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한 '임기 단축 개헌'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의 통화 음성을 공개한 이후 대정부 공세에 쐐기를 박겠다는 움직임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헌정 중단 시도를 '이재명 방탄'으로 규정하며 이를 저지하겠다고 나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경태·민형배·문정복·김용만 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등은 지난 1일 '임기 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를 결성했다. 이 모임에 참여한 의원 수는 약 20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며 윤 정권 조기 종식을 위한 방편으로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국민 투표를 통한 '임기 단축 개헌'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범야권 의석수는 192석으로, 개헌안이나 탄핵안을 통과시키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8석이 동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야당이 윤 대통령을 향한 탄핵 추진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은 "탄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황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에 포함할 탄핵 사유 17개를 정리 중이고, 이달 안에 초안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2석을 보유한 조국혁신당이 탄핵안을 발의하기 위해선 15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황 원내대표는 "현재 민심의 탄핵 요구가 너무 높아 민주당도 결국 탄핵에 발을 담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도 머지않아 동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대놓고 탄핵을 주장하는 이들이 눈에 띄고 있다.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에 "더 절박한 마음으로 특검과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강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은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주도로 만들어진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 모임에 가입한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임기 단축 개헌과 탄핵 추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공식 논의된 바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섣불리 탄핵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에 일단 여론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미 길거리로 나가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국회의원 등은 지난 2일 서울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규탄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탄핵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대통령은 이 나라의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공복임을 인정할 때까지 함께 포기하지 말고 싸우자"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집회 목적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용'으로 규정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각각 오는 15일과 25일로 예정된 가운데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하고 시선 돌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4·19 혁명 등을 언급하며 애써 집회의 목적을 숨기려 했으나, 준엄한 역사적 사실과 개인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집회를 비교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아버지를 잃을지 모른다는 민주당의 절박함은 이해한다. 그러나 민주당의 탄핵 빌드업에 동조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과 임기 단축 개헌 추진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 혐의자 이재명 민주당의 헌정 중단 시도를 당이 당당하게 반드시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이 대통령 거취와 관련해 탄핵보다 하야하라는 입장에 가까운가'라는 질문에 "추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입장을 정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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