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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릭프라이드

광야(曠野)에 와서

              

                                         - 유치환(柳致環)

 

흥안령(興安嶺)* 가까운 북변(北邊)의

이 광막(曠漠)한 벌판 끝에 와서

죽어도 뉘우치지 않으려는 마음 위에

오늘은 이레째 암수(暗愁)*의 비 내리고

내 망나니의 본받아

화툿장을 뒤치고

담배를 눌러 꺼도

마음은 속으로 끝없이 울리노니

아아 이는 다시 나를 과실(過失)함이러뇨

이미 온갖 것을 저버리고

사람도 나도 접어 주지 않으려는 이 자학(自虐)의 길에

내 열 번 패망(敗亡)의 인생을 버려도 좋으련만

아아 이 회오(悔悟)의 앓음을 어디메 호읍(號泣)*할 곳 없어

말없이 자리를 일어나와 문을 열고 서면

나의 탈주(脫走)할 사념(思念)의 하늘도 보이지 않고

정거장(停車場)도 이백 리(二百里) 밖

암담한 진창에 갇힌 철벽(鐵壁) 같은 절망(絶望)의 광야(曠野)!

 

* 흥안령 : 북만주의 지명.

* 암수 : 어두운 수심.

* 호읍 : 목놓아 소리 내어 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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