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SNS에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두고 '쓰레기'라는 표현을 썼다가 지우는 소동이 발생했다. '쓰레기'는 그의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친명(친이재명)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캠프 메시지팀장을 해임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현 민주당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해 "어느 연예인이 자신이 초대한 게스트와 함께하는 팬클럽 행사장을 보는 것 같다"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렇게 합동연설회를 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직격했다.
이어 "어떤 식으로 바꿔도 지금의 민주당 전당대회보다는 나을 것"이라며 "소통도 판단도 필요 없이, 연설도 듣기 전 표만 찍는 기계로 당원을 취급하면서 민주주의를 판매하는 행위는 민주당답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는 권리당원들의 온라인 투표가 후보들의 정견 발표 전부터 시작되면서 정견 발표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여기서 '집단 쓰레기'의 대상은 이재명 후보에게 사실상 표를 몰아준 친명 지지층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는 논란이 되자 '집단 쓰레기'라는 표현이 담긴 문구를 삭제했다. 이후 김 후보 측은 공지를 통해 "후보 뜻이 와전돼 메시지팀에서 실수로 업로드 된 것"이라며 "후보는 이 사실을 알고 즉각 해당 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메시지팀장과 SNS팀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다소 표현이 과격했고 와전된 것이라지만, 김 후보는 이전에도 비슷한 맥락으로 민주당을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9일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하며 "역사상 유례없는 제왕적 당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우고 있다", "1인 지시에 일렬종대로 돌격하는 전체주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등의 표현을 썼다. 모두 이 후보 중심으로 일극체제가 완성된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였다.
'이재명 일극체제'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친명 일색의 최고위원 후보들은 모두 비전과 가치를 내세우기보다는 '명비어천가'(이재명+용비어천가)를 외치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지역순회 경선에서 91.7%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직 경선이 한참 남았지만 그가 2년 전 전당대회에서 받은 77.7%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1년 대통령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90.2%를 득표해 대통령에 당선한 것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당내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4선 출신의 우상호 전 민주당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이 전 대표의 압도적 지지율에 대해 "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우 전 의원은 "다양성이 있고 살아있는 정당을 보여줘야 한다"며 "득표율이 너무 높으니 약간 뒷맛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여당에서도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전당대회는 마치 '공산당 투표'를 보는 것 같다"며 "공산당의 본질은 다른 견해, 다른 인물은 발조차도 붙일 수 없는 정당, 다양성이 말살된 획일적 상명하복 정당이라는 것에 있다"며 "수령 '아버지' 이재명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금 모습이 딱 그러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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