일)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91일) 사례를 예로 들며 "헌재가 초반엔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일을 잡고 변론을 몰아가다가 지금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결론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러한 '오락가락' 행보가 헌재 스스로 대통령 사건만 우선시하기 위해 선입선출 원칙까지 무시한 정당성을 허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압축 심리로 일주일에 두세 번씩 변론기일을 잡고 증인신문을 하루에 몰아넣는 등 형사재판에서도 보기 힘든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더니 이제는 마치 시간을 끄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대통령 탄핵심판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사건들을 줄줄이 뒤로 미뤄놓고 갑자기 감사원장·검사 탄핵만 선고했다"는 점도 일관성 결여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내란죄를 덧씌우려 했던 형사재판까지 구속취소·석방 결정이 나면서 헌재도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헌재 재판관 일부의 임기가 끝날 때 심판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재판관 6인 체제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는 "과거에도 재판관 공백이 길어지면 헌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막판에 무리하게 선고를 강행해 혼란이 가중되거나 아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넘어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끝으로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불신이 커지면 탄핵심판 결과가 무엇이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며 "헌재는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 '내란죄' 철회됐어도 끝까지 심리해야…외면하면 정치 보복 수단으로 전락"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가 탄핵 소추 사유로 제시된 이상 국회가 중간에 이를 철회했더라도 헌재가 끝까지 심리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증거와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내란죄 실체는 없다고 보지만 의혹이 제기된 이상 헌재가 이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 헌법에 따르면 탄핵은 반역, 뇌물 수수 등 중대한 범죄에 집중되지만 우리 헌법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는 포괄적 개념을 두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정작 형사적 심판이 필요한 중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헌재가 직접 판단하지 않고 공을 넘기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내란죄'가 심리 과정에서 삭제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국회 의결 후 소추 사유 일부가 변경됐지만 이는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었다"며 "반면 이번 탄핵심판에서는 핵심 사유였던 내란죄가 삭제되면서 국회 의결서의 70~80%에 달하는 소추 사유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탄핵심판은 국회의 소추의결서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핵심 사유가 사라진 채 심리를 이어간다면 본회의에서 의결된 사유와 전혀 다른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무력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재가 이를 무시한 채 본안심리를 강행한다면 탄핵심판이 정치적 도구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며 "정상적인 절차라면 헌재는 본안을 심리할 것이 아니라 각하 결정을 내려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란죄 성립 요건과 공수처 수사 권한 불명확…법치주의 훼손 우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국헌 문란의 목적'과 '폭동'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단순히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이유만으로 내란죄를 적용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과거 내란죄가 적용된 사례를 보면 기존 정권을 전복하려는 세력이 다수의 폭력을 동반한 반란을 일으킨 경우였다"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죄로 직결될 수 있다는 주장은 신중한 법적 검토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몇 시간 동안 폭동이라 불릴 만한 상황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국회도 정상적으로 권한을 행사했다"며 내란죄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 권한이 침해되지 않았다면 비상계엄을 내란행위로 규정하기 어렵다"며 "이번 계엄 절차와 진행 과정을 보면 강압적인 조치도 없었고 실제로 국회가 즉시 계엄 해제를 의결해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12·3 비상계엄은 국가 비상사태에서의 한시적 조치였을 뿐 그 목적이나 실질적 결과를 볼 때 내란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형사적 처벌보다는 헌법적·정치적 판단의 영역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교수는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내란죄 수사는 그 무게감과 파장이 큰 만큼 절차적 정당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현재 법원이 판사마다 다른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일방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법치주의를 위협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도 "수사기관이 법적 권한을 넘어서는 순간 법치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공수처의 이번 행보가 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오히려 대한민국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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