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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국민 연설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후 첫 공개연설
"남은 대통령 임기 집중"
"강력한 지도자" 해리스 지지
고령 논란으로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대통령직보다 미국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자신의 용퇴가 새로운 세대에게 리더십을 넘기고 미국 국민들을 통합시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결단임을 역설한 것이다. 남은 임기 동안은 직무에 집중할 것이라고 대통령직 사퇴 의사를 일축한 그는 오는 11월 대선에 '미국의 미래'가 달려있다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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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망·단합' 재선 포기 배경 입 연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세대에게 횃불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결정했다. 이것이 국가를 통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후보직 사퇴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토머스 제퍼슨을 비롯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한 그는 "대통령직을 수행한 것은 내 인생에 큰 영광이었다"면서도 "이 자리(대통령직)를 존중하지만, 우리나라를 더 사랑한다"고 자신의 사퇴 결정이 국가에 대한 충심에 따른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것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없다. 여기에는 개인적 야망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전진과 후퇴’ ‘희망과 증오’ ‘단합과 분열’ 사이의 선택으로 규정했다. 또 "민주주의 수호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연합을 완성하는 신성한 임무는 나에 대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을 위한 것이다. 여러분의 가족, 여러분의 미래, ‘우리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올바른 선택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의 위대한 점은 ‘왕과 독재자’가 아닌 ‘국민’에 의해 통치된다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날 대국민 연설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1일 재선 도전 포기 의사를 발표한 이후 첫 공개석상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지난달 첫 TV 토론 참패 이후 후보 사퇴론에 직면한 그는 코로나19 재확진으로 델라웨어주 자택에 격리된 상태에서 후보직 사퇴를 표명했고, 전날 밤 백악관에 복귀했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는 통상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발표할 때만 사용되는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중 집무실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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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언급 없어…대통령직 사퇴 요구는 일축
바이든 대통령은 약 11분간에 걸친 이날 연설에서 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사퇴 결정의 직격탄이 된 TV 토론 참패나 민주당 내부 압력, 고령 우려 등에 대한 직접적 언급도 피했다. 다만 민주주의 위협을 경계하는 발언들은 명확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신 내년 1월까지 남은 임기 동안 국정 과제 완수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일각에서 후보직 사퇴를 계기로 대통령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을 일축한 셈이다. 그는 "앞으로 6개월 간 대통령으로서 내 직무에 집중할 것"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가정의 비용부담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 개혁도 예고했다. 국제적 현안으로는 가자지구 전쟁 종식,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저지 등의 노력도 언급했다. 다음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앞으로 국제 현안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핵심 역할을 소화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실시되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도 재차 밝혔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은 경험이 풍부하고, 강력하며, 역량 있는 지도자"라며 "이제 선택은 미국 국민에게 달려있다"고 지지를 촉구했다. 자신을 향한 미국인들의 사랑과 지원에 감사를 표한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며 "민주주의를 함께 지키자"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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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반응 살펴보니…트럼프 "나쁜 연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후 트루스소셜에서 "연설을 거의 이해할 수 없었다"며 "매우 나쁘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삐뚤어진(Crooked) 조 바이든과 거짓말하는 카멀라 해리스는 미국에 큰 당혹감을 안긴다"며 "이런 적이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가장 무능력한 부통령" "좌파 미치광이"라고 막말을 쏟아붓기도 했다.
첫 TV 토론 직후 사퇴론에 불씨를 지폈던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성과를 상기시키고, 여전히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남은 기간 직무에 집중할 것임을 강조했다"면서 "사퇴 결정이 그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음이 연설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집무실 책상에 앉아 프롬프터에 뜨는 말을 전달하는 것조차 불안정해 보였다면서 그의 재선 도전이 왜 곤경에 처했는지 보여준다고도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에서 물러난 결정을 국가를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으로 규정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독재자들을 비판했다"면서 "자신의 유산을 정의하고 남은 임기 동안은 비전을 설명했다"고 주목했다. 대통령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아이젠하워 교수는 CNN에 '민주주의 위협'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과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집무실 한편에는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 아들 헌터 바이든을 비롯한 가족들이 함께했다.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떠나기 전 남편의 대국민 연설을 지켜본 질 바이든 여사는 직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손글씨로 쓴 서한을 올려 오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제 카멀라(해리스 부통령)에게 그 신뢰를 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