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국정 운영 후일담이 담긴 회고록이 연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김정숙 여사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여사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다양한 의혹들이 재소환되면서 이제라도 해당 의혹들의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권을 중심으로 '김정숙 특검' 추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관련 의혹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김 여사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로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 사건', '샤넬 재킷 수수 논란',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의혹' 등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출간한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2018년 인도 국빈 방문 일화를 소개하며 "인도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개장 행사에 꼭 와 달라고 초청했는데 갈 수가 없어 고사했더니 '아내(김 여사)를 대신 보내 달라'고 요청해 아내가 대신 다녀왔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데 당시 방문은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였다"고 자평하며 '초호화 외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문 전 대통령의 주장을 문제 삼으며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의혹들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전용기 타고 관광지 방문" ... "혈세로 수억원대 경비 충당"
김 여사는 지난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과 관련해 배임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김 여사의 외유성 해외 순방 논란은 수차례 제기된 바 있는데 논란이 언론을 통해 확산할 때마다 청와대는 "국가 간의 외교 관례"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정부 측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은 커졌다. 다른 나라의 정상들은 방문하지 않은 곳(주요 관광지)을 김 여사 혼자 방문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데다 인도 타지마할 방문의 경우 상대국으로부터 먼저 초청을 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님이 드러난 것이다.
실제 김 여사는 지난 2018년 11월4일부터 3박4일간 문 전 대통령 동반 없이 단독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했다. 같은 해 7월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인도를 공식 방문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이뤄진 영부인 단독 방문이었다. 대통령 순방이 아니었음에도 대한민국 대통령 휘장을 붙이고 전용기까지 이용해 '과잉 의전'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4년 후 국정감사에서 '당초 인도 관광 차관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했는데 외교부가 김 여사의 참석 의사를 타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셀프 초청' 논란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영부인이 단독으로 해외를 방문한 최초 사례는 지난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이희호 여사의 미국 방문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이 여사는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았고 미국 뉴욕의 유엔(UN)본부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적잖은 외교 성과도 거뒀다.
이에 대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대통령이 없는데도 대통령 휘장을 달아 훈령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갔으면 2600만 원이면 됐을 예산이 (김 여사 방문으로) 15배로 불어났다"며 "문 전 대통령은 타지마할 세금 낭비에 대해 회고록이 아닌 대국민 사과에 나서야 마땅하다"며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추진을 주장했다.
◆행방불명된 '김정숙 샤넬 재킷'… 논란만 낳은 해명
김 여사는 과거 해외 국빈 방문 당시 초고가 해외 명품 브랜드인 '샤넬(CHANEL)'에서 빌려 입은 재킷을 반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소장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여사는 이 의혹과 관련해 국고손실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역시 검찰에 고발됐다.
당시 탁현민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은 "(김 여사가)빌려 입은 뒤 다시 샤넬에 돌려줬더니 한글로 디자인이 돼 의미가 크니 한국에 기증하겠다고 했고 그래서 아마 인천공항에 전시돼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 인천공항에 전시된 옷이 김 여사가 착용했던 옷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탁 전 비서관과 같은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던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이종배 서울시의원으로부터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시의원은 지난 1월23일 김 여사를 국고손실과 횡령,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당시 이 시의원은 "김 여사의 사치에서 비롯된 국고 탕진 사건에 대해 민주당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대국민 사과는 하지 않고 교묘한 말장난과 물타기로 진실을 덮고 있다"며 "김 여사는 혈세, 호화여행, 고가의 옷과 액세서리 등 일련의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특검 수사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靑경호원에 수영 강습 지시 의혹도 검찰 수사
김 여사는 이와 더불어 지난 2018년 청와대에서 여성 경호관에게 1년 이상 수영 강습을 받았다가 '황제 강습' 논란에 이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국가공무원인 경호관에게 고유 직무가 아닌 개인 수영 강습을 맡긴 것은 위법 행위로 볼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 경호처는 해당 논란에 대해 "여성 경호관은 대통령과 그 가족을 위한 수영장에서 안전 요원으로 근무했을 뿐 영부인(김 여사)을 위해 수영 강습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관련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까지 냈다.
하지만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언론이)여성 경호관의 영부인에 대한 개인 수영 강습을 의심한 것은 합리적 추론으로 판단되며 보도에 허위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언론사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낸 이 시의원은 "대통령 경호라는 막중한 책임과 사명감으로 경호원이 된 여성이 경호 업무와 무관한 수영 강습을 했을 때 느꼈을 자괴감이 매우 컸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김 여사의 놀이터 같은 곳으로 전락했던 것은 아닌지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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