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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핵심 증인들의 증거 오염과 수사 절차상 문제 등 다양한 논란들이 탄핵 선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구속' 문제에 대해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데 이어 핵심 증인들의 진술 번복에 따른 증거 신빙성 등의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헌재 재판관들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여부를 두고 재판관들의 판단이 크게 엇갈리면서 심판 결정이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를 각하 또는 기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확산하고 있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재는 탄핵심판에서 핵심 증거로 제출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가 작성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에 대한 추가 조사나 심리 없이 변론 절차를 마무리했다.
또 헌재는 개정된 형사소송법 312조(검사 작성 조서 등의 증거능력 제한 강화)에 따라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탄핵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
탄핵심판 변론이 종결된 후 법원이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것도 탄핵 선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체계는 '독수독과(毒樹毒果)'론에 입각해 절차가 잘못됐을 경우 수집된 증거 전체를 무효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오염된 증거와 법원의 구속 취소 인용이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다양한 논란들에 대한 재판관들의 판단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홍장원, 메모 장소·인원수 말 바뀌어…메모에 '제3자' 개입·오염 논란도
지난달 20일 열린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의 결정적 계기가 된 홍 전 차장의 메모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진술 기회를 얻어 "나와 통화한 것 가지고 메모를 만들어서 가지고 있다가 자기가 사표 내고 해임되니까 대통령의 체포지시라는 것과 연결을 해서 내란과 탄핵의 공작을 했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경찰에 물어보니 어렵다고 해서 국정원이 위치 확인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한 얘기를 엮어 대통령의 체포 지시로 만들어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홍 전 차장이 메모지에 체포 명단을 받아 쓴 장소는 국정원장 관저 앞 공터가 아닌 사무실이었다"며 해당 메모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홍 전 차장은 같은 날 재판정에 나와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한 장소를 추궁하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기억을 보정하니 처음 여 전 사령관이 나에게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겠다고 했던 것은 공터에 있을 때였던 (계엄 당일)오후 10시58분 상황이었다"며 "받아 적은 것은 오후 11시6분 사무실이었던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홍 전 차장 설명에 따르면 당시 여 전 사령관은 그와 1차 통화에서 일반전화로 '체포조 명단을 불러 줄 테니 보안폰으로 바꿔서 통화하자'고 했고 그는 통화가 어려워 사무실로 돌아와 2차 통화를 해서 명단을 듣고 받아 적었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 들여"란 내용의 통화를 하고 여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우원식·한동훈 등의 체포조 명단을 통화로 듣고 받아 적었다고 검찰과 헌재 등에서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탄핵심판 과정에서 증언이 수시로 바뀌면서 증언에 대한 신빙성이 논란이 일고 있다.
◆'6차례 통화' 조지호 경찰청장도 묵묵부답…尹 방어 기회조차 없었다
조 청장은 앞서 검찰에서 비상계엄 당일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고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에서 조 청장은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증인석에 앉은 조 청장은 "제가 관련 건으로 기소돼서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 피고인 신분"이라며 "관련 사항이 공소 사실에 포함돼 있어서 증언을 못하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국회 측은 조 청장에게 12·3 비상계엄 전후 상황에 관해 물었지만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만났는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 지에 관한 질문에도 "양해를 부탁 드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국회 측이 공개한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그대로 증거로 채택하기로 했다.
당시 헌법재판관 출신인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는 "지금 법정에 나온 증인들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진술 조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형사 절차에서 엄격하게 다툴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주문했다"라며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조서가 적법하고 진실하게 작성되었더라도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는 한, 이 법정에서 반대 신문에 대해서 그 신빙성이 탄핵 되지 않은 경우에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0년 형사소송법(312조)이 개정됨에 따라 윤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 증인들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탄핵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법(제40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재의 형사소송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됐다.
◆ 尹 구속취소, 탄핵 선고에 영향 불가피…심판 막바지 대두된 '독수독과(毒樹毒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형사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구속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고 절차의 적법성을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하는 것이 상당하다"며 "만약 이런 논란을 그대로 두고 형사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는 물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재심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에 의해 체포됐다. 이후 같은 달 25일 구속 기간이 만료됐지만 검찰은 같은 달 26일 윤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사수사처(공수처)의 위법 수사 문제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를 토대로 헌재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역시 "탄핵 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된 조서나 증인들에 대한 신빙성도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헌재가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체계는 독수독과(毒樹毒果)론에 입각해 절차가 잘못됐을 경우 수집된 증거 전체를 무효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고문이나 구금을 통해 증거를 수집했다면 사실이 맞더라도 수사기관의 모든 진술조서, 조사내용이 무효가 되는 것이다.
◆ 법조계 "철저한 사실관계 검증과 심도 있는 법리 검토 필요"
법조계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증거 오염 가능성과 법원의 구속 취소 인용 등 다양한 논란에 대해 헌재가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는 헌재의 '홍장원 메모' '조지호 조서' 증거 채택 결정을 두고 윤 대통령 방어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호 차원"이라며 "진술 내용 중 허위나 기억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는데 바로 증거로 삼으면 피고인이나 피청구인은 대응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김재식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는 "공수처와 경찰에서 수사한 자료가 다 헌재에서 적법한 증거로 채택됐지만 그 기초가 허물어질 가능성을 구속 취소 결정문이 보여준 것"이라며 "사법부의 확정적인 판단은 아니지만 지금 헌재가 채택한 이 증거들이 적법하지 않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탄핵 심판에서 윤 대통령 측이 변론 재개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헌법 재판은 형사 재판을 준용할 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아닌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 인용이 헌법재판관들의 심증을 형성할 수는 있을 것이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탄핵심판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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