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총선거 패배 44일, 제22대 국회 개원을 6일 남겨놨지만 국민의힘은 변함이 없다. 총선 후 끝없는 반성문을 낭독했지만, 패배 원인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과거 '웰빙 정당'의 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25일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총선 패배로 권력 공백 상태가 일어나니 온갖 사람들이 자기 존재감만 드러내려고 한다"면서 최근 계파 갈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핵심은 차기 전당대회와 때 이른 대권을 둘러싼 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하다 패배하며 칩거 중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계속해서 주목을 받으면서 경쟁자의 견제가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있다. 홍 시장은 총선 직후 한 전 위원장을 향해 "폐세자" "배신자" "문재인의 사냥개" "총선 말아먹은 애" 등 거친 언사를 퍼붓다 당에서 "차라리 탈당하라"는 역풍까지 맞았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부의 해외 직구 규제와 정책 혼선을 비판한 한 전 위원장에 '처신'을 지적했다. 두 사람의 입씨름에 유승민 전 의원이 가세하면서 이들의 논쟁 이면에 '주도권 싸움'이 깔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패배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총선 백서를 놓고도 친윤(친윤석열)·친한(친한동훈)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총선백서특별위원회가 '용산'의 책임은 희석하고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을 부각한다는 의심을 받으면서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조정훈 의원이 최근 당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조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공정성과 신뢰의 문제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 위기 수습과 대야(對野) 전투 의지는 보이지 않으면서 당권 및 대권을 둘러싼 계파 갈등에만 투지를 불태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보통 총선 백서는 발간이 된 이후 여러 말이 나오는데 백서 집필 전부터 비판을 받는 것은 드문 사례"라며 "백서가 당권 투쟁 수단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안이한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일 취임 일성으로 보수 정체성 확립을 강조했다. 보수의 본연의 색을 찾아야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고 향후 선거에서 당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황 위원장의 행보는 관리형 임시기구를 맡은 비대위원장이라기보단 '당 명예총재' 같다는 이야기가 당 내에서 나온다.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복귀한 황 위원장이 야당과의 협치를 명분으로 각종 행사에 얼굴을 드러내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제 황 위원장은 지난 18일에는 광주 5·18 기념식에 참석하고 전날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도 참석했다. 지난 20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데 이어 21에는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났고, 전날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 퇴임 후 여당 대표로는 첫 회동이었다. 황 위원장은 향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
전당대회 준비보다 외부 활동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은 사람 만나러 다니는 게 취미인 것처럼 돌아다니기만 하고 전당대회 준비를 비롯해 당 내 산적한 현안과 문제를 들여다볼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황우여 비대위'가 변화의 시작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황 위원장이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며 "정치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고 정확하면 나중에 탈이 나기 마련이다. 황 위원장이 진영을 초월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면모가 소위 '잃어버린 정치를 찾는 것'이고 그 자체로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상현 의원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보수혁신 대장정 -진보가 보는 보수' 세미나 후 취재진과 만나 황 위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대위원장도 대표 대행으로 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보수 진영에서는 고배를 마시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집권여당이 아니라 경쟁력 있고 차기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는 유능한 보수 정당을 갈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수 진영의 한 원로 인사는 "여당의 역할과 품격을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만약 지금의 비대위가 구심력이 약해 당 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전당대회를 더 빨리 치르는 것도 답이다. 책임지고 행동할 수 있는 지도부를 최대한 빨리 구성해 흐트러진 보수 진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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