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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이구, 군부대 제대로 통솔 못해"…장관 명령 불복하며 버티기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명령을 공개적으로 거부하며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전에 참전 중인 모든 러시아 의용부대(비정규부대)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쇼이구 장관의 명령을 며칠째 거부하며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
프리고진은 앞서 지난 11일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쇼이구가 서명한 명령은 국방부 직원과 군인들(정규군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민간용병그룹 바그너는 쇼이구와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 연방의 이익과 러시아군 최고사령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복종하고 있다"면서 "전장에선 능력 있고 경험 많은 지휘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과 모든 행동을 조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로비킨 장군은 프리고진이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러시아군 부참모장이다.
러시아 공중우주군 사령관으로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전 통합사령관을 맡았던 수로비킨은 지난 1월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통합사령관직을 내준 바 있다.
그동안 러시아군 지도부가 무능하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던 프리고진은 이날도 "쇼이구가 군부대를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바그너 그룹이 그의 휘하로 들어갈 경우 전투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우크라이나전에 참여 중인 의용부대들의 활동과 법적 지위를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모든 의용부대가 내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명령했다.
계약을 체결한 의용부대 전투원들은 정규 군인과 똑같이 보호받고, 본인 사망 시 유족에게 보조금이 지급될 것이란 설명도 보탰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쇼이구 장관의 이 명령이 지휘 체계상 국방부관할에서 벗어나 있던 의용부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특히 국방부를 강력 비판해온 바그너 그룹을 굴복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쇼이구 장관의 명령에 따라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고 있는 체첸 특수부대 '아흐마트'가 12일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했다.
아흐마트는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체첸 자치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 휘하의 부대로, 부대원 수만명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했다.
아흐마트에 이어 다른 7개 의용부대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다른 의용부대들에도 서둘러 계약을 체결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바그너 그룹은 여전히 그럴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바그너 그룹은 지난달 수개월간에 걸친 격전 끝에 우크라이나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전과를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전투 과정에서 계약제 용병과 교도소에서 차출된 죄수 용병 등 수만 명이 전사하는 손실을 봤다.
이와 관련 프리고진은 국방부가 제때 무기와 탄약을 보급하지 않아바그너 부대의 피해가 커졌다면서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을 맹비난한 바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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