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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원장에 개미들 몰려갔다는데 … 이재용 회장님, 보고 받으셨는지요

뉴데일리

"이복현 금감원장님, 이재용 회장님 좀 막아주세요." 삼성 직원이 보면 머리털이 곤두설 말이 주식시장을 떠돌고 있다. 삼성SDI의 유상증자 소식을 전해 들은 소액주주(개미)들이 금융감독원 집단 민원 제기를 서로에게 독려하며 등장한 말이다.

이 원장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이 회장을 기소해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를 연 인물이다.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 그런 이 회장에게 다시 이 원장을 들이밀다니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SDI 이사회의 유증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개미들의 하소연을 보고 있으면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 삼성SDI의 이번 유증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전기차 캐즘으로 오랜 불황을 겪었고,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 회사 측도 유증 자금 2조원 중 9047억원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투자에 쓴다고 했다. 나머지 돈도 헝가리 공장 증설 자금과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투자에 사용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투자 압박을 생각하면 시의 적절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지점이 있다. 바로 '시점'이다. 삼성SDI 이사회가 유증을 결의한 14일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튿날 아침이다. 개정안은 회사가 개미들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이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말은 좋지만, 대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악법(惡法)이다. 부자 재산을 빼앗아 모두에게 나누자는 더불어민주당식 공산주의 발상에서 기인한다. 기업 발전은 뒷전이고 경영권만 노리는 투기 자본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법이다.

하필 민주당이 이런 악법을 강행 처리한 직후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의 핵심 계열사가 소액주주들의 불평 불만이 쏟아질 법한 일을 만든 건 누구의 판단일까.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법 개정안 처리 직후 "직을 걸고 개정 거부권 행사를 막겠다"고 했다. 여권에서 제기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은 행사돼선 안된다는 취지다. 삼성과 이 원장의 악연을 곱씹지 않더라도, 껄끄러운 인물이 감독기관 수장으로 있는 시점에 구태여 책 잡힐 구실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아니나다를까, 금감원은 유증 발표 당일 곧바로 이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유증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의 권익이 훼손되지 않는지 깊숙하게 들여다 보겠다며 기세를 올렸다. 주제 넘은 발언으로 사퇴 여론에 직면한 이 원장에게 운신의 폭을 마련해 준 꼴이 됐다.

일련의 상황을 볼 때도 삼성의 결정은 아쉬운 지점이 여럿 있다. 삼성은 이미 정해진 일정이며, 오비이락일 뿐이라고 할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무적 판단의 아쉬움을 지우기는 힘들다. '굳이 지금', '왜 하필'이란 말이 나오지 않게 할 방법도 얼마든 있었을 것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여러차례 금감원과 협의를 거쳤지만, 번번이 설득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후문이 있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당분간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그런 배경을 고려하면 삼성이 상법 개정이 마무리 되기 전 허겁지겁 마지막 기회를 노렸다는 개미들의 억지도 들어 봄직한 얘기로 바뀔 법 하다.

이건희 선대 회장은 1995년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라는 말을 시작으로 삼성의 본격적인 도약을 이끌었다.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국민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정치적 레토릭(수사)이었다. 동시에 당시 반도체 투자에 심드렁했던 정치권과 단절을 선언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노회한 정치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 발언을 회고하며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을 넘어섰다는 오만한 선언'이라고 이를 갈았을 정도다. 삼성은 그렇게 성장했다. 정경유착을 끊어내지 못한 재계의 거인들이 익숙한 레거시 산업에 갇혀 답보하는 와중에 삼성은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국민 기업으로 커갔다.

그랬던 삼성이 예전같지 않다.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했고, 정치권은 우리 경제의 앞길만 막던 당시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4류 정치와 선을 긋고 1류 기업으로 나아간다는 이 선대회장의 결단이 다시금 절실해진 시점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삼성이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에 관료들을 모셔간다는 소식만 심심치 않게 들릴 뿐이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등재는 무위로 끝났지만, 이사회 의장은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꿰찼다. 삼성 그룹 사외이사 중 관료 출신 비중은 46%에 달한다고 한다. 또 다른 인(人)의 장막이 펼쳐질까 두렵다.

기업 총수가 일일이 모든 결정에 개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경영 판단의 길목을 항상 지켜야 한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은 조직 사기를 떨어뜨리지만, 수수방관(袖手傍觀)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작은 판단 미스가 큰 화(禍)로 돌아오는 일은 흔하디 흔한 경영 리스크다. 그 때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결정권자에 돌아가기 마련이다. 삼성이 10여년 간 호되게 당한 시련의 시간이 말(馬) 한번 잘 못 빌려줬다는 빌미로 시작됐다는 경험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5/03/17/20250317000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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