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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흉물된 '정당 현수막' …철거엔 관심 없는 '정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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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후대세

도심 흉물된 '정당 현수막' …철거엔 관심 없는 '정당들'

n.news.naver.com

개정안에 처벌 규정은 없어…게시 기간 지나도 그만
원색적인 표현에 정치 피로도도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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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3시쯤 찾은 남구 대명동 성당네거리. 인근에는 12개의 정당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걸려있었다. 한소연 기자

정당 현수막이 도심 흉물로 전락했다. 원색적인 표현으로 도배된 정당 현수막이 길거리 곳곳에 무분별하게 내걸리고 있다. 시민들의 정치 혐오증은 폭발 직전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당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특권을 악용해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 철면피도 이런 철면피가 없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아울러 게시 장소와 수량 등에 대한 관련법 재개정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자극적인 현수막 문구 정화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 넘은 정당 현수막 공해

16일 찾은 대구 남구 서부정류장 앞 성당네거리에는 정당 현수막이 12개나 걸려 있었다. 국민의힘 현수막에는 "이재명은 제대로 수사받으라", "외교, 우리의 원칙은 오직 국익입니다"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현수막에는 "국민능멸 굴욕외교", "정순식 학폭, 곽상도 50억 검사아빠 전성시대" 등이 쓰여 있었다.

정당 현수막은 서부정류장 앞 공원 나무 사이사이와 인근 횡단보도에 서로 경쟁하듯 덕지덕지 매달려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남성은 눈앞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피하기 위해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등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점포의 간판을 가리는 현수막도 있었다. 인근에서 30년 동안 미용실을 운영 중이라는 60대 남모 씨는 "나는 현수막 걸려면 게시대 신청부터 추첨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리는데 정치인들은 우리 가게 앞에 멋대로 현수막을 단다"며 "정당 현수막은 민원을 넣어도 도무지 해결이 안 된다. 어쩔 수 없이 직접 잘라낸 현수막만 수십 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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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5시쯤 찾은 서구 비산동 북비산네거리. 낮게 걸려 있는 정당 현수막 밑으로 자전거 운전자가 지나가고 있다. 박성현 기자

◆원색적 문구…정치 피로도 극심

정당 현수막에 적혀진 원색적인 비난 탓에 정치에 대한 피로도가 더 극심해진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70대 이모 씨는 "거리를 오갈 때마다 보이는 현수막에 죄다 서로 깎아내리기 바쁜 문구들이 많아 볼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며 "우리보다 아이들이 저런 현수막을 보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당네거리뿐 아니라 대구 도심 주요 네거리 곳곳에는 정당 현수막이 자리잡고 있었다. 달서구 본리네거리에는 6개의 정당 현수막이, 서구 북비산네거리에는 3개, 동구 공고네거리에는 2개가 각각 보였다. 북구 침산네거리~경대교네거리 약 1km 구간에만 정당 현수막 8개가 걸려 있었다.동구 대구공고네거리에서 횡단보도 교통지도를 5년째 하고 있는 이모 씨는 "우후죽순으로 현수막이 걸리다 보니까 미관상으로도 흉하고 너무 낮게 걸려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 시야도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당 현수막'은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자유의 몸'이 됐다. 당초 정당 현수막을 게시하기 위해선 관할 지자체의 허가가 필요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서영교·김민철·김남국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통과돼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당법상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간 게재할 수 있고 이후에는 직접 자진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개정안에 게시 기간이 지날 경우 별도의 처벌 규정은 없다.

◆철거엔 관심 없는 정당들…"적절한 규제 필요"

각 정당들은 현수막 게시에만 집중할 뿐 철거에는 무관심하다. 북구 동천동 함지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 걸려 있던 국민의힘 현수막은 게시 기간이 지난 1월 9일까지였지만 2개월이 넘은 최근에야 철거됐다. 서부정류장 앞 우리공화당 현수막은 게시 기간이 지난 2월 15일까지였지만 한 달이 넘도록 여전히 걸려 있었다.

철거에 소홀해 동네 미관을 해친다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다. 성당네거리 인근 주민들은 "게시 기간이 지나면 알아서 철거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다 보니 애꿎은 공무원들만 일손이 늘어난다"며 "주변으로 나무도 많아 경관이 좋은 편인데 정당 현수막이 도시 미관을 다 해치는 것 같다"고 했다.

각 정당 관계자들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관계자는 "설치 업체가 철거까지 도맡도록 계약했는데 업체 측이 신경쓰지 못한 것 같다"며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게시 기간 15일이 강제 조항이 아닌 만큼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차례로 철거하고 있다"며 "현수막 등이 걸려 있는 덕분에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하게 내걸린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뿐더러 현수막 문구도 정책 홍보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병기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정당에 대한 생각이 확고한 분들이 다른 정당의 문구를 본다면 싫증이나 환멸을 느껴 화합을 꺼리게 된다. 이는 곧 우리 사회를 더욱더 양극화로 치닫게 할 것"이라며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이 아니라 정책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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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은 북구 동천동 함지초등학교 앞 횡단보도.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국민의힘 현수막은 게시기간이 지난 1월 9일까지였지만 이달까지 게재돼 있다가 최근에야 철거됐다.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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