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으......"
기다란 금발을 날리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한 남자. 백옥같은 피부에 감출수 없는 잘생김. 하얀망토가 그가 누구인지를 대변한다.
"폐하! 폐하!"
옆에서 한 남성이 그를 깨우고 있다.
"으으음......"
"폐하! 괜찮으십니까?!"
"미터마이어인가....."
은하제국의 우주함대 사령장관인 볼프강 미터마이어. 그럼 그가 부르는 남자는 누구인가? 그렇다. 은하제국의 카이저이며 전 우주를 다스리는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미터마이어. 여기는 어딘가...."
"모르겠습니다. 주변은 황량하고 먼 곳에 성 하나가 서 있을 뿐 이옵니다."
"성이 서 있다고?"
"다른 사람들은?"
"케슬러와 뮐러, 비텐펠트가 있습니다."
곧 세 사람이 달려와 카이저에게 왔다.
"케슬러. 여기가 어딘지 경은 알겠나?"
"용서하십시오. 폐하. 소장 또한 알 길이 없습니다."
카이저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미터마이어. 우린 분명히 하이네센에 있었지 않나?"
이들은 아무래도 시바 성역회전 이후의 세계에서 거슬러 온 듯 보였다.
"그렇습니다. 폐하."
카이저는 한 동안 멍하니 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모두 저 성으로 가 보자. 저기에 뭔가 있겠지."
힘에 지친 카이저와 그 측근들은 5천명의 호위병을 데리고 미지의 성으로 몰려왔다.
"미터마이어 원수. 저기를 보십시오."
뮐러가 가리킨 곳에는 왠 깃발이 우뚝 서 있었다.
"분홍색 백조깃발?"
카이저도 깃발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백조깃발? 경들 중. 누구 아는 사람 없나?"
"죄송합니다. 폐하."
미지의 땅에서 이들이 카이저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그저 죄송하다는 말 뿐. 비텐펠트가 의견을 냈다.
"폐하. 저 깃발은 분명히 이 성은 물론 이 성을 다스리는 세력과도 연관이 있을 것 입니다."
"음. 비텐펠트의 말에 일리가 있군."
주위에 반응에 비텐펠트는 용기있게 나섰다.
"폐하. 제가 성문으로 가서 적의 정보를 알아내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가서 저들의 소속을 알아보라."
비텐펠트가 성문으로 병사 20여명을 데리고 와 성에 외쳤다.
"누구도 없느냐! 어서 나와라!"
그러자 성에서 누군가 나왔다.
"너희는 누구냐! 처음보는 복장이구나!"
"우리는 대 은하제국 카이저 로엔그람 폐하의 군대다!"
성에 있던 장수는 놀라 부장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난생 처음보는 군복에 생김새와 은하제국이라니. 이들은 동양에서 온 군대인지 서양의 군대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은하제국?! 듣도보도 못한 나라이름이군."
"장군. 일단 적에게 우리의 정보를 알리십시오. 아무래도 저들은 우리가 누군지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군은 다시 나와 비텐펠트와 대면했다.
"은하제국이라고 했는가?!"
"그렇다! 너희의 소속을 밝혀라!!"
성 안의 장수는 자신있게 소속을 밝혔다.
"나는 대백조 제국의 장수이자 몽티테움의 성주 백작 루탄이다!"
"백조제국?! 그건 또 어디냐?"
성 안의 장수는 비텐펠트의 모습을 어이없어했다.
"허어! 우리가 다스리는 영토가 얼마인데 네 놈들이 우리 백조제국을 모른다고 하는가?! 용건을 말해라!"
"성문을 열어라! 직접 만나 우리 카이저를 뵙고 이야기 하자!"
"닥쳐라!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 어디서 괴상한 군대를 끌고와 나를 협박하느냐! 내가 따르는 분은 오로지 한 분! 백조제국의 황제이시다!"
강경한 몽티테움의 태도에 비텐펠트는 돌아섰다.
"정보를 알아냈는가?"
"저들의 정체는 백조제국이라는 나라고 아무래도 이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주변을 보니 병사들이 화승총과 석궁, 활 등으로 무장한 걸로 봐선 문명이 뒤떨어진 것이 아닐런지요."
"으음..... 일단 정보를 더 알아내 보도록 하고 인근 마을에서 먹을 것을 얻어보지."
한 편, 몽티테움 성 안에서는 성주인 루탄이 부장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부장은 어서 말을 타고 북문을 나가 켄넨부르크 요새로 가서 황제 폐하와 국태왕 전하께 이 사실을 알려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부장들은 성의 경계를 더욱 강화하고 적의 동태를 살펴라."
"성주님. 일단 부장 하나를 적진에 보내 정보를 캐낸 다음 켄넨부르크에 알리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리해도 늦지는 않습니다. 저들의 정체를 어느정도 알아내야 본진에서도 무슨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겠습니까?"
"좋다. 그리하라."
그렇게 몽티테움의 부장들 중 가장 말솜씨가 있는 사람이 은하제국의 군사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다행히도 뮐러가 몽티테움 성 밖에 있는 마을의 촌장들을 잘 설득해 물자를 얻어 임시 군막을 세워놓고 있었다.
"폐하! 저기 백기를 들고 왠 사람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부장은 말에서 내려 예를 갖추었다.
"몽티테움의 부장이 은하제국군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어느 분이 황제이십니까?"
"짐이다. 나는 황제라 부르지 말고 카이저라고 불러라. 그래, 그대가 성의 부장이라고?"
"그렇습니다. 성주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카이저는 부장에게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소속이 백조제국이라고 했는데 그대들은 어떤 국가인가?"
"저희는 이 중앙대륙에서는 가장 큰 제국입니다. 300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 제국이지요. 인구는 1500만이 넘고 군사만 15만에 달합니다."
부장의 말에 비텐펠트는 그를 비웃었다.
"하하하. 뭐라고? 고작 1500만의 인구를 가진 너희들이 제국이라고?"
"그럼 당신들은 얼마나 큰 나라기에 우리를 이렇게 무시하는 거죠?"
"흥. 우리는 전 우주를 다스리는 대 제국이다. 인구만 400억이 넘고 군사는 수천만에 달하지."
"뭐... 뭐라고요? 인구가 400억은 그렇다고 쳐도 군사가 수천만이라니? 그걸 우리가
믿을 거라 여기고 한 말은 아니겠지요?"
"귀관은 믿지 않겠지만 사실이 그러하다."
하지만 성의 부장은 침착히 대응했다.
"그렇다면 수천만의 대군을 거느리시는 지금 제 앞의 저 카이저께선 지금 황망하기 그지 없으신 듯 합니다만. 그 많은 군사들은 어디로 갔습니까? 그 군사의 100분지 1만 되더라도 이 평원을 뒤덮을 수 있었을텐데요."
"그.... 그건!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다!"
당황한 비텐펠트 대신 뮐러가 나섰다.
"부장이라는 사람이 말 솜씨가 현란하시군요."
"달려오면서 보니 주변 마을에서 물자를 공급받고 있던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건 엄연히 백성들의 것 이오!"
"아. 오해는 마시오. 이건 내가 마을 촌장에게 상황을 잘 설명하여 자진하여 받은 것이오."
뮐러 다음으로 케슬러가 나섰다.
"당신들 지금이 제국력으로 몇년입니까?"
"제국력?"
"우주력이라면 아시겠소?"
"우주력? 그건 또 무엇입니까? 우리는 서력을 기원으로 삼습니다. 지금은 서력으로 1602년입니다."
"뭐.......?! 1602년?"
카이저의 측근들은 매우 놀란 모습으로 부장을 대했다. 백조제국은 자신들이 살던 세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참 문명이 후퇴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정확히 2천년 전의 세계에서 왔다는 것을 말이다. 뮐러는 부장에게 설명했다.
"놀라지 마시오. 우리는 서력으로 3602년에서 온 사람들이오."
"그렇다면 당신들이 2천년이나 먼 미래에서 왔다는 겁니까?"
"그렇소. 우리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소. 지금 카이저와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당신들의 정체는 대충 알겠습니다. 우리가 뭘 해 주길 원하십니까?"
"그대들 성주에게 가서 먹을 것과 물품을 지원해 달라고 할 수 없겠습니까? 우리는 그저 이 세계에서 떠나고싶습니다. 다만 방법이 없으니 방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밖에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보죠. 그럼 일단 제게 여러분의 명단을 알려주십시오."
"명단이라면 뭘 말하는 거요?"
"중신 급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여기 계신분은 우주함대 총사령관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시고 나는 대장 나이트하르트 뮐러, 여긴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사령관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아. 이름이 너무 깁니다. 짧게 말해주시죠."
"으으으......!"
"비텐펠트다."
"케슬러라고 하오."
"알겠습니다."
부장은 다시 성으로 돌아와 성주에게 말을 전했다. 성주는 매우 놀랐다.
"뭣이? 전 우주를 다스리는 은하제국이라고? 인구만 400억이 넘고 군사가 수천만이야?"
"저도 말이 아니된다고 여겼습니다만 2천년 뒤의 세계에서 왔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내 살다살다 축지법이나 도술을 쓴다는 말은 들었으나 미래에서 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듣네."
성주가 이해를 못하자 부장이 다시 그를 설득했다.
"2천년 뒤라고 했습니다. 2천년 뒤의 기술이라면 능히 그것이 가능 할 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렇겠군...... 저들의 요구조건이 물품과 식량 지원이라고 했나...?"
"우리에게 적대감이 없는 이상 도와주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래. 일단 부장은 나가서 저들에게 물자를 지원하고 출발하려던 부장은 켄넨부르크 요새로 가라. 가서 들은 내용과 이 서신을 수뇌부에 알려라!"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