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결정으로 우클릭의 정점을 찍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 조건으로 '상법 개정'을 주장하고, '방산 수출 국회 동의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업계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방산 물자를 수출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국가와 국군을 해외 파병한 국가 등은 예외로 하기로 했다.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법에 대해 "정부가 현행 수출 허가 제도를 통해 국회에서 우려하는 국제평화·국제관계의 악화 여부 등에 관해 다각적으로 검토한다지만, 무기를 수출한 상대국과 관계가 악화해 국익에 악영향을 끼쳐도 국회는 이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같은 날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공언하며 상법 개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알맹이 빼먹기를 허용하는 상법의 주주 충실의무 조항 개정부터 개선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상법 개정안은 현행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조항에 '주주를 위해'라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주주 보호와 소액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문제는 두 법안 모두 업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방산 수출 국회 동의법은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으려는 정치 셈법이 깔렸다.
방위산업은 지난해 140억 달러 수출을 기록할 만큼 효자 산업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중점 사업으로 활발한 세일즈 외교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방산기업의 수출 때마다 '딴지'를 걸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전이라는 좌파 이슈와 맞닿아 있어 민주당이 각종 정쟁 현안에 활용하기에도 탁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방산 수출을 국회 동의에 묶어 놓으면 그 순간 방산 기업들은 줄초상이 날 것이 뻔하다"며 "대통령이 가서 세일즈하고 사겠다는 국가가 있어도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 결국 발이 묶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안은 재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법안이다. 기업 경영권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이를 '악법'이라고 부른다. 주주 가치를 올려 한국 기업들의 기업가치를 제고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송전 남발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건실한 국내 기업이 해외 행동주 펀드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해외 펀드가 무차별적으로 기업에 진입해 경영권을 공격하면 대응 방법도 마땅치 않다.
대통령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제로 주주가 어려움 겪거나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 고쳐나가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일반론처럼 확대해 모든 기업에 대한 주주 충실 의무는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주주 간 갈등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론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더 명확하게 주주 이해관계를 해치는 부분에 관해 규정하고, 이 부분을 엄격하게 제어하는 형식이 더 나을 것으로 본다"며 "구체적인 제도 설계 부분은 금융 당국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기업 위축형 법안을 계속해서 추진하기로 하면서 결국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AI(인공지능)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고, 민주당과 글로벌 AI 기업의 정책간담회도 가졌다. 경제를 챙기는 모습을 부각해 대권 주자로서 이미지를 가져가겠다는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당시 표방한 '먹사니즘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의 대표 브랜드로 불리는 먹사니즘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민생 기조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밖에서는 경제계 사람들 만나며 악수하고 고민을 듣는 것처럼 이미지를 만들고 법으로는 산업을 악화하는 것을 정책을 추진하면 기업이 이 대표를 믿을 수 있겠느냐"면서 "기업이 잘돼야 국가 산업이 전반적으로 앞으로 가는데 이 대표는 겉으로 대권 주자 흉내 내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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