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가운데, 미국 외교정책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돌아갈 시 한국의 전문가들이 핵무장 찬성 진영으로 대거 돌아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대담에서 올해 1∼3월 한국의 싱크탱크 및 교수, 전현직 정부 관계자 등 전략 전문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이처럼 관측했다.
지난 4월 처음 공개됐던 이 설문 결과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응답 비중은 34%에 그쳤고, 53%는 '그렇지 않다', 13%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핵 보유를 지지하는 응답자의 68%는 스스로를 '보수'로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미 대선 결과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돌아온다면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지지가 오르겠느냐는 질문에 핵 보유 반대 그룹의 51%가 '지지 상승'에 무게를 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층에서도 83%가 '지지가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설문 결과에 대해 차 석좌는 "핵무장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전략 전문가들의 의견이 바뀔 경우 정책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이뤄질 수 있으며 이는 초당적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핵무장에 대한 실제 한국의 여론 지형을 어떻게 바꿀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 우선주의는) 이제는 단지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해 한국 내에서 많은 고민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명확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년 1분기 중 전략 전문가를 대상으로 다시 설문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차 석좌는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라면 한국의 핵무장에 매우 강한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기간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고 발언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해 "한국 내에서 분명히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에 대한 질의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차 석좌는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쁜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가장 멀리 있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성공적이었다"며 "지난 70년간 그래왔듯 (한미) 동맹에 투자하는 게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무장 결정은 한미동맹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국의 안보 상황도 바꾸게 된다"며 "한국이 핵을 가지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에 대한 핵 공격 계획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핵무장론은 이를 통해 안보 불안을 줄이자는 데 있지만, 실제로는 안보 위협을 늘려 더욱 불안정한 환경에 놓이게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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