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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심지연 교수 "이종찬, 김대중기념관도 신격화인가… 國父 과소평가하나?"

뉴데일리

"건국 대통령 우남(雩南)의 경우 부정선거와 장기집권이라는 과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부분을 포함해 독립 운동과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모든 공로를 평가하는 차원에서 이승만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신격화라니 가당치 않다."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심지연(75)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민간 주도로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이승만기념관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심 교수는 "북한을 보라. 그 분(이승만)이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 상당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출신인 심지연 교수는 국내 정당정치학계 석학으로 꼽힌다. 1979년 동아일보 기자를 시작으로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정당학회 회장,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회장, 국회입법조사처 처장, 국회혁신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반공을 위시한 군사 권위주의 정권 통치 하에서 주목받기 어려웠던 해방 공간 사회주의 계열 인물에 관한 연속적이면서도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겼다. 한국 정당·정치사는 물론 근현대사 연구에 획을 그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남북한 통일 방안과 관련한 다양한 저작을 내놓기도 했다.

심 교수는 "최빈국의 상황에서 해외에 원조를 주는 나라로 만든 업적,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해 그걸 바탕으로 발전한 업적을 기리는 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과(功過)를 분명히 알리는 것이 바로 이승만기념관"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이승만기념관을 빗대 '신격화' '괴물기념관' 등 막말 표현을 한 이종찬 광복회장에 대해서는 "이중적 비약"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개최된 '대한민국 정체성 선포식' 인사말을 이틀 전 공개하면서 "이승만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신격화해 '독재하는 왕이나 다름없는 대통령'과 같은 모습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괴물기념관이 건립된다면 우리 광복회는 반대할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신격화, 괴물기념관 발언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이 회장이 1919년 임시정부에 집착하다 보니 그것과 연결해서 오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특히 심 교수는 "(이종찬 회장은) 이승만기념관 건립이 1948년 8월15일 '건국절'을 수용하기 위한 차원에서 의도됐으며, 이를 통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려 한다고 예단하는 것 같은데 이는 전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기념관 건립이 건국절 수용의 사전 단계로 판단하고 반대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심 교수는 이 회장의 지나친 확대해석과 비약을 거듭 지적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을 알리는 기념관 건립을 '신격화'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광주의 김대중기념관(김대중컨벤션센터)이나 상도동 김영삼도서관도 있는데 그분들을 신격화했다고 하지는 않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신격화가 이승만 대통령을 독재하는 왕으로 만든다는 것 역시 논리의 비약"이라며 "역사적 사실의 기록을 신격화에 이어 독재라고 폄훼하는 것은 이중 논리적 비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교수는 "무엇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심 교수는 "대한민국을 최빈국에서 해외에 원조를 주는 지금의 나라로 만든 업적,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해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한 업적을 기리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또한 "공과 과를 분명히 알리는 것이 바로 이승만기념관의 건립인데, 우리가 자학(自虐)하고 (국부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심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적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정읍발언(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 계기)'이 해방정국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946년 6월3일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전라북도 정읍에서 "이제 우리는 무기 휴회된 공위가 재개될 기색도 보이지 않으며, 통일정부를 고대하나 여의케 되지 않으니 우리는 남방만이라도 임시정부 혹은 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해 38 이북에서 소련이 철퇴하도록 세계 공론에 호소하여야 될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1946년 2월8일 북한에서는 소련군의 지도하에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라는 실질적인 정부기관이 수립된 상황이었다"며 "북한에서 먼저 정부기관을 수립했기에 나온 조치로, 당시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 직무 유기"라고 해석했다.

이어 "이승만 전 대통령이 처음부터 통일을 반대하고 분단된 단독정부 수립을 원했다고 하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며 "정읍발언에서 볼 수 있듯 그는 분명히 통일정부를 고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짚었다.

심 교수는 과거 로마제국을 예로 들며, 해방정국에서 이승만이라는 정치지도자의 뛰어난 판단력과 실행력을 주목했다.

로마제국이 1000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역사학자들은 "고대 로마인들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를 매기는데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심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도 이러한 면에서 상당히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남북문제부터 시작해 식량, 치안, 해외동포 귀환, 친일 청산, 귀속재산 처리 등 문제가 산적해 있었고, 다른 정치인들은 외국군 철수나 38선 철폐, 토지개혁, 친일파 숙청 등을 내세웠다"면서 "하지만 이는 정부 조직이 수립되지 않고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문제였다. 이런 차원에서 문제를 단순화해 우선순위를 매기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이 누구보다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해방정국은 현실주의 노선과 이상주의 노선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며 "당시 한반도를 미국과 소련이 분할 점령하고 있었고,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상대 지역으로까지 세력을 확장하려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이들(미·소)의 철수를 기대한다는 것은 이상론이었고, 이와 같은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대책을 모색하려는 것이 현실론이었다"며 "이승만은 현실주의 노선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고, 김구 주석은 이상주의 노선의 전형"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심 교수는 "이상주의자는 자신이 최선이라고 믿었던 방법이 예상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실현한 현실주의자를 미워하는 것"이라며 "현실주의자가 미움받는 것은 숙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3/08/08/20230808001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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