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김건희 여사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논란에 대해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여는 가운데, 확실한 사과와 국정 쇄신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 참석한다. 이번 회견은 시간과 질문 개수에 제한이 없는 '끝장 회견' 방식으로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견을 계기로 등 돌린 여론과 상실한 국정 동력을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월 녹화 방송으로 진행된 KBS 대담에선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아내가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라며 사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렇게 이거를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며 야당 탓으로 돌렸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에 대해선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실은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제2부속실이 '공사 중'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8월 열린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에서도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명품백 사건' 조사가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이뤄진 데 대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조사 방식이라든가 장소가 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제2부속실 추진 경과에 대해서도 "설치하려고 준비 중인데 마땅한 장소가 없다"고 했다.
김 여사 의혹을 수개월 방치한 결과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고, 공천 개입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10%대 후반까지 추락하면서 국정 동력을 상실했다.
이 때문에 이번 대국민담화·기자회견에서도 과거 '마이웨이식 회견'을 답습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와 명 씨 관련 논란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전면적인 국정 쇄신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위기가 찾아왔을 때 기자회견을 통해 반전을 도모했지만, 어설픈 사과로 역효과가 난 사례가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대국민 담화'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최순실 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 분야에서 도움받은 적 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은 있으나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1분 40초 동안 담화문을 낭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그대로 퇴장했다. 재발 방지 약속은 없었다.
국민의 의구심만 키운 이 담화는 여론 악화로 이어졌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은 두 차례 더 대국민 담화를 하고도 결국 이듬해 3월 탄핵당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1997년 5월 차남 현철 씨가 금품 수수와 조세 포탈 등 혐의로 구속되자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언제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정치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사과하지 않아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담화 이후 14%(한국갤럽)였던 지지율은 7%로 반토막 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조국 사태 당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장관으로 지명한 취지와 상관없이 국민께 갈등을 주고 한 점 사과 말씀드린다"고 했지만,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뒷북 사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내로남불' 논란으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 붕괴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은 김 여사와 명 씨 논란에 대한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 메시지가 나와야 할 것"이라며 "국민에게 변명만 하다 끝나는 모습으로 비춰지면 정권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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