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문화의 산실 학전 자리에 '꿈을 키우는 밭'이라는 이름의 '아르코꿈밭극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지난 5월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전개한 대국민 이름짓기 공모전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배움의 밭(學田)'이라는 뜻의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해 어린이·청소년 공연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예술위는 지난 17일 아르코꿈밭극장의 시작을 알리고 축하하는 개관식을 가졌다. 아르코꿈밭극장 앞마당과 공연장에서 진행된 행사에는 정병국 예술위 위원장, 어린이 참가자, 공연단체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현판 제막식, 정병국 위원장의 축사가 이어졌고 2층 꽃밭라운지에서는 특별행사 '어린이와 함께하는 손바닥찍기'가 열렸다. 개관 공연으로 판소리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를 선보여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블랙박스 형태의 169석 규모다. 누수 등 노후됐던 극장은 리모델링을 거쳐 △텃밭스튜디오 △꽃밭라운지 △공연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올해는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 초청작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내년부터 작품 발굴과 레퍼토리화 작업에 나선다.
3층에 있는 '텃밭스튜디오'는 공연 연습과 어린이 관객 참여형 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2층 '꽃밭라운지'는 학전 사무실로 쓰던 곳이다. 김종규 삼성출판사 회장이 기증한 도서 300권이 비치돼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학전은 '아침이슬'과 '상록수' 등을 만든 김민기 대표가 1991년 개관했다.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아빠 얼굴 예쁘네요' 등을 꾸준히 선보이며 척박한 어린이 공연문화의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해 왔지만 오랜 적자로 인해 지난 3월 폐관했다.
예술위는 김민기 대표가 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처럼 관객들에게 공연의 즐거움을 선사할 우수한 작품의 공모·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2012년부터 시작한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를 계속 이어나간다.
암 투병 중인 김 대표는 새 극장에서 자신의 색깔을 지워달라는 의사를 완고하게 밝히며 축전도 사양했다. 정병국 위원장은 "학전 이름과 작품를 계속 유지하길 원했지만 내가 만들어놓고 내가 뿌린 씨앗을 내 선에서 정리를 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더 이상 강권을 못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코꿈밭극장이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미래의 꿈을 키우는 꿈의 극장이 되길 바란다"며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수준 높은 공연과 양질의 대관 서비스로 소규모 공연단체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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