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 범죄가 부유한 번화가, 유흥가가 밀집된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강남·이태원·홍대 등 마약 범죄 '핫스폿'을 집중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 성동경찰서 공정배 경위와 안양만안경찰서 김민정 경위 등은 최근 학술지 '경찰학연구'에 실린 '마약 범죄에 대한 공간적 영향요인 분석 - 서울특별시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마약 범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용산에서 강남·서초구 북부로 이어지는 지역과 홍대 일대, 영등포·구로·금천구 접점 지역에서 마약 범죄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이태원·홍대 등 마약 범죄 '핫스폿' 지역은 단란주점·클럽·숙박업소 밀집 지역이다. 논문에는 해당 유흥 시설들이 마약 범죄 발생 빈도와 일부 상관관계가 있다고 적시했다.
연구팀은 해외 논문 등을 통해 미국 휴스턴에선 주류판매업소 수와 폭력범죄 발생 건수가 마약 범죄 발생과 비례한다는 사례를 인용했다. 또 시카고에선 가로등이 고장 나고 빈곤한 지역일수록 마약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다는 해외 연구 자료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소외된 빈곤 지역에 집중된 외국의 마약범죄와 달리 한국의 마약 범죄는 부유한 번화가·유흥가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핫스폿'으로 특정된 강남·이태원·홍대와 서초 북부 지대는 실제로 단란주점과 클럽 등이 서울에서 가장 집중된 곳들"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당 논문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내 마약 범죄의 핫스폿을 특정한 것에 큰 의의를 뒀다. 연구팀은 "마약 범죄 핫스폿 지역에서 보다 집중적인 단속 및 계도를 통해 억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마약 범죄는 공간적 상관성이 높다. 한 지역의 마약 범죄율이 인근 지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확산효과에 의한 새로운 핫스폿 출연 가능성에 대비해 인근 지역에서 선제적·예방적 마약 억제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전자댄스음악(EDM) 클럽과 마약 범죄 간 상관관계를 소개한 해외 논문을 언급했다. 연구팀은 "한국도 '마약 파티'와 같은 범죄가 하위문화의 일환으로 학습되고 있다고 추측된다"며 "단정하긴 이르나, 한국적 맥락에 따른 추가 연구로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해당 조사가 시행됐던 2020년~2021년 상반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다중이용시설 집합 금지 등 일상생활을 변화시킨 외부적 요인이 존재했던 시기"라면서 "이러한 환경에서 마약 범죄 양상이 기존의 통념·인식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을 수 있다"며 해당 논문의 한계도 설명했다.
또 클럽 수·단기거주 외국인 인구·관광숙박업 수는 마약 범죄 발생과 일부 연관성이 있었으나, 표준공시지가·CCTV 수는 마약 범죄 발생 분포와 다른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숙박업·노래방·비디오물감상실 수에서도 뚜렷한 상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마약사건 전문인 법무법인 진실의 박진실 변호사는 "강남·이태원·홍대 등지에서 마약 관련 범죄율이 높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부유한 계층은 아니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마약을 해서 경제적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SNS로 마약 거래를 하면서 얼굴 노출의 위험이 사라짐에 따라 마약 범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마약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나 관련 단체에서 전방위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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