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당 내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유력 당권주자들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견해가 나온다.
16일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력주자들이 '한동훈 나와라 말아라'를 논하는 것 자체가 한 전 위원장의 존재감을 부풀려주고 있는 것"이라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우리 당의 자산인 분들도 '한동훈 이슈'에 가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당 내 여러 관계자들 사이에서 자주 입에 오르는 이름이 '한동훈'이라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전당대회 개최 시점과 선출 방식을 놓고도 한 전 위원장의 등판론과 불가론이 팽팽히 맞서면서 이슈를 잠식했다는 것이다. 특히 당 내부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출마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목소리가 속속 분출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조해진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의미 있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전대가 되려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해야 한다"라며 "기존 인물들은 지난 세월 이런저런 계기에 국민과 당원들이 그 역량을 대략 가늠했기에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3040 세대가 주축인 '첫목회' 모임도 전날 밤샘토론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전 위원장의 책임론과 관련해 "특정인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겠다"고 했다.
아울러 당 일각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연일 불을 지피는 '한동훈 견제론'이 도리어 한 전 위원장의 정치 복귀를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번 총선 결과가 안 좋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그 이후의 상황이 자꾸 한 전 위원장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홍 시장의 발언이라든가 주위 여러 사람들이 당 내외에서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시장의 본심은 한 전 위원장 출마를 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당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정작 한 전 위원장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등판 여부를 둘러싸고 한 전 위원장의 이미지가 초반부터 소비된 데다 향후 유력주자들에 비해 '미숙한 정치력'이 부각되면 막판 힘겨루기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전 위원장이 우리 당의 자산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당 내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목격담 같은 것이 오히려 피로도만 쌓이게 하고 총선 때 '셀카 정치'의 재탕이 될 수 있다"면서 "한 전 위원장도 신중해지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대표적인 친한(친한동훈)계로 꼽히는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가능성을 열어뒀다.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한 전 위원장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잠시 멈추게 하는 것도 민심"이라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서 한 전 위원장이 고민하고 결단할 문제고 누가 주변에서 나와라 말아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장 원내수석대변인은 한 전 위원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한 '민심'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고 지금도 민심은 계속 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권 도전을 고심 중이라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출마설에 대해 "저라면 기다릴 것 같다"라며 제동을 걸었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 정치 문법으로 보면 한 번 그렇게 총선을 전체를 지휘하신 분이 아주 큰 패배를 했다면 어느 정도 성찰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나오시는 게 맞다"라며 '한 전 위원장이 지금 당 대표가 되면 소모된다고 보는 건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총선 직후 '문재인의 사냥개' '폐세자' '배신자' 등 한 전 위원장을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낸 홍 시장은 이날도 '한동훈 비토'를 주장했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당 대표 하나 맡겠다는 중진 없이 또다시 총선 말아 먹은 애한테 기대겠다는 당이 미래가 있겠나"라며 "문재인의 사냥개 되어 우리를 지옥으로 몰고간 애 밑에서 배알도 없이 또 정치 하겠다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한편, 나경원·윤상현·안철수 당선인 등 유력 당권주자들은 최근 정책 차별화를 통해 본격 '몸풀기'에 나섰다. 나 당선인은 이날 국회에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저출산과 연금개혁'을, 윤 당선인은 '보수의 가치,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지난 14일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공청회'를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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