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모든 북한 주민이 외부의 정보, 특히 한국 정보를 접한다고 가정하면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건 시간문제다. 북한이 일일이 처벌할 수 없게 모든 북한 주민이 정보의 바다에 빠지게 해야 한다."
'탈북청년' 김일혁(29) 북한연구소 연구원은 4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연구소 국제활동팀 소속인 그는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고자 국내외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연구원은 2011년 북한에서 탈출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에 있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노동단련대에 끌려가는 고초를 겪었다. 이후 더욱 심해진 감시에 고통받던 김 연구원의 아버지는 "이 땅에서 더는 희망이 없다. 한국에 가자"고 말했다. 이튿날 김 연구원과 가족들은 두만강을 건넜다.
◆"北 청년층, 외부 문화 접하며 반감 심해져 … 강압적 정책 실효성 떨어져"
김 연구원은 북한에서 기억을 회상하며 "외부 정보를 접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시장에서 몰래 판매하는 것도 있고, 전자기기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도 있다. 중국을 드나드는 밀무역자들이 USB나 CD를 몰래 가지고 들여와 판매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이어 "청년층의 북한 정권에 대한 믿음이나 충성심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며 "외부 문화를 접함으로써 반감이 심해지고 있고, 체제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의 집권 이후 북한은 주민들의 외부 정보 이용을 더욱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에 따르면, 외부 정보 이용에 대한 공개 처형 비율은 2000년대 이전까지 70% 이하였으나, 2020년대에는 90.9%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김정일 때까지만 해도 백두혈통이라는 명분 아래 김 씨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이나 믿음이 강했지만, 김정은이 집권한 후로는 백두혈통 집권 명분이 점점 희석돼 왔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아마 북한은 계속해서 강하게 처벌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주민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있는데, 모두 잡아서 처벌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그러니 본보기로 혹은 상징적으로 강하게 처벌받는 대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 정권의 강압적인 외부 정보 차단 정책에 대해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갈수록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강하게 처벌받을 것을 인식하면 외부 정보를 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이미 처벌받을 것을 알면서도 외부 정보를 계속해서 접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아무리 강하게 처벌한다고 해도 볼 사람은 다 본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中 강제 북송 문제 심각 … "北 정권이나 中 정권이나 똑같은 살인마들"
김 연구원은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나라가 중국"이라며 "북한에서 중국으로 가면 중국 대륙을 횡단해서 라오스 쪽으로 가거나 몽골 쪽으로 가야 하는데 도중에 검문을 많이 한다. 그때 신분증이 없으면 신원조회가 안 돼서 잡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 내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탈북민들은 그래도 중국어를 잘해서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도 있는데, 북한에서 탈북해서 바로 잡히면 중국어도 모르는 데다가 행색이 누가 봐도 탈북민인 것 같으면 바로 잡아서 유치장에 송치한다"며 "그렇게 송치되면 조사한 후 탈북민들을 모아 놓고 한 번에 북송시킨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중국은 탈북민 600명을 강제로 북송했다. 이 중에는 15세 때 인신매매를 당해 자신보다 서른 살가량 많은 중국인에게 팔려 간 김철옥 씨도 포함됐다. 그는 아이를 낳고 25년을 살다가 중국 공안에 적발돼 강제 북송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김 연구원은 "북한 정권이나 중국 정권이나 똑같은 살인마들"이라며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 and Shaming·공개 거론해 압박하기)을 통해 가해 집단인 중국의 잘못을 계속해서 거론하고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통해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 수치스럽게 만들어 모든 인류가 중국이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국가라고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며 "중국 불매 운동으로 확산하면 중국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면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그들이 '탈북민은 난민이 아니라 불법 경제 이주민'이라는 주장을 이어간다면,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물론, 유엔 회원 자격도 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UPR서 北 파병 문제 제기해야 … 청년들 총알받이 되도록 두고 봐선 안 돼"
유엔의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모든 유엔 회원국의 인권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제도다. 북한에 대한 UPR은 1주기(2009년)와 2주기(2014년), 3주기(2019년)를 거쳐 5년 만에 4주기를 맞았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오는 7일 예정된 북한 제4주기 UPR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이미 북한에서 인권 유린이 자행된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도 북한 측이 나와서 일부는 인정하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북한도 국제사회의 눈치를 어느 정도 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북한을 최악의 상황으로 제재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며 "항상 북한이 죽음의 문턱까지 갈까 하면 대화니, 교류니 하면서 심폐소생술 해서 살려 놓고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또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문제들을 국제사회에서 계속해서 지적하고 비판해야 북한 정권이 눈치를 보면서 처벌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UPR 권고 발언에서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 내에서 자행되는 아동 강제 노동이나 정치범수용소 문제, 외부의 문화를 접하는 것에 대한 반인륜적인 처벌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현재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대한 북한이 파병 문제도 꼭 포함돼야 한다. 이는 국제사회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러시아의 최전방에 파병되는 청년들이 총알받이가 되도록 절대로 두고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북한 주민들이 오랜 기간 고통받게 하지 말아야 한다. 한 인생을 고통받다 죽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라며 "모든 북한 사람이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를 똑같이 누리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통일된 한반도에서 함께 미래를 꿈꾸고 그려나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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