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그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그 다리를 밟으면 무는 법입니다. 어찌 어려움을 당하여 자신을 구하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대왕께서는 허가해주십시오'
金庾信이 한 말은 三國史記(삼국사기)에 '自救(자구)'로 표현되어 있다. 신라가 개노릇을 하여 唐을 섬길 용의는 있다. 唐이 신라를 존중해주면(이것이 자주적 사대주의의 정신이다). 그러나 만약 唐이 크고 힘센 것만 믿고 신라의 자존심과 그 존재 자체를 무시한다면 신라는 당을 물어뜯어서라도 自救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야말로 신라와 같은 小國이 大國을 옆에 두고도 自尊(자존)을 지켜갈 수 있게 한 정신력의 핵심이다.
신라가 臨戰(임전)태세를 갖추자 蘇定方(소정방)의 唐軍은 백제 포로들만 데리고 귀환했다. 당시는 唐의 전성기 高宗(고종) 시대였다. 고종은 '어찌하여 신라마저 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蘇定方의 대답은 그대로 신라에 대한 세계 최강국의 최고군인에 의한 최고 찬사이다.
'신라는 그 임금이 어질고 백성을 사랑하며 그 신하가 충성으로 나라를 섬기고, 아랫사람은 윗사람 모시기를 父兄 섬기듯 하니 비록 작지만 도모할 수가 없었습니다'
(新羅其君仁而愛民 其臣忠以事國 下之人事其上如父兄 雖小不可謨也)
仁愛忠事(인애충사), 즉 어짐, 사랑, 충성, 섬김, 이것이 신라의 公民(공민)윤리였다는 것이다. 이런 공덕심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쓸모가 있는 국가와 국민의 윤리이다. 국가와 지도층은 국민들을 어짐과 사랑으로 대하고, 국민은 국가에 충성하며 지도층을 섬긴다. 이것은 국민국가의 이상적인 국가-국민 관계이다. 화랑도의 武士道(무사도)와 호국불교의 포용력을 뼈대로 한 신라의 국가윤리는 근대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근대성의 핵심은 자존심과 실용성이다. 金庾信의 말에서 잘 묻어나온다. 우리는 아무리 개처럼 작은 나라이지만 주인이 그 존재를 무시하면 사생결단하여 싸워서 지킬 만한 그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나만의, 우리만의 自我(자아)요 自尊인 것이다. 신라 지도층의 위대성은 이런 민족적 自我를 발견하고 이를 막대한 희생을 무릅쓰고 지켜냈다는 점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정신으로 무장해야 자유통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켜내는 방식에서 신라는 國力(국력)을 초과하는 무리를 하지 않았다. 고구려처럼 내부 단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최강대국을 상대로 國力 이상의 모험을 하다가 자멸하지 않았다.
신라는 唐의 힘을 빌리고 그 唐의 패권을 인정하고 唐에 감사하려고 했다. 唐에 무모한 도전을 하지 않았다. 唐과 결전할 때도 외교적으로는 항상 유화책을 썼다. 자존심을 뱃속에 숨겨놓고 펼친 强穩(강온) 양면의 실용노선이 신라의 독립을 성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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