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예산이 '이재명 민주당' 쌈짓돈인가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의식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둔 가운데,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는 전액 삭감하면서 법원 예산은 증액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국가 예산을 무기로 재판 거래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검찰 특활비 80억900만 원과 특정업무경비(특경비) 506억9100만 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했으나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됐다.

특활비와 특경비는 검찰의 일상 업무 외 수사와 조사 등에 쓰이는 경비로 알려졌다. 특히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활동과 사건 수사에 쓰여 사용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 마약이나 딥페이크 범죄 등 수사에 필요한 비용이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특경비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에게 월 30만 원 한도로 개인적으로 지급되는 수사 활동비다.

대검찰청은 특활비와 특경비 전액 삭감에 대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반발했다. 검찰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과장은 항의 차원에서 사표를 냈다.

앞서 민주당은 거듭 검찰 특활비 삭감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예산결산소위에 영수증 첨부가 되지 않은, 입증되지 않은 특활비는 전액 삭감하라고 특별 지시해 놨다"고 엄포를 놨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에 대한 '보복성 삭감'이라고 비판했다. 주진우 의원은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탄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복성으로 활동 예산을 다 깎아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 주요 사업 예산은 대규모 삭감을 예고하면서 '이재명표 예산' 증액에는 사활을 걸고 있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개발을 위한 정부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전액 삭감하자면서 이 대표의 주요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 민생회복지원금, 에너지고속도로 관련 예산은 증액하자는 식이다.

민주당이 검찰 예산을 대폭 삭감한 데 반해 법원 예산은 늘려준 것을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민주당은 법사위 예산 심사에서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사법부 예산에 대해 240억 원 넘게 증액하기로 했다. 야당이 정부 원안보다 예산을 늘려주는 일은 드물다.

이달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법원 회유'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예산은 대폭 삭감하면서 법원 예산을 증액하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과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과정에 권순일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이 있었다. 지금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 판결 앞두고 이런 예산 심사가 제2의 재판 거래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의 판결 선고 뒤 민주당이 돌변해서 담당 판사 탄핵에 나서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재판 과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사안을 민주당이 신경 써가면서 앞장서 해결해 주는 거를 보고 이것 또한 국가 예산을 무기로 한 재판 거래 시도라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이 대표는 '법심(法心) 잡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국정감사 도중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에게 "법관 출신 주제에" 등 막말을 해 '법원 비하' 논란을 일으킨 김우영 민주당 의원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취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겨냥해 "김건희의 개", "검사 아랫도리 비호" 등의 비하 발언을 했을 때 묵인하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 재판과 법원 예산 증액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박균택 의원은 11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나와 "법원에 대해 예산을 올린 것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요구한 것"이라며 "법원과의 이해관계는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장외집회를 열어 사법부 압박에 나섰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민주당이) 무력시위를 계속 할텐데 아마 몇 년간 아름다운 서울 생활은 판사 겁박 폭력 시위로 더럽혀질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