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 등 야권과 공조로 입법 폭주를 이어가자 여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유도해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다는 여론전을 위한 전략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상적 법치주의를 뒤흔든다며 거부권 건의 뜻을 재차 천명했다. 대통령의 연속된 거부권 발동에 부담감이 있지만, 의석수에 밀려 거대 야당의 이른바 악법(惡法) 저지할 유일한 카드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정의당 등 야권과 공조로 입법 속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본회의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 무대가 됐다"며 "전·현직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민주당과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정의당의 방탄연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오직 숫자의 힘으로 의회민주주의와 국회선진화법의 합의 정신을 유린하며 자기들 마음대로 법 제도를 바꾸고 있다"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국제 외교 분야에서만 나쁜 게 아니다. 민주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임대차 3법이 초래한 전세사기 사태를 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야권과 공조를 통해 여러 차례 자신들이 처리를 공언했던 법안을 통과시키며 '힘'을 과시했다.
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한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내용을 분리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 환경·처우 개선에 관한 국가 책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간호 업무 범위를 '지역사회'로 확장시킬 수 있는 법이라고 문제 삼으며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법안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내용이 담긴 방송법 본회의 직회부 안도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방송법은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진을 현행 9명 또는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고, 이사진 추천권을 언론직능단체와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에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국회가 가진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권을 줄였다며 반대하고 있다.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민주당과 정의당이 공감대를 형성한 후 속전속결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절차를 거쳐 올해 말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내년 4월 총선을 전후로 특검이 활동하게 돼 여권에 불리한 여론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힘의 차이로 마땅한 방법 없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이뤄진 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으며 입법 폭주 불만을 드러냈다. 당초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도 검토했으나 법안 통과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로 접었다.
미국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여권을 비롯해 참모진과 간호법 거부권 발동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간호법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실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지난 4일 양곡관리법에 이어 한 달 사이 두 번째 거부권 발동이라는 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프레임이 씌워져 부담이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5월 임시국회 방송법 의결, 노란봉투법 강행, 올해 말 쌍특검 본회의 의결 등 민주당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앞으로 이어질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온몸으로 맞서겠다. 정상적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특검 만능주의도 최선을 다해 막겠다"며 "하지만 중과부적이다. 오직 국민 여러분의 힘으로만 민주당의 불의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거부권 발동을 유도하려는 민주당의 전략을 파악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론에 호소하고 있지만, 최근 지지율 부침으로 이마저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임대차 3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국민의힘이 야당일 당시엔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정권교체를 이룬 만큼 최후의 보루인 대통령 거부권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원내 지도부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자는 얘기가 나오지만, 일반적인 것"이라며 "현재 원내에서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거부권 건의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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