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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지지자들은 수많은 의혹을 두고도 무시할까?

배카 청꿈실세

"어떤 리스크가 터져도 이재명·윤석열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접전."


17일로 20일 남은 이번 대선의 유난한 특징을 압축하자면 이렇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하루가 멀다하고 대형 악재에 부딪히지만, 누구도 지지율이 뚝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한쪽의 지지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지도 않는다.


유권자들이 두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을 별로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5년간 국가를 운영할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데도 '인물 선거'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선엔 결국 '진영 대결'만 남았다. "무조건 우리 편이 이기자"는 감정적 구호가 "어떤 정권을 세울 것인가"라는 실존적 고민을 압도한다. 문제는 진영 갈등이 극심할수록 대선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스크ㆍ의혹 터져도 반응 않는 지지율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통과한 지난해 11월 이후부터 최근까지 한국갤럽이 실시한 8번의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니, 6번의 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딱 붙어 있었다. 이 후보 지지율은 34~37% 사이에서, 윤 후보 지지율은 31~36% 안에서 맴돌았다.


2번의 예외는 국민의힘 경선의 컨벤션효과가 반영된 조사(11월 16~18일 실시ㆍ이 후보 31%, 윤 후보 42%)와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충돌했을 당시의 조사(올해 1월 4~6일 실시ㆍ이 후보 36%, 윤 후보 26%)였다. 두 후보 지지율은 잠깐 벌어졌다가도 급속도로 다시 붙었다.


치명타로 꼽혔던 '배우자 리스크'도 타격이 크지 않았다. 김혜경씨의 갑질ㆍ법인카드 유용 논란 전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35%(1월 25~27일 조사)에서 36%(2월8~10일 조사)로,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김건희씨 녹취록 보도 직전 조사(1월 11~13일 실시)에서 31%였던 윤 후보 지지율 역시 직후 조사(1월 18~20일 실시)에서 33%를 기록했다.


유권자들이 이 후보와 윤 후보에게 '도덕적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야권 관계자는 "도덕성 면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대선후보가 없기 때문에 지지율의 변화가 없는 것"이라며 "오히려 어느 한쪽의 리스크가 돌출할 때마다 각 진영이 더 강하게 결집하는 게 이번 대선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사이에서 심판관 역할을 해야 할 중도층이 얇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도층이 두 후보에게 진저리를 치며 선거에서 아예 손을 떼버린 것"(국민의힘 의원)이라는 분석도 있다.



극한 진영 싸움… ‘조국 사태’ ‘여대야소’에서 시작

대선이 이런 모양새가 된 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책임만은 아니다. 극단적 갈등의 씨앗은 일찌감치 싹트기 시작했다. 3년 전 ‘조국 사태’로 국론이 광화문(태극기보수)과 서초동(조국 수호 진보)으로 갈라진 이후 정치·사회적 분열이 치유되지 않았다. 정치 권력을 독점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진영 논리와 이념 대결을 이용하려 할 뿐, 국민 통합엔 관심이 없었다.


날선 진영 갈등은 대선판에 ‘정권 보복' 이슈를 불러들였다. 윤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를 당연히 하겠다"는 발언으로 불을 댕겼고, 이 후보는 “제가 대선에서 지면, (새 정권이) 없는 죄를 만들어 감옥에 갈 것 같다”며 기름을 부었다.


'애프터'가 걱정되는 대선

이에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패배하는 쪽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분열과 대결의 정치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 선거 의혹'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이 후보가 되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범죄자 대통령'이라고 몰아가고 윤 후보가 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검찰 공화국’이라고 손가락질 하면서 한쪽이 들고 일어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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