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에서는 '한국의 핵무장'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 모임에는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대한민국 핵무장 논의의 불씨를 살리고자 힘을 보탰다.
박 의원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한국의 핵무장 관련 속도조절론이 대두되며 핵잠재력을 확보하는 수준에만 도달하면 된다는 견해도 나오지만, 박 의원은 "방법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라며 "본질적인 측면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건 다를 게 없다"고 핵무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탈북한 지 15년이 되던 해에 과학기술 분야 인재로 국민의힘에 영입돼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김정은국방종합대학 화학재료공학을 전공하며 북한 무기 개발의 최전선에 있었다. 북한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소재 및 고체연료 등을 연구하며 핵심 인재로 평가받던 박 의원은 북한 정권의 '부조리'에 회의를 느껴 탈북을 결심했다.
북한 무기 개발에 직접 몸담았던 그는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하며 '핵은 핵으로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를 통한 평화는 이미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걸쳐 충분히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그 기간 북한은 국제사회의 눈을 속여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그 결과 북한의 핵무장이 고도화됐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북한이 개발했다는 고체연료 ICBM은 내가 2000년대 초중반 북한에 있을 때 공장에 있었고, 개발하고 있던 것"이라며 "나에게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핵은 핵에 의해서만 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한국의 안보는 대전환기를 맞이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박 의원은 외교적으로 잘 해결하면 오히려 한국이 핵 무장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한미 간 맺은 원자력협정도 손 볼 수 있다"며 "핵무장을 갖출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의 현주소를 진단해달라."우선 북한이 핵무장을 갖췄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맞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은 원래 밀착돼 있고, 이에 더해 북·러가 밀착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중러 3국 연맹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 3개 국가 모두 핵보유국이다. 결국 한국은 핵 보유 3국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도 미국,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고 있지만, 이 삼각체제 안에서 핵보유국은 미국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만의 독자적인 핵 억제력을 보유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북한의 내부 상황은 어떤가."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 컨트롤이 안 되고 있다는 시그널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우리가 북한 수해 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했는데,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직접 나와 '날조'라며 부인하며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피해 사실을 축소하려는 건데, 우리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사실이 북한 주민에게 전달되는 걸 굉장히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오물풍선 투하도 우리의 대북 전단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 아니라 북한 상황에 대한 언론보도를 막기 위한 차원인 셈이다. 또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등 한류 차단을 위한 법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한국을 동족,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제1의 적대국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김일성 때부터 내려온 조국 통일 유훈을 폐기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통제가 안 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 이렇게 스스로 통제가 어려운 국가가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있어 큰 리스크다."
▲북한의 비핵화는 가능할까."북한 체제가 존속하는 한 북한의 비핵화 확률보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그만큼 북한의 비핵화는 어렵다는 뜻이다. 김정은에게 있어 핵이라는 것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고, 알파(Α)와 오메가(Ω)다. 모든 것, 전부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것은 북한의 체제 변화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핵은 체제 결속의 수단이기도 하다. 외부에 적을 만들고 그 적을 상대로 계속 도발하면서 위기를 조성해 북한 주민들이 내부적으로 똘똘 뭉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도발하고도 살아남으려면 군사적 뒷받침이 돼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수단으로 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태다."
▲북한과 대한민국의 군사력, 기술력을 비교해 보면 어느 부분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군사력으로 살펴보면 양적 측면에서는 북한이 앞서는 부분이 있다. 북한은 육군, 해군, 공군 중 기형적으로 육군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포병이 강한 군대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차, 포, 병력 숫자 등으로 봤을 때 한국보다 훨씬 숫자가 많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군사력, 기술력 모두 게임이 안 된다. 한국이 기술력이나 무기 정밀도에 있어 훨씬 우수하기에 재래식 무기만으로 싸운다면 어떤 순간에서도 한국이 북한을 쓸어버릴 수 있을 만큼의 격차가 크다. 딱 한가지 한국보다 앞서는 부분이 있다면 ICBM을 비롯한 미사일 사거리 부분이다. 다만, 이것도 한국의 기술력으로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한미 미사일 협정 때문에 잠시 정체돼 있었을 뿐이다."▲한국형 3축체제(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체계)로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완벽히 막아낼 수 있을까."한국형 3축 체제라는 세 가지가 어떻게 보면 대량응징보복(KMPR) 빼고는 다 요격이다. 킬체인 부분은 우리의 탐지 자산을 이용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무력화시킨다는 개념이다. 이건 그래도 좀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선제 타격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사일 발사대를 기립했는데 이게 통상 훈련인지, 공격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킬체인이라는 것은 한 번 맞은 다음에 시작해야 되는 거라 어떻게 보면 초기 공격은 회피할 수 없게 된다.
핵심은 미사일방어체계(KAMD)다. 그런데 이 미사일방어체계라는 건 부자 나라들이 하는 것이다. 요격 비용은 공격 비용보다 10배 비싸다. 북한의 미사일 하나 요격하는 것은 미사일 10개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한 미사일 제조 비용은 엄청 싸지 않나. 인건비 같은 게 없고 우리나라와 GDP 차이도 크게 난다. 그래서 가격 차이가 엄청나다. 통상 10배라고 하지만 한국과 북한은 거의 50배, 100배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의 경제 규모만으로는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다 요격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같은 경우 그 요격 미사일 1기 가격이 1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북한이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배치했는데, 6륜형 차량에 사각형 발사관을 4연장 형태로 얹은 발사대인 만큼, 한 방에 1000발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1000발이 날아오면 1억 원짜리 최소 1000기가 날아가야 되는데, 그러면 1000억 원이다. 이게 한 번으로 끝날까. 아니다. 방사포도 있고 다양한 것들이 있을 건데, 이런 것을 다 막으려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는 불가능하다. 또 북한에서 쏘면 한국에 도달하는데 짧게는 30초, 길게는 10분 안에 다 날아온다. 이 짧은 시간에 다 요격하는 것은 어렵다. 미국이라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이럴 경우에는 요격할 시간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한국형 3축 체계에 있어 미사일방어체계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가장 첫 번째로 중점을 둬야 되는 것은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한국은 모든 영토 방어가 불가능하고, 만약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다면 한국의 인구가 가장 많이 밀집돼 있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의 탐지와 요격을 피하는 도발 방식을 개발하고 있는 듯하다."북한이 이제 한미 연합군의 MD(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회피하는 미사일도 많이 개발하고 있다. 정말 여러 가지 무기 체계들을 개발하는 중이고 그런 것 중에 대표적인 게 미국을 상대로 하는 전략미사일급으로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극초음속 미사일, 다탄도 미사일 등이다. 초대형 방사포라는 것도 최근에 만들었는데, 600㎜ 방사포는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고 비행 고도가 낮다. 그래서 요격이 어렵다. 또 북한의 화성 11형 시리즈 미사일은 미국의 하이마스라는 다연장 로켓을 모방했다. 이런 미사일들도 비행 고도가 낮고 탄두가 변칙적으로 기동한다. 미사일들이 이렇게 다양화되고 있고 수량도 늘려가고 있기에 다 막기 어렵다.
물론 북한의 기술력으로는 정밀 타격이 어렵다. 우리나라는 초정밀 타격이 가능한데, 북한은 다르다. 한국은 미사일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건물의 조그마한 창문을 뚫고 들어갈 만큼 정밀도가 높다. 그러나 국회의사당을 조준하고 쏘더라도 마포구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 정밀 타격을 노력하고 있고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대선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안보의 대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이는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최근 선거 유세에서 이런 말을 했다. '김정은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핵무기를 가진 자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런 취지로 발언했는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어떤 방식이 됐든지 간에 김정은과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그땐 김정은의 스탠스가 달라질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하고 소통하고 있는 지금과 달리, 서방 세계를 향해 얼굴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적어도 지금보다는 남북 관계, 미북 관계 분위기가 외형상으로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 안보 지형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가 재선에 성공하면 주한미군을 대폭 감축하거나 철수할 수 있고, 미국 전략 자산 배치 비용이 비싼데 이 전개 비용을 한국에 청구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전작권을 한국에 넘길 수도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대미 외교력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 같다. 트럼프 후보의 재선이 꼭 우리에게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한미 간에 맺은 원자력협정도 손 볼 수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전략핵추진잠수함(SSBM) 자체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이런 게 진행이 되다 보면 핵무장을 갖출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될 수 있다. 위태로울 수 있겠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북한의 비핵화 확률보다 훨씬 높다. 국제 제재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있는데, 국제제재라는 것은 결국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불법적으로 탈퇴하고 불법적으로 핵 개발을 하는 국가에 대해 제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가 외교적으로,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상 NPT 10조에는 '한 국가가 지대한 안보 위협을 받을 경우 탈퇴할 수 있다'는 조약도 있다. 이것을 불법적으로 한다면 당연히 국제 제재를 받겠지만, 우리나라가 정말 아무 이름 없는 그런 나라가 아니지 않나.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지위가 있는 나라다. 그렇기에 외교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북중러 동맹이 핵 보유 3국 동맹이고, 우리나라가 속해있는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에서는 미국만 핵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과연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에 있어 나쁘게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이 대중 압박을 함에서도 한국에 핵이 있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마음먹고 핵무장에 나선다면 초기 수준 핵무장까지는 1~2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독자 핵무장론 외에 미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 공유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그런 대안 모두 결국에는 한반도에 핵을 배치해 핵 공유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핵 사용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지 않나. 그런 상황이면 한반도에 가져다 놓거나 잠수함에 두고 있으나 차이가 있을까 싶다.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을 수는 있다. 우리가 완전한 핵무장을 갖추기 전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현무5와 같은 핵무기에 준하는 수준의 무기들을 개발하고, 김정은이 있을 것 같은 지역을 초토화해 버릴 수 있는 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한반도 핵전쟁 억제는 힘에 의한 억제가 유일한 방안일까."핵은 핵에 의해서만 억제가 가능하다. 물론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힘으로만 상대한 것은 아니다. 대화를 많이 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거쳐 대화를 통한 평화를 추구해 왔는데, 그렇게 해서 돌아온 결과가 뭔가. 북한의 고도화된 핵무장밖에 없다. 대화는 충분히 해볼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2000년대 초중반을 북한에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남북 관계가 제일 평화로운 시기였다. 햇볕 정책이나 6·15 남북공동선언 채택 등으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평가되는 시기임에도 북한 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 김정일이 국제사회를 속이고 어느 때보다 핵 개발과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때 제일 많이 발전했다. 그 시기에 지금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신형 무기들의 개발이 거의 8~9부 능선을 넘고 있었다. 2017년에 보여준 ICBM 프로젝트들은 다 내가 북한에 있던 시기에 이뤄진 것이다. 한국이 북한의 시간을 벌어주고 식량도 주고 물자도 줬다. 심지어 돈까지 들어갔는데 그게 다 무기 개발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중반에 군수공장을 가면 북한은 원래 정전이 정상인 나라인데 거기 연구소에 가면 정전이 안 된다. 모든 원재료 물자가 풍족했다. 처음 한국 왔을 때 북한에서 보여주고 있는 미사일들이 나에게는 새로운 게 아니었다. 다 이미 내가 있을 때 알고 있던 거였다. 고체연료 ICBM이라고 최근에 나왔는데, 그것도 내가 있을 때 공장에 있었고, 개발하고 있던 것이다. 김정일이 다 개발해서 아들 김정은한테 세습 선물로 준 것이다."▲자체 핵무장론에 힘이 실리다가 최근엔 속도조절론으로 기우는 모습이다."말 그대로 속도조절론이다. 핵무장을 반대하는 논리가 아니다. 핵무장을 하되, 천천히 하자는 방법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다른 방법이 없다. 핵잠재력이든 핵무장이든 똑같다. 핵무장을 위해 가다 보면 잠재력 확보까지 갈 수 있고, 잠재력부터 먼저 갖춰놓은 뒤 나중에 우리가 핵으로 무장하겠다면 '허용해 주나 마나 똑같은 것 아닌가' 해서 허용될 수 있다. 뭐든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8/13/202408130008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