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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렇게 되었다.

Getaway

경험해보지 못한 떨림과 수전이 찾아왔다.

이 세상 사람들의 모든 눈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여태껏 나를 시기하거나 나에게서 무언가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자 하는 눈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나는 항상 그랬듯이 웃으며 그들을 맞아주면 그만이었으나 이번에는 아니었다.

 

'직접적으로 나를 제사시키겠다는 눈'

 그들과 함께 슬퍼하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이지? 라는 궁금증이 떠나가질 않았다.

 

그러나 절대 그래선 안될 것 같았다.

 

동료들의 만류에도 나는 나를 우상으로 바라봤던 꼬마를 위해, 그 꼬마의 가족의 요청을 위해. 이 세상 모든 나의 팬들이 더이상 안타까운 사건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지 않기 위해. 

나는 떨리는 심정으로 그들을 찾아간다.

 

가는 도중에는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다.

이것이 과연 그들을 위한 것인지, 나는 그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더욱 슬퍼지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고 더이상 사고가 어려워졌다. 

 

내가 슬퍼서 방문하는 것인지, 그들의 슬픔을 위한 제사도구가 되는 것인지, 누군가의 슬픔을 증발시키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인지 도저히 판단하지 못해서 차를 타는 동안에도 몸의 떨림과 정신의 혼란을 바로잡지 못해 이젠 눈의 초점조차 흐려짐과 회복을 반복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나를 향해 쏘아대는 카메라 플래시들. 무한으로 지속되는 셔터들.  마치 지난 주에 다녀온 프랑스 패션쇼에 온 것 같았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도, 도저히 이 불안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허리를 숙이고 얼굴은 적당히 앞을 볼 수 있을 정도로만 들었다. 

 

눈의 초점은 여전히 불안에 흔들려, 겨우 입구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입구 문을 여는 순간은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힘을 들였고 문은 충분히 밀렸음에도 과했던 힘때문에 오히려 앞으로 넘어질 뻔 했다.

 

식이 열리는 장소는 고요했다. 건물 안에서 가는 동안에도 발을헛디디거나 초점을 잃은 나의 눈으로 앞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해 다리에 과하게 힘을 주어 걷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 연출되었으나 결국 그곳에 도달했다.

 

꼬마의 가족이 나를 맞이했고 거기엔 정치인, 고위관료가 꼬마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방명록을 작성하고 신발을 벗어 들어갔다. 그런데 그제서야 내가 조의금을 지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주변에 있던 나를 바라보는 가족중 한분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유 괜찮아요~ 돈이 아니더라도 수진이링 우리가 기억할 물건 하나라도 남기고 가셔~" 

 

그래서 나는 목에 감쌌던, 이제 막 그룸활동을 시작했을 무렵에 샀던 새하얀 머플러를 호상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걸로 나의 소중한 자매가 구원받을 수 있기를.

 

빈소에 들어가고 꼬마의 아버지는 그제서야 나를 알아챈 듯 황급히 빈소로 들어가 나를 맞이한다.

 

차례를 다하고 부친께서 와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 고마워요.. 그리고 아프신데 와주셔서 미안해요..." 나는 어디 아프지 않았다. 그저 불안과 긴장에 몸을 가누지 못했을 뿐. 그러나 그것을 말할 용기도, 의지도 없었다. 

 

더 이상 할 일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기절한 듯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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