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상‧하원의원들의 대책회의 이후 주춤하는 듯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후보 사퇴 압박 요구가 예상 밖의 변곡점을 맞으면서 한층 더 거세게 분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 의지 피력에도 오랜 우군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결단 촉구에 무게를 싣는 미묘한 발언을 한데다 또 다른 버팀목이었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까지 사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이외에도 선택지가 열려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내 우려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서 온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를 시작으로 할리우드에서도 사퇴 촉구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펠로시 전 의장은 이날 MSNBC의 '모닝 조' 프로그램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의 강한 우려와 관련, "출마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린 일"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그 결정을 내리기를 촉구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는 사랑받고 존중받는 대통령이며 사람들은 그가 결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그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를 우선 마무리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며 "이번 주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지켜보기까지는 여러분이 무엇을 원하든 그것을 테이블에 올려놓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을 늘 지지해 온 대표적 '우군'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대선 첫 TV토론에 바이든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참패했을 때도 변함없이 바이든의 출마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랬던 펠로시가 출마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당내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펠로시의 모호한 발언은 바이든이 대선 레이스에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민주당 당원들 사이에 여전히 깊은 불안감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공개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후원자들과 사적 만남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외에 다른 민주당 후보에게도 열려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첫 TV토론에서 고령 리스크를 그대로 노출하며 인지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 안팎에서 후보 사퇴 요구가 잇따라 분출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와 선거유세는 물론 의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완주 의지를 강조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며 내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상·하원에서 연달아 의원총회를 열고 대선 후보 문제와 관련해 격론을 이어갔지만, 일치된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 핵심 지도부인 펠로시 전 의장과 슈머 원내대표가 나란히 바이든 대통령 거취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민주당 내부의 사퇴 압박은 한층 더 탄력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악시오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펠로시 전 의장과 함께 슈머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개인적 위치에 있는 인사"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수석전략가를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CNN에 출연해 "펠로시 전 의장의 발언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는 아직 후보 사퇴 논의가 끝나지 않았으며 지금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선거자금 지원' 할리우드서도 '사퇴 촉구' 목소리…정치인들도 가세바이든 대통령 선거자금 모금에 앞장서 온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를 비롯해 민주당의 '간판'으로 활동해 온 주요 할리우드 인사들도 줄줄이 후보 사퇴 촉구 대열에 동참했다. 할리우드는 민주당의 현금인출기로 불릴 만큼 전통적인 민주당의 선거자금 원천이다.
클루니는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우리는 이 대통령으로 11월(대선)에 이기지 못할 것"이라며 "거기에다 우리는 하원도 이기지 못하고, 상원도 뺏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댐은 이미 무너졌다"면서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클루니는 지난달 로스앤젤레스(LA) 자금모금 행사에서 3000만달러(약 415억원) 규모의 역대급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나 주지사들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하진 않더라도 자산이 얘기해 본 이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은 영웅이다. 2020년 민주주의를 구해냈다"며 2024년에는 후보 사퇴로 민주주의를 다시 구하라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위해 모금 행사를 열었던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역시 "클루니의 주장은 타당하다"며 "나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에는 거물급 선수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감독인 롭 라이너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현역 의원을 비롯해 정치인들의 사퇴 요구도 이어졌다.
팻 라이언 하원의원(뉴욕)과 얼 블루머나워 하원의원(오리건)이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며 지금까지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민주당 하원의원 수는 모두 9명으로 늘었다.
상원에서는 아직 단 한 명의 의원도 공개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았다.
다만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코네티컷)은 기자들과 만나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에 깊이 우려한다"며 조속한 결론 도달을 강조했고, 피터 웰치 상원의원(버몬트)도 "현재 표현되고 있는 우려들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델라가도 뉴욕주 부주지사도 바이든 대통령 사퇴를 촉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정치인 다수는 아직도 공개적으로 그의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그들은 신중하게 단어를 골라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사를 재고하도록 암시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 노력은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젠 오말리 딜론 바이든 선거대책위원장과 마이크 도닐론 수석 고문 등 캠프 핵심 인사들은 11일 민주당 상원의원단과 만나 현재 상황에 관해 설명할 예정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와 별도로 의원들이 제기하는 우려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CNN방송과 폴리티코 등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사를 밝혔음에도 의원들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은 사실상 사퇴 압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경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NBC와 인터뷰도 예정됐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7/11/20240711002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