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부근(星湖附近)
- 김광균(金光均)
1.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水面)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래가
날카로운 호적(呼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해맑은 밤바람이 이마에 나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追憶)의 가지가지엔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2.
낡은 고향의 허리띠같이
강물은 길 게 얼어붙고
차창(車窓)에 서리는 황혼 저멀 리
노을은
나어린 향수(鄕愁)처럼 희미한 날개를 펴고 있었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