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가늠자로 활용하고 있다. 검찰 수뇌부 탄핵으로 이재명 대표와 야당을 향한 검찰 수사를 위축시키고, 김건희 여사 논란이 담길 탄핵안을 통해 여론과 헌법재판소의 태도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는 대한민국 법치 사망 선고일"이라면서 "도둑 지키라고 월급 주며 경비 고용했더니 이 경비들이 떼도둑이 돼 곳간을 털었다. 이제 주인이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것에 대한 견해다. 민주당이 검찰총장 탄핵 등으로 무력 시위에 나서겠다는 것을 공식화 한 것이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서 서울중앙지검장, 김건희 사건 수사 라인에 대해 모두 탄핵 절차를 검토하기로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탄핵에 대해 지도부 차원에서 공유해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면서 "탄핵소추의 절차와 시기는 원내 지도부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조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수사 라인에 있는 사람은 전부 다 검토 대상"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전날 서울중앙지검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 여사 불기소 처분 결과와 수사 경과 등을 설명했다. 검찰은 4시간을 불기소 처분 이유 설명에 할애했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적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 들며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전날 검찰의 불기소 처분 소식이 알려지자 심 총장과 이 지검장에 대한 탄핵소추 추진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전날 "김건희의 개, 검찰을 탄핵한다"며 "심우정 검찰총장,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직무유기 및 은폐 공범 전원을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일상화한 지는 오래됐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안동완 검사를 탄핵했고, 12월에는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와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예후는 좋지 못했다. 유우성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는 이유를 들며 헌정 사상 첫 검사 탄핵 사례가 된 안 검사의 탄핵안은 지난 5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과 연관된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수사를 총괄했던 이 검사의 탄핵안은 지난 4월 헌재에서 전원일치로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기각 이유로 "소추 사유가 형식적 적법성을 갖추지 못해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1 야당이 탄핵소추안 형식도 제대로 못갖췄다는 지적을 헌법재판소로부터 받은 꼴이다.
고발 사주 의혹을 근거로 탄핵당한 손 검사장의 탄핵 심판은 같은 사유의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탄핵 심판이 정지됐다.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이 현실화한 사례가 전무하다. 무리한 탄핵 추진으로 헌법재판소의 논리에 연전연패했다.
검사 탄핵에 밀린 과제도 많다. 민주당은 이들 외에도 4명의 검사 탄핵을 준비해 왔다.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와 백현동·대북 송금·위증교사 사건을 수사한 엄희준 검사, 대장동·백현동 사건을 수사한 강백신 검사, 민주당 돈봉투 수사한 김영철 검사다. 모두 이 대표의 이익에 반하는 수사를 한 검사들이다.
민주당은 이들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 청문회가 개최됐지만, 이후 상임위 논의가 멈췄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까지 탄핵하고 나선 것은 결국 '김 여사'와 관련된 인물들을 탄핵해 여론을 보겠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최대한 빠른 시기에 탄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민심'을 꼽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 들끓던 민심이 재연돼야 탄핵 시기가 무르익는다는 것이다.
또한, 탄핵으로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대표와 관련한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7일 헌법재판관 3인이 임기를 마치면서 헌재는 6인 체제가 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으로 정족수 조항이 잠시 효력이 정지되면서 현재 심리는 가능한 상태지만,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안 심리가 끝나면 해당 조항은 다시 발동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금처럼 헌법재판관 국회 추천 3인 중 자신의 몫으로 2명을 주장하면서 재판관 추천에 시간을 지체하면 직무 정지 기간은 더 길어진다. 헌재의 탄핵 사건 평균 심리 기간이 4개월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추가로 기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공백기가 길어지면, 검찰의 수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표를 향한 수사와 민주당 관련 수사들이 주춤할 수 있다.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는 이 대표에게는 호재다.
민주당은 이참에 헌법재판소가 바라보는 김 여사 논란의 관점도 확인해 볼 심산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의 핵심 이유도 결국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일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관이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을 어떤 법 논리로 풀어가는지 예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앞선 4명의 검사 탄핵보다도 심 총장과 이 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을 더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탄핵 관련 준비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친명(친이재명)으로 불리는 한 민주당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여론도 보고 헌재가 김 여사를 어떻게 보는지도 알 수 있다"며 "11월 안에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통상 내년 3월 쯤이면 선고가 나올 텐데 헌법재판관들이 김 여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답안지를 미리 한번 봐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여당은 민주당이 이 대표를 수사해 온 검찰에 대한 '보복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로지 이재명 대표 구하기를 위해 수사 검사를 탄핵하고, 검찰 전체를 마비시키고, 결국 대통령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통째로 마비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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