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법원의 의대증원 집행정지 기각 결정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항고심 부장판사를 두고 '대법관직 회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판결 전까지만 해도 의대증원 근거자료와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재판부에 기대감을 표출했었음에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곧바로 공격모드로 전환된 모양새다.
17일 임현택 의협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구회근 판사가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혔고 (이번 판결에)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개인적 의견이 아니다. 의대 교수들 역시 '어느 정도 본인 이익을 찾으려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견이 상당수 있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완전히 정부와 동일한 입장을 취해서 결국에는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 자체를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 선고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의 저격 대상이 된 구회근 판사는 의료계가 의대증원 결정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의 2심을 담당했다.
의료계가 의대증원 발표 이후 보건복지부 장, 차관을 비롯해 의료개혁 찬성을 한 의사까지 약 50건의 소송을 넣어 대응하면서도 결론이 원하는 쪽으로 나오지 않자 상식 선에서 벗어난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관 회유 발언을 한 이날에도 의대증원 의료계 측 소송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대법원에 내는 재항고장 및 재항고 이유서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에 제출했다.
이 변호사는 "이미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에 모든 자료가 제출됐기 때문에 서울고법이 빨리 대법원으로 사건기록을 송부하고 대법원이 서둘러 진행하기만 하면 5월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임 회장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판사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자리를 거래한다는 식의 발언은 사법체계를 멸시하고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본인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나왔다고 근거도 없는 사법거래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법조인도 "임 회장의 발언은 사법부가 사익을 위해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발언"이라며 "의사단체 수장이란 인사의 발언이라고 하기에 너무도 비상식적인 언행"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이다. 정년퇴임 등으로 인해 공석이 생길 경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고 대법원은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대법관 후보자 천거를 받는다.
피천거인 자격은 만 45세 이상, 20년 이상의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경력을 갖춘 사람으로 제한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선임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호사협회장,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당연직 위원 6명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과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 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 3명 등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들은 심사를 거쳐 피천거인 중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들 중 1배수의 후보자를 정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가 준비된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만 비로소 대법관으로 취임할 수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상대할 가치도 없는 발언"이라면서 "법조인으로서의 최고의 영예인 대법관직이 회유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굳이 말 안해도 전 국민이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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