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지난 26일 재판에 넘겨졌다. 비상계엄 선포 54일 만에 현직 대통령 구속기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됐지만 여전히 절차의 적법성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관할 법원도 아닌 서울서부지법에서 체포·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윤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내란죄 수사권 논란에서 비롯된 영장 청구의 정당성 문제 등을 회피하기 위해 관할 법원을 선택적으로 기피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법원을 선택했다는 '판사쇼핑'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사법 시스템이 헌법과 법 논리보다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은 국민의 사법 불신을 초래함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근간까지 크게 훼손하는 행위란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중앙지법 판사가 기각한 尹 체포영장, 서부지법이 발부"공수처가 서부지법에서 발부받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은 애초 '중앙지법 남천규 판사'가 불허했던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황현호 변호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판사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중앙지법 판사의 자존심도 걸려 있는 것 같다"며 "중앙지법 남천규 판사가 기각한 체포영장을 서부지법 이순형 판사가 발부했으니 열 받을 만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법원에도 서열이 있고 실제로 판사 인사 발령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된다"며 "그런데 중앙지법을 무시하고 법률에 위반해 서부지법이 체포,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것을 중앙지법이 추인해 줄까"라고 지적했다.
황 변호사는 또 "통상 검사가 수사의 필요성 등을 소명해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을 하면 영장담당 판사는 거의 발부해 주지만 중앙지법이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은 서울중앙지검이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기간 연장신청을 중앙지법에 신청했지만 영장전담판사가 기각한 사실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심지어 검찰은 연장 불허 4시간만에 재신청했지만 이마저도 불허했다.
그는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한) 그 판사의 생각은 내란죄가 명백하니 더 수사할 것도 없이 기소하라는 뜻이 아닐 것"이라며 "기존의 수사 관할, 구속 절차가 법률에 위반되니 후속 절차를 더 하지 말라는 뜻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은 추가 수사 없이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6일 심우정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 차·부장, 전국 고·지검장이 참여하는 회의를 열고 약 3시간 진행한 회의 끝에 심 총장이 내린 결정이다.
검찰 특수본은 "법원의 납득하기 어려운 2회에 걸친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으로 인해 피고인 대면조사 등 최소한도 내에서의 보완 수사조차 진행하지 못했다"며 "특수본이 그동안 수사한 공범 사건의 증거자료, 경찰에서 송치받아 수사한 사건의 증거자료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 대해 기소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구속 이후 사정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의 1차 구속기간 만료 전 피고인에 대한 경찰 송치 사건과 공수처 송부 사건의 범죄사실 중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헌법 제84조)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서만 구속 기소했다"고 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수사, 기소를 요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뺀 것이다. 이 때문에 공수처의 불법체포에 이은 불법수사를 기반으로 검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부실 기소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좌파 성향' 법원장에 부장판사들까지 포진그렇다면 왜 공수처는 서부지법을 선택한 것일까. 윤 대통령 1차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이 판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시해 논란을 빚었다. 두 조항은 '군사상·공무상 비밀 시설과 자료는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경호처가 공수처의 대통령 관저 수색을 막는 법적 근거다.
이 판사가 소속됐던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1988년 사법부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이 결성한 학술 모임으로 출발했으나 활동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과 폐쇄적 운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법원 내 사조직이라는 논란과 특정 이념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평가되며 사법부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판사 외에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해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정계선 전 서부지법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젠더법연구회와 헌법연구회, 외국사법제도연구회 등 다수의 진보 성향 재판 연구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헌법재판관 임명이 보류된 마은혁 판사 역시 서부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으로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마 후보는 판사로 임용 되기 전부터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론 교육과 선전 활동을 주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인민노련은 남한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고 남북 통일(공산화)을 이루려는 목표를 가진 과격 좌익혁명단체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을 전개했다.
윤 대통령 측이 영장 발부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서부지법에 낸 이의신청을 기각한 판사도 공교롭게도 좌파 성향 판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윤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을 심리한 마성영 부장판사는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체포(구금)에 대해서는 취소나 변경을 구할 수 없고 수색영장은 이의신청 대상도 아니다"라면서 "발부에 대해 다투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선을 그었다.
마 판사는 또 형소법 제110·111조의 적용을 예외로 한다는 문구에 대해서도 "기존의 법 해석을 확인하는 의미일 뿐"이라면서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과거 북부지법 근무 당시 조국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보수 성향 유튜버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다.
이후 중앙지법으로 옮긴 마 판사는 조 전 장관에게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양형이 약하다"는 평이 나왔다.
◆진보 성향 민노총·MBC 등엔 관대한 처벌
서부지법은 최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에서 경찰을 폭행한 남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지난 5일 벌어진 민주노총 집회에서 50대 남성 A씨는 경찰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하지만 민주노총 관계자는 A씨가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서부지법은 최근 2017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MBC 블랙리스트 의혹'을 받았던 최승호 전 MBC 사장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MBC 사장 재임 시절 노조 조합원 일부를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등으로 보내 노조법 위반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한 법조계 원로는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6년 동안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등 주요 보직을 차지하며 '법조계의 하나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정치 편향성을 가진 인물들이 득세하면서 사법부는 본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특정 정치 집단을 대변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허위사실 유포' 이재명 편들기…정계선 법원장은 모르쇠 일관
이 같은 서부지법의 정치 편향적 판결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단순 시위 혐의로 대학생 전원 구속, 다시 80년대 독재 시절로"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주장하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한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에게 마치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처럼 내용을 전하면서 1980년대 독재 시절을 언급해 국민을 호도했다.
하지만 당시 서부지법 이아영 당직판사는 같은 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대진연 회원 4명의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야당의 대표가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글은 지금도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계선 서부지방법원장을 상대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물었다. 그러면서 "(영장심사에 대한)판결이 있기도 전에 당 대표라는 분이 저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서 (영장 발부가)확정된 것처럼 엄청난 선전 선동을 했다"며 견해를 구하기도 했다.
당시 정 원장은 "(해당 글을)본 적이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은 여러 언론을 통해 공개됐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는 일이었다.
◆대진연 대통령실 무단 침입 영장 기각 판사가 尹 체포영장 재발부
게다가 대진연은 앞서 지난 1월에도 김 여사 특검을 주장하며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은 대진연 회원 2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서부지법은 모두 기각했다.
당시 대진연 회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한 판사로 알려진 신한미 부장판사다.
서부지법에는 이순형 부장판사와 신 부장판사 총 두 명의 판사가 영장 전담 업무를 맡고 있는데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의 구속이나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며 통상적으로 일주일씩 교대로 번갈아 가면서 근무한다.
1차 영장은 이 부장판사가 지난달 31일 발부했지만 2차 영장은 교대 근무를 서던 신 부장판사가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부장판사는 정계선 원장과 함께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지만 신 부장판사는 해당 연구회 출신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법조계 인사는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신청하면서 관할 법원인 중앙지법을 제외하고 서부지법을 택한 것은 분명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면서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헌재 결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민주주의 질서를 크게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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