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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간론파 제로> 상권 챕터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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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윗 브금과 함께 즐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노리츳코미는 됐으니까 얼른 대답이나 해.]

 

[아, 알았어....] 저는 재촉당하는 채,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들고, 그 표지를 읽었습니다.

 

'오토나시 료코의 기억노트'

 

그것을 보고 저는 겨우 생각해냈습니다.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냈습니다. [에, 그러니까, 내 이름은 오토나시 료코.....인 것 같아?]

 

[자기 이름을 의문부호를 섞어서 말하는 멍청이라니 나는 한 사람밖에 모르는데.]

 

[......아, 그거 나라고 생각해. 아마도.]

 

그러자 마츠다 군은 한숨을 섞어서, [흐응. 그럼 불법침입자가 아니었던건가.....]

 

[.....혹시, 아까 메스를 던진건 내가 불법침입자라고 착각해서......라고 말 할 셈은 아니겠지?]

 

[실제로 그러니까. 나는 아는 사람에게 메스를 던지는 위험인물이 아니다.]

 

[거짓말이야! 절대로!] 저는 마츠다군을 향해 검지를 들이댔습니다. [그치만 마츠다군은 나라고 확인하기 전부터 '추녀 주제에 늦어' 라던가 '추녀 주제에 목소리가 커.' 같은 거 말했잖아! 그거 나라는 걸 눈치 챈 증거잖아!]

 

팡.

 

마츠다 군이 손에 들고 있던 만화를 덮는 소리였습니다. 그는 침대의 쿠션을 이용해서 뛰어오르듯이 일어나서는 그대로 성큼성큼 제 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에? 뭐야? 왜, 왜 그래.....?] 그가 지긋이 바라보자, 몸이 눈 깜짝할 새에 뜨거워집니다.

 

[.....너, 기억할 수 있었던 거냐?]

 

[......하?]

 

마츠다 군의 양 손이 제 어깨를 강하게 붙잡습니다. 그는 그대로 저에게 얼굴을 바짝 붙이고는 추궁하는듯한 어조로,  [너, 내가 처음 추녀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냐?] 그렇게 진지한 마츠다 군에게 초 근접거리에서 재촉당한 저는, 늑골 근처가 찡 - 하고 울려서 심박수가 두근두근두근 급상승.

 

[아, 뭔가...... 그런것 같아. 에헷, 오늘은 상태가 좋은걸지도?] 라고 제가 분홍색 한숨과도 같은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는 제 어깨에서 양 손을 떨어뜨리고 빙글, 등을 돌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등을 돌린 채, 작은 소리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상태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어느쪽이야.....]

 

[......에? 뭐가?]

 

[아무것도 아니다.] 마츠다 군은 고개를 흔든 다음 금방 명령조로 말했습니다. [알았으니까 침대에 누워서 자라. 얼른 시작하지. 이 쓰레기.]

 

저는 두근두근거리는 여운에 감싸이며 가방을 옆에 두고 아까까지만 해도 마츠다군이 자고 있던 침대에 누웠습니다. 부드러운 매트에 몸을 누이자 시트에 스며든 냄새가 제 비공을 간지럽힙니다. 분명 마츠다 군의 냄새입니다. 그 냄새를 맡으며 침대에 남아 있는 그의 체온을 전신으로 느끼고 있으니 마치 그에게 상냥하게 안겨있는 듯한 행복한 기분이 되서 -

 

[웃시시시시시.] 무의식중에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웃시시시시시시시.]

 

마츠다군은 확연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습니다. [빌어먹을 벌레에게 그런 식으로 웃는 습성이 있는 건 알고있었다.....만, 아무리 그래도 기분 더럽잖아. 적어도 좀 더 평범하게 웃을 순 없는 거냐.]

 

[우효효효효효.]

 

[어디가 평범하냐. 쓸데없이 기분 나쁘잖아.] 질렸다는 듯이 말하며, 마츠다 군은 연구소 안쪽에서 덜그럭덜그럭 밀차를 끌고 왔습니다. 밀차 위에는 무언가 어마어마하고 복잡해 보이는 기계들이 잘난듯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츠다 군은 그 대차를 침대 옆에 바짝 붙이며, [시작한다.]

 

- 고 긴장된 시선으로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런 마츠다군의 모습에 넋을 잃고 맙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칼. 거기서 살짝 옅보이는 길고 가는 눈. 여자애처럼 긴 속눈썹. 앞으로 살짝 튀어나온 턱. 작고 옅은 입술. 희고 가는 긴 손가락 -

 

[기분 나쁜 얼굴로 보지 마, 추녀.] 

 

그리고 입이 험해. 그렇습니다. 그게 마츠다군인 것입니다 - 라고 누워서 뒹굴며 노트에 기입. [그런 걸 일일히 노트에 써서 어쩔 거냐, 쓰레기.]

 

[그치만 미리 써 두지 않으면 잊어버리는걸.]

 

그러자 마츠다군은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정말, 바닥이 깨진 컵 같구만. 네 녀석의 머리는.]

 

바닥이 깨진 컵 - 심한 말이지만 딱 그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보고 들은 정보를, 심할 때는 기억한 바로 그 다음 순간에, 이미 잊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원인은 모릅니다. 있다고 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느 쪽이든, 저는 평범하지 않을 정도의 깜빡이, 라는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나라고 잊어버리고 싶어서 잊어버리는 게 아닌 걸. 이거 뇌랑 관련된 뭔가의 병 같은 거인거지? 그럼 어쩔 수 없잖아. 상냥하게 대해줘~]

 

[아니, 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 마츠다군이 고개를 작게 흔들었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란 녀석은 복잡해서 아직 전부 해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도 블랙박스인 셈이지. 그러니까 병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 될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그렇게 설명해 주면서, 그는 제 머리나 얼굴에 찰딱찰딱 빨판 같은 물건을 붙였습니다. 그 빨판에서부터 늘어진 코드는 밀차 위의 기계와 이어져 있는 모양입니다.

 

[안건의 기억 안에는 '에피소드 기억' 이라고 분류되는 기억이 있다. 그건 개인적 체험이나 사건에 관한 기억이라고 알려져 있지. 그 에피소드 기억을 새로 형성할 때 사용되는 것이 뇌의 해마체라는 부분이다. 거기에 이상이 생기면 새로운 에피소드 기억을 형성할 수 없어지지. 일례로, 수술을 위해 해마체를 잘라낸 환자가, 그 후 새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 다만 해마체에 이상이 있어도, 자동차를 타는 법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 같은 '순서기억' 을 새로 만드는 것은 가능해. 물론, 그것과 관련된 에피소드 기억을 기억하는건 불가능하지만. 요점은, 자동차에는 탈 수 있지만, 어떻게 자동차를 탈 수 있게 되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그 비슷한거다.]

 

[그런가......하지만 나는 잘 깜빡거려도 '노트를 읽고 쓴다' 는 것 만큼은 잊어버리지 않는단거네.] 라고, 문제의 노트를 양 손으로 높이 들어올리며, 저는 흠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토나시 료코의 기억노트'

 

그 노트는 깜빡이인 저에게 있어서 기억 그 자체. 제가 유일하게 신뢰하는 절대적인 필수품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이 노트만 있다면, 저는 특별히 부자연스러운 것 없는 평범한 사람과 똑같은 생활을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기억의 1장벽의 해제가 느린 이 학원에서는, 불합리한 것이 꽤나 많은 모양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볼 때는 기억노트를 보는 것은 불가능한 고로, 저는 제대로 된 점수를 받지 못하고, 그것 때문에 저는 휴학을 -

 

[에! 나 휴학하는 걸로 처리 된 거야?] 무의식중에 노트를 향해 소리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시험점수가 낮은 것 만으로? 너무해!]

 

[퇴학이 아닌 만큼 다행이잖아. 그것도 내가 학교 측하고 담판을 지어서 겨우 그 정도라고.]

 

[에? 날 위해서?] 바로 가슴이 쿵하고 울립니다 [기쁘다! 에헤헷. 마츠다 군은 나한테 상냥하네!]

 

그러자 마츠다군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연구자료를 확보해 두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츠다군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아마도, 네 녀석의 경우는 검색실패형의 장기기억망각이라고 생각한다만, 신경세포-뉴런-사이의 시냅스에 결합에 이상이 있을지도 몰라......어찌됐든 좀 더 자세히 알아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나도 잘 모르겠지만.....어쨌든 퇴학은 안 되서 다행이다! 혹시 퇴학 당해버리면 길을 걷기 시작하자마자 미아가 되버릴 테니까!] 저는 이 학교 이외에 갈 곳 같은 것은 없습니다. 전부 잊어버리고 말았으니까. 옛 친구는 커녕, 가족에 대한 것조차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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