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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거 아니? 한국라면 먹으면 죽을병도 낫는대”

오주한

권위자가 일러줘도 “아냐” 우기는 反지성주의

野, IAEA 면담에서 해외토픽감 국제망신 자초

 

화물숭배 신앙의 서막

 

‘화물신앙(카고컬트‧Cargo Cult)’이라는 게 있다. 20세기 중반 태평양전쟁 등을 계기로 태평양 도서(島嶼)지역 원주민들 사이에 퍼져 지금까지도 존재하는 신생종교다.

 

일제(日帝)의 진주만(Pearl Harbor)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하자 미일(美日) 양 국은 경쟁적으로 태평양 도서 거점장악에 나섰다.

 

일제는 LA 등 미국의 태평양 연안도시로 신속히 진격해 워싱턴 측 항복을 받아낸다는 방침이었다. 실제로 일본 해군은 수시로 잠수함‧풍선폭탄 등을 보내 미 연안 정유시설 등을 포격‧폭격했다. 1942년에는 LA 상공에 미확인비행물체가 출현하자 일제 폭격기로 착각한 미군이 대규모 대공(對空)사격을 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 행정부는 각지 조선소에서의 해군력 재건 때까지 일본 해군을 필사적으로 저지해야 했다. 따라서 미일은 넓디넓은 태평양에 산재한 공방(攻防)거점 확보에 사활(死活)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양국 군(軍)은 현지에 살던 원주민들과 조우했다.

 

선민사상(選民思想)에 젖은 일본군 상당수는 원주민들을 미개인 취급하면서 대량학살하곤 했다. 진위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일설에 의하면 과달카날(Guadalcanal)섬에 상륙한 일본군은 상륙과정을 지켜본 한 원주민을 사로잡아 나무에 묶은 뒤 총검으로 목‧배 등을 찌르고 죽도록 내버려뒀다. 이 원주민은 초인적 정신력으로 탈출해 일본군 상륙사실을 미군에 알렸으며, 그 공로로 미영(美英)으로부터 각각 은성무공훈장‧기사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미군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선무공작(宣撫工作)에 착수했다. 미 육해군 장병들은 원주민에게 초콜릿 등을 나눠주며 호감을 사려 애썼다. 군의관‧의무병들은 병들고 다친 원주민을 치료했다. 그리고는 원주민들의 자발적 협력을 얻어 일본군 동선(動線)을 파악하고 활주로를 건설했다.

 

미군은 해군력 재건 때까지 성공적으로 태평양전선을 방어했다. 이에 더글라스 맥아더(Douglas MacArthur) 사령관은 최소한의 도서만 확보해 활주로를 닦은 뒤 일본 본토로 직진한다는 ‘개구리 뜀뛰기’ 작전을 입안한 상태였다. 맥아더는 훗날 이 작전에 성공해 1945년 도쿄대공습(Bombing of Tokyo),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 원폭투하가 벌어진다.

 

순식간에 사라진 천자(天子)들

 

아직 석기시대 수준에 머물렀던 태평양 원주민들 시각에서 본 미일 양군 모습은 다음과 같았다.

 

“어느날 갑자기 천둥 같은 소리(뱃고동)와 함께 바다에서 산(山‧상륙함 등)이 떠내려 왔다. 산이 입을 쩍 벌리자 그 안에서 신(神)의 아들‧딸들(미일 장병)이 태어났다. 이들은 농사짓거나 수렵‧채집하지 않고도 각종 식량(C레이션 등 전투식량)을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여줬다. 그들 중 일부(군의관 등)가 임종을 앞둔 환자‧부상자에게 손대자 살아나는 기적도 벌어졌다.

 

이들은 어떨 때는 마치 신들린 듯 일체의 모든 행동을 멈추고 나뭇등걸(차렷 등 자세)처럼 딱딱하게 변했다. 그럴 때마다 이상한 천쪼가리(국기)와 이상한 나무막대기(소총)를 들고 이상한 주문(애국가‧군가 등)을 외면서 정면만 주시한 채 기묘한 걸음걸이(제식훈련)로 걸었다.

 

접신(接神)을 끝낸 신의 자식들이 땅을 평평하게 만들자(활주로) 신이 화답이라도 한 듯 하늘에서 우레 같은 굉음과 함께 깃털 없는 큰 새(수송기‧폭격기 등)가 날아왔다. 큰 새는 신의 자녀를 낳고 식량을 토해내기도 했지만, 때로는 천지가 진동하는 불길(네이팜탄 등 폭탄)을 뿜어내 그곳의 모든 생명체를 일격에 날려버리기도 했다.

 

신의 자식들은 어떤 때(미군)는 천사처럼 관대했지만 어떤 때(일본군)는 무자비한 징벌을 가했다. 신의 자식들이 서로에게 분노(야포‧소총 등을 동원한 미일 교전)하면 하늘천장이 무너지고 바다가 뒤집어질 것 같은 귀 터지는 폭음 속에 산더미 같은 시체가 쌓이고 피는 하천을 이뤘다”

 

그간 돌도끼로 투닥투닥 싸워왔던 원주민들은 난생 처음 보는 무시무시한 풍경에 놀라 벌벌 떨어야 했다. 한편으로는 미일 장병들의 권능(權能)을 찬양하며 이들을 천자(天子)로 받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태평양전쟁이 끝나자 신의 아들딸은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전쟁이 끝난 이상 미일 정부로선 오지(奧地)에 장병들을 주둔시킬 이유가, 물론 투항하라는 직속상관 명령도 거부한 채 수십년 간 홀로 숨어 게릴라전을 펼친 일본군 장교 오노다 히로(小野田寛郎) 등 예외도 있었지만, 없었다.

 

“프럼님 동족은 바보. 이족(異族)인 나는 천재”

 

태평양 도서 각지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천사처럼 돌봐줬던 신의 자녀들(미군)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기적을 지속할 것이라 믿기 시작했다. 또 천자와 똑같이 행동하면 이들이 하늘에서 알아보고 현세(現世)에 재차 강림(降臨)할 것이라 여겼다.

 

원주민들은 천자들이 버리고 간 티셔츠‧군복 등을 주워 옷 앞뒤에 주술문구(USA)를 새긴 뒤 나무막대기로 어깨총 하고 앞만 바라보며 걷는 의식을 정기적으로 치렀다. 일부는 네모난 통나무를 귀에 대고 중얼거리는 등 무전통신을 흉내 내기도 했다. 한 도서 부족은 존 프럼(John Frum)이라는 특정 미군장교를 숭배하기도 했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일설에 따르면 화물신앙은 20세기 중후반까지도 지구촌 각 오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지속 출현했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특이하게도 ‘충포(또는 총포)’라는 신을 섬겼다고 한다. 유래는 냉전(Cold War) 시기 제3세계에 파견된 ‘북한 군사고문단’이었다고 한다. 냉전 당시 공산권은 아직 문명화되지 못한 제3세계 원주민들을 반미(反美)게릴라로 육성하곤 했다. 북한은 무반동총(Recoilless Rifle)을 비반충포(非反衝砲)로 호칭한다.

 

화물신앙은 태평양 등을 찾은 문명세계 탐험가‧모험가‧학자에 의해 속속 발견됐다. 이들은 원주민들에게 “군 장병들은 당신네와 똑같은 사람이고 화물은 본토(本土)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떠내려 온 산, 하늘의 강철새도 전부 사람이 만든 것”이라며 ‘진실’을 알려줬다.

 

그런데 원주민들은 “너희 지금 거짓말하는 거지”라며 믿지 않았다. 문명세계 장병들과 똑같은 문명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공신력(公信力)에 있어서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사람들이 알려줬는데도 말이다. 물리학계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생몰연도 1918~1988년)은 이를 ‘반지성주의(Anti-intellectualisme)‧유사과학’의 대표사례로 꼽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라면 중병통치약. 한국사람 거짓말쟁이”

 

흥미롭게도 ‘우리나라’도 화물신앙 비슷한 반지성주의와 얽힌 적 있다. “N사의 S라면 등 한국라면을 먹으면 죽을병도 낫는다”는 이상한 믿음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에서 성행한 것이었다.

 

지난 2013년 11월 연합뉴스 등 보도에 의하면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Sisters of Saint Paul of Chartres)의 한 한국지부 소속 A수녀는 1997년부터 아프리카 밀림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어느날 A수녀는 중아공 수도 방기(Bangui) 인근의 수녀회 운영 병원‧재활센터를 찾았다. 그는 죽음을 앞둔 에이즈환자에게 다가가 “내가 뭘 해주면 좋겠나”고 물었다. 그러자 환자는 감았던 눈을 뜨면서 ‘코리안수프’ 즉 한국라면을 먹고 싶다고 답했다. A수녀는 딱 2개 남았던 라면 하나를 끓여 먹였다. 라면을 먹은 환자는 “정말 고맙다”고 말한 뒤 숨졌다.

 

당시 아프리카에 머물던 일부 수녀들은 말라리아(Malaria)에 걸리면 약과 함께 뜨겁고 매운 한국라면을 먹고서 땀을 빼곤 했다. 말라리아 증상은 감기몸살과 비슷하다. 이에 감염된 수녀들은 반은 재미삼아 민간요법처럼 라면을 찾았다.

 

그런데 이를 본 현지인들 사이에선 “한국라면이 비약(祕藥)”이라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인 말라리아 사망자는 없다시피 하지만 아프리카 말라리아는 상당한 치사율을 보인다. 현재 전세계에서 매년 2억명 이상이 말라리아에 걸리고 그 중 약 5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상당수 중아공 사람들은 ‘정말 진지하게’ 한국라면을 불치병통치약으로 여겼다. 후속보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몇몇 한국인이 “그거 그냥 라면이에요” 알려줘도 “한국사람 거짓말쟁이. 나의 한국라면이 그럴 리 없어” 했을 공산(公算)이 크다.

 

21세기 선진국 韓의 화물신앙‧약라면 숭배자들

 

9일 라파엘 그로시(Rafael M. Grossi)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 후쿠시마(福島)원전 방류수(오염수)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만났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의 해당 회동에서 민주당은 ‘세계 최고 원자력 전문 국제기관 수장’을 앞에 둔 채 확인되지 않은 괴담(怪談)‧음모론을 쏟아냈다.

 

우원식 의원은 ‘방류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는 그로시 총장 발언을 걸고 넘어지면서 “그럴 정도로 안전하다 확신한다면 물부족국가인 일본이 그 물을 국내 음용수로 마시든 공업‧농업 용수로 쓰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는지 (IAEA에) 묻고 싶다” “대한민국 국민은 오염수를 마실 생각도, 오염수에서 수영할 생각도 없다” 등 주장을 쏟아냈다.

 

위성곤 의원은 “주변국 영향을 재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내린 건 셀프검증이자 일본맞춤형조사”라고 했다. 그로시 총장은, 정확한 속내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어이가 없어서 답답한지 안경을 벗거나 긴 탄식을 내뱉었다.

 

1953년 ‘유엔(UN)총회’에서 설립된 IAEA는 핵비확산 분야의 최고 권위‧전문성을 지닌 ‘유엔기구’다.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유엔‧IAEA 간 관계에 관한 협정에 따라 (IAEA는) 매년 유엔총회에 활동보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IAEA는 유엔 산하기구가 아니라 주장했던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반박이 쏟아지자 “이런 것 신경 쓸 시간에 IAEA 깡통보고서 검증에 더 공을 들이기 바란다”며 재반박을 피했다. 그로시 총장은 IAEA 국장‧사무부총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IAEA를 믿을 수 없다’ ‘IAEA가 일본과 유착했다’ 등 취지의 주장은 곧 ‘유엔을 믿을 수 없다’ ‘유엔이 일본과 유착했다’ ‘우리 빼고 전세계가 다 바보다’ ‘비(非)전문가인 내가 옳고 전문가인 네가 틀렸다’는 말과 동일시될 수 있다. 공신력 100%의 문명세계인들의 증거제시 앞에서도 “네가 틀렸고 내가 맞다”고 바락바락 우긴 존 프럼교 신자들, “한국라면 먹으면 죽을병이 낫는다”던 일부 중아공인들과 다를 바 없는 태도다.

 

태평양 연안국가인 미국 연방정부‧주(州)정부, 호주‧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Oceania) 각 국 대다수가 IAEA 입장을 존중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까지 들먹이며 유독 홀로 호들갑인 민주당 측 태도는 해외토픽에 실려 ‘대한민국 국민의 국제망신’을 자초(自招)하는 부끄러운 행위다.

 

“그로시 총장의 깊은 한숨 소리가 대한민국 국격에 금이 가는 소리로 들렸다”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지적은 하등 틀릴 게 없다. 민주당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우격다짐을 하더라도 적어도 ‘국민’은 빼 주길 요구한다. 아니면 최소한 그럴싸한 논리나 증거라도 제시하길 바란다. 민주당은 더 이상 대한민국 국민마저도 해외토픽감, 국제적 웃음거리로 만들지 말길 바란다. 이는 당부가 아닌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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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한 前 여의도연구원 미디어소위 부위원장 [email protected]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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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소유

    이기적이고 무능한 범죄집단이

    대한민국의 제1야당인 것부터가 코미디입니다.

  • 풀소유
    오주한
    작성자
    2023.07.11
    @풀소유 님에게 보내는 답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채플린 말이 체감됩니다.

  • 켈켈켈

    못배웠으면 가만히라도 있어야할텐데 민주당은 왜 수치심을 못느낄까요?

  • 켈켈켈
    오주한
    작성자
    2023.07.11
    @켈켈켈 님에게 보내는 답글

    2004년에 '바보는 피곤해지지 않는다'는 국내영화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 INDEX
    2023.07.10

    그들에게 있어 전문이란 장식품에 불과합니다. 전문성은 디자인에 불과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디자인 해주는 전문가를 숭배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디자인을 내놓는 학자는 전문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 INDEX
    오주한
    작성자
    2023.07.11
    @INDEX 님에게 보내는 답글

    지성을 멀리하는 유사과학자 집단이 대한민국 제1야당이라는 게 웃플 따름입니다.

  • ydol7707

    아마 총장이 돌아가면 그들은 서류를 파기해 버렸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미국, 캐나다, EU, 호주, 뉴질랜드 등의 총리나 대통령이 직접 와서 이야기 해도 그들은 듣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도 아마 후쿠시마 방류를 반대하고 있지 않나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ydol7707
    오주한
    작성자
    2023.07.11
    @ydol7707 님에게 보내는 답글

    의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