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심 선고에 쏟아지는 '무죄 탄원서' … 판사 포획하는 개딸들의 '굉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가 오는 15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판부에 이 대표 지지자들인 '개딸(개혁의 딸)'들의 탄원서가 쏟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개딸들의 행위가 오히려 사법부를 향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는 데다 국민 여론의 반감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판사 한성진)에 이 대표에 대한 무죄 선고를 촉구하는 374개의 탄원서가 접수됐다.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2022년 9월 8일부터 결심공판까지 제출된 탄원서가 4건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선고를 앞두고 개딸이 조직적으로 탄원서 제출을 독려한 결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이 대표 무죄 릴레이 서명 운동'에 들어간 상태다.

◆재판부에 '릴레이 탄원서' 보내는 개딸…사법부도 무시하나

검찰 구형 사흘 후인 지난 9월 23일 이 대표 지지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탄원서 작성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들은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 (이 대표를)기소하고 터무니없는 실형 2년을 구형했다"며 "윤석열의 정적 제거를 위해 이 대표를 향한 억지 기소와 곳곳에 드러난 사건 조작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탄원서 작성법과 재판부 주소, 탄원서 예시문 등을 게시했다.

예시문에는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억지 기소와 사건 조작 등을 통해 죄 없는 사람을 음해하고 있는 검찰의 조작 범죄 행위를 바로 잡아 쓰러져가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울 마지막 보루인 재판부에서 올바른 재판 결과로 잡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탄원서 제출을 독려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개딸의 탄원서 보내기 운동을 독려하는 동시에 '이 대표 무죄 릴레이 서명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윤종군·백승아·강유정·서미화·노종면·정진욱·조인철·손명수 의원 등이 릴레이 서명 운동 인증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검찰 개혁을 촉구했고 참여자수는 이날 오전 8시30분을 기준으로 100만638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법적 효력 없는 탄원서, 반감만 키워"

하지만 이런 탄원서들은 법적 규정이 없어 법적 효력이 없는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재판에서 법리 해석이나 유·무죄 여부 등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탄원서는 유·무죄 판결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다"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한다는 반감을 일으킬 수 있어 재판부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다.

박진식 변호사는 "법치주의 사회에서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서명 운동 같은 경우 판사가 좋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며 "판결은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과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탄원서는 두 요소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하는 자료로 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대표 지지자 등 제3자가 제출하는 탄원서를 재판부가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또 다른 법조인도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사가 판단하는 것인데 제3자가 무죄라고 주장하면 판사는 '사법부한테 압력을 가한다'고 볼 수 있다"며 "본인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은 오히려 반감만 살 수 있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11월은 이재명 운명의 달…1심 선고만 2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는 오는 15일로 예정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 12월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의 핵심 실무자로 알려진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시절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같은 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 역시 검찰은 허위사실로 보고 있다.

열흘 뒤인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이 재판에서 이 대표는 2019년 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2년, 위증교사 혐의에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이는 모두 대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형량이다.

이 대표는 현행법에 따라 공직선거법 사건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이 박탈되고 향후 5년 간 피선거권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