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민주당 성향의 좌파 단체들이 장외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을 끌어올리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집회 주도 세력은 각종 괴담을 주도하고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한 인물들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비례대표 자리를 양보받은 시민사회가 윤 대통령 탄핵으로 보은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익 공동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윤석열 거부권 아웃 시민 한마당' 행사에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집회에서 직접 연단에 올라 "박정희도 5번밖에 거부권을 쓰지 않았고, 이명박도 1번밖에 쓰지 않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벌써 21번 거부권을 썼다"며 "독재자 이승만 45번에 이 어 두 번째 많은 기록"이라고 했다.
이어 "고작 5년짜리 정권이 겁도 없지 않느냐"면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김건희 왕국'이 됐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대놓고 '김건희 방탄'에 앞장서는 이게 나라인가"고 주장했다.
이 행사에는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진영종 참여연대 대표,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 민주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집회 진행자가 직접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각종 괴담 선동'을 주도해 온 인물들이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2007년 광우병 사태 당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이듬해인 2008년 광우병위험감시국민연석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불법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사드 배치 반대와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장외 투쟁 등을 주도했다.
박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도 가깝다. 그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직접 만든 공공의료 기관인 성남의료원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가 대표로 집행위원장이나 운영위원장으로 이름을 걸었던 단체는 100개가 넘는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거의 모든 반정부 집회에 박 대표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영종 참여연대 대표도 마찬가지다. 진 대표는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에도 나섰고, 2010년 천안함 폭침에 추가 의혹이 있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2017년 사드 배치 반대도 주장했다.
특히 박 대표와 진 대표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도 관여한 바 있다. 지난 2월 이들은 '연합정치시민회의'를 만들어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시민사회 몫을 요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들이 추천한 서미화 의원과 김윤 의원이 당선되면서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민주당으로부터 '혜택'을 받은 진보당도 집회에 나섰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가 연단에 섰다. 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한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평가받는다.
진보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해 비례의원 2석을, 울산 북구에서는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고 진보당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서 1석을 얻어 총 3석을 민주당에 양보받았다.
결국, 진보당은 원내 입성의 꿈을 이뤘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에게 총선에서 자기들 몫으로 국회의원 자리를 받고, 민주당에 '이재명 방탄'을 위한 탄핵 하청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에 국회가 국민의 역사적 요구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로 화답할 수 있게 해달라"면서 "뜻을 배반한 무뢰한 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게 여러분께서 행동으로 답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윤복남 민변 회장은 각종 사회적 논란 때마다 야권 진영의 법률적 실무를 주도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이끌던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이 전 의원과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동문으로 각종 반미 집회를 주도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윤미향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연 후임 이사장으로 각종 반정부 집회에 참여해 왔다.
이날 집회에는 강새봄 진보대학생넷 대표와 김재연 진보당 대표, 김학열 민주노총 서울경기북구 기계지부장, 정승혁 전국교직원조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 등이 연단에 올랐다.
강 대표는 지난해 8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오염처리수 방류에 반대하면서 일본대사관을 월담했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강 대표의 아버지는 강인석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정치국장이다. 그는 북한 대남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국내에서 간첩 활동을 전개했다는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 행사 전에는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 대회'가 열렸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전국민중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등이 주최한 행사인데, 박석운 대표는 이 행사에서는 대회사를 했다. 이와 함께 진영종 대표도 참석했다. 김상근 목사와 이홍정 목사도 대회사를 했는데, 이들은 광우병 사태부터 각종 괴담을 주도한 인사들이다. 진보대학생넷이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 27일에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주최하는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탄핵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광우병 사태부터 반정부 투쟁 집회에 나선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의 친형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이다.
장소 대관은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주선했다. 그는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1일 구성된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 회원이기도 하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국회의원 12명 중 9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국민의힘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이 행사를 두고 "강득구 의원이 의정 활동과 무관한 반헌법적 정치 집회에 판을 깔아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 의원은 "탄핵 행사가 왜 반헌법이냐"라며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10월 국정감사를 '김건희 정국'으로 만들어 탄핵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전문 시위꾼'으로 불리는 야권 시민사회를 결집해 탄핵 여론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 서울 소재의 한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과 야권 단체들은 이미 최순실과 국정농단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 본 경험이 있다"면서 "이번 타깃은 김건희 여사이고, 민주당이 국정감사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괴담이 쏟아질 것을 예고하는 하나의 신호"라고 밝혔다.
실제로 민주당은 '김건희 국감'을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김 여사 의혹과 관련한 인사들을 증인으로 줄줄이 채택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디올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천개입 사건'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증인과 참고인만 100명을 신청했다.
민주당은 증인들을 반드시 국감장으로 불러내겠다는 각오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동행명렁장 발부와 고발 등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단일대오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를 두고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친한(친한동훈)으로 무리가 나뉘며 언쟁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108명으로 힘을 다 합쳐도 민주당 공격을 막을까 말까인데, 당내 상황이 몇몇 과격한 발언에 흔들리는 것 자체가 불안 요소"라며 "한 대표가 당내 여론을 잘 보듬고,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조금 더 엄격해지는 등 위기에 강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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